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에서 과다한 엔저(低)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저널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전례 없이 노골적으로 엔저를 밀어붙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본 재계는 과다한 엔저가 수출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원전 가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에너지값 상승이란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또 아베 정권이 소비세 인상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외국 투자자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면 일본 국채 투매와 엔저 가속화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저널은 게이단렌과 일본상공회의소 및 일본경제동우회 등 일본 재계의 3대 단체가 공동 주관한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이 아베의 적극적인 부양 기조를 환영하면서 한편으론 이런 우려도 제기했다고 전했다.

 

 중장비 제조회사인 고마쓰의 사카네 마사히로(坂根正弘) 회장은 "만약 '셀 재팬'(sell japan)이 초래되면 엔 가치가 한꺼번에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정권이 경기 침체 때문에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면 가뜩이나 취약한 일본 재정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음을 특히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의 공공 채무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닛산 자동차의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자(COO)도 "달러에 대해 엔 가치가 더 떨어지길 기대하지만, 투자자 신뢰가 무너지면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시바의 사카키 노리오 사장은 "엔저가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보탬"이라면서 그러나 "내가 크게 걱정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에너지 가격과 엔저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에 대한 엔 환율은 7일 87.80엔으로 지난 4일의 88.48엔보다 하락했다.

 

 그만큼 엔 가치가 반등했다는 얘기다.

 

 지난 4일의 환율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널은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대기업 다수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 수준까지 상승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엔·달러 환율이 1엔 뛰면 한해 운용 수익이 350억 엔 늘어난다고 집계했다.

 

 일본 2-3위 자동차 회사인 닛산과 혼다도 각각 200억 엔과 160억 엔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저널은 일본이 그리스처럼 되지 않을 것임을 도쿄 측이 외국 투자자에게 계속 확신시켜야 한다면서 과다한 엔저가 수입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경제에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경고도 일각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 편의점 체인인 로손의 니이나미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수입 비중이 큰 로손에 엔저가 이득이기도 하다면서 왜냐하면 수출업계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를 촉진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비세 인상 지연 등으로 외국 투자자가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어 일본 국채를 투매하는 것은 파국이라고 경고했다.

 


jksu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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