1938년 태어난 비틀은 폭스바겐 역사의 산증인이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독일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완전 변경 시점까지 출시 후 60년이 걸렸다. 비틀을 향한 높은 충성심 때문이다. 당시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는 뜻으로 이름은 '뉴 비틀'로 변경됐다. 물론 비틀 고유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비틀다움을 잊지 않는 것이 비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비틀은 두 번째 완전 변경을 맞게 된다. 최근 흐름에 동참하고, 동력계도 폭스바겐 기준에 맞춰 바뀌었다. 다부진 비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름에는 관용사 '더(The)'를 붙여 유일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더 비틀을 시승했다.

 

 ▲스타일
 고지식할 정도로 간단 명료하다. 폭스바겐 제품이 가진 직선의 미학도 일부 차용됐다. 전통적인 비틀의 비율은 재해석됐다. 때문에 고전적인 느낌도 강하다. 전후륜 커다란 휠하우스에서도 귀여움보다 독일의 단단함이 엿보인다.

 전면의 커다란 두 개의 눈에는 15개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돼 깔끔하면서도 첨단 이미지를 준다. 보닛은 날 선 형태로 만들어져 강인해 보인다. 범퍼는 현대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하단에 가로 크롬선이 들어간 공기 흡입구는 역동적이다.

 

 측면으로 돌아가면 비틀의 앞 코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확실히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뒤쪽은 해치백에 버금갈 정도로 짧아졌다. 2도어 쿠페 스타일에 따라 '롱 노우즈 숏데크' 방식의 표현법이 접목된 것. 그러면서도 비틀 고유의 형태적 특징을 모두 포함했다. 물방울 형태의 루프 라인은 뒤쪽으로 갈수록 하강 곡선을 그리며 쿠페 디자인을 완성하고, 앙증맞게 튀어나온 스포일러는 기능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한다.

 

 

 오히려 역동이 강조된 부분은 뒷면이다. 풍만한 포르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로코와 디자인 맥을 같이 한다. 후륜 휠하우스에서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선이 특히 그렇다. 범퍼는 투톤 처리됐으며, 트윈 머플러가 적용돼 마초적인 매력을 풍긴다.

 

 

 실내에서 두드러지게 개선된 부분은 시야다. 특히 A필러와 대시보드 사이에 공간이 줄어든 점이 마음에 든다. 기존에는 불필요하게 넓어 시야와 기능성을 방해받았던 기억이 든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개성적이다. 특히 각 장치들이 위치한 부분의 모서리를 곡선 처리한 점이 그렇다. 센터페시어 상단에는 왼쪽부터 오일 온도, 초시계, 터보 압력 게이지를 넣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실내에 재미를 더했다. 스티어링 휠 뒤의 계기반도 골프 등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공조장치 키 배열 방식 등이나 스티어링 휠 구성 등이 다른 폭스바겐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들이다. 시트는 버킷 타입으로 제작됐는데 약간 딱딱한 느낌은 있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위치 조정은 수동 방식을 따르고 있다. 매우 불편할 뿐더러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성능
 비틀에는 직렬 4기통 2.0ℓ 디젤 직분사 엔진, 즉 2.0ℓ TDI가 장착됐다. 이미 골프, 제타, 티구안, 파사트, CC 등으로 수차례 소개된 엔진이다. 변속기는 6단 DSG가 조합돼 140마력, 최대토크 32.6㎏R28;m의 성능을 발휘한다. 동력 성능은 골프와 동일하다. 다만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5.4㎞로 골프나 제타보다 조금 떨어진다. 이유는 타이어 크기나 서스펜션의 종류 차이 등에서 나타난다고 여겨진다.

 

 

 시동을 위해 키를 돌렸다.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귀와 몸에 전해진다. 어디까지나 폭스바겐이 대중차 브랜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흡차음재 장착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경쾌하다. 이전보다도 더 치고 나가는 맛이 도드라진다. 그동안 엔진 기술이 발전한 측면도 있고, 가속 순발력을 결정하는 토크가 센 이유도 있다. 뉴 비틀은 출발 상태에서 차가 뒤처진다는 느낌이 약간 있었지만 더 비틀은 누가 따라올까 금세 속도를 붙여 전진한다.

 

 비교적 초반 엔진 회전수인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이후의 가속에서도 무리는 없다. 급하지 않게 차를 밀어내는 실력이 충분하며, 속도는 오르내리는 일에 스트레스도 없다. 운전자 스스로가 속도를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안정적인 운동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아쉽다고 표현할 만하다.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역동을 강조하지만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 된 제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 주행 모드는 지원한다. 그래도 질주 본능을 충족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비틀은 온전히 달리는 맛으로 타는 차가 아니다. 스포츠카처럼 운전하길 원하는 사람은 같은 브랜드에 시로코R이나 골프 GTI라는 괜찮은 제품을 추천한다.

 

 급하게 회전하지 않는다면 곡선주로에서 안정성도 기본기가 탄탄한 폭스바겐답다. 직전주로 역시 안정적이다. 제동 역시 우수한 편이다. 정확히 서야할 때를 아는 차다. 역동적인 성격이 가미된 점과 독일차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하체는 조금 단단하게 느껴진다.

 

 

 ▲총평
 골프 인기가 지금 같지 않았던 진출 초기에 비틀은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위 팔리는 차로 분류되지 못했다. 형태의 재기발랄함 탓에 여자나 타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력 성능이 아니었다. 운전 편의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3세대인 더 비틀은 성별을 떠나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자는 역시 그 독특한 스타일에 눈이 갈 법하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그 당당한 형태적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 눈에 띈다. 남자는 2.0ℓ TDI로 증명된 동력 감성에 손맛이 있다. 아주 뛰어나진 않아도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비틀의 새 시대는 그래서 성공적이다. 가격 3,63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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