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 위치한 에스엘 본사

 

 최근 찾은 경북 경산의 헤드램프 전문업체 에스엘 본사. 이곳의 보행자 안전시험실에서는 초당 7000장을 찍는 카메라가 보행자와의 충돌상황에서 충격 정도를 정밀 분석하고 있었다.

 

 이어 들어간 3차원 측정실에서는 특수하게 고안된 정밀 프로그램이 헤드램프 부품의 10만분의 1mm 오차까지 잡아냈다. 헤드램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을 잡아내는 무향실과 중력가속도의 최대 100배까지 도달 가능한 진동실험실에 이르기까지, 에스엘 부품시험실에는 첨단장비가 즐비했다.
 
 에스엘 관계자는 "헤드램프는 차량 빛 과학의 총 집결체"라며 "부품시험실은 포드와 BMW같은 유수의 글로벌 업체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헤드램프는 렌즈와 벌브(전구·BULB), 이를 감싸는 베젤(BEZEL), 각종 전자제어장치(ECU) 등으로 구성되는 현대 빛 과학의 결정체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 디자이너들도 헤드램프의 디자인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헤드램프 디자인이 차량 전체의 브랜드 정체성을 결정지을 수 있어서다.

 

 기아차가 준중형 시장의 절대강자인 현대차의 아반떼를 잡겠다며 내놓은 신차 K3가 빛의 디자인이 적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사람의 눈썹을 닮은 K3의 헤드램프는 동급 최초로 적용된 LED 주간주행등(DRL·Daytime Running Light)이다.

K3의 주간주행등은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운전을 마칠 때까지 주행 내내 낮에도 불이 들어온다. 차량의 위치를 알려 사고를 방지하고 차 자체의 이미지 또한 한층 고급스럽게 해준다.

 

 K3에 들어가는 주간주행등을 납품하는 곳이 바로 에스엘이다. 기아차가 야심작 K3 디자인의 핵심인 헤드램프를 에스엘에 맡긴 것도 1954년 설립 이래 반세기 이상 헤드램프 개발 외길을 걸어온 업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에스엘 본사 공장 내부 모습

 

 이충곤 회장은 지난 1967년 취임 직후 30여년 동안 자동차부품 한우물만 파왔다. 그는 1970년대 자동차산업의 성장흐름을 읽고 주력제품을 자전거에서 헤드램프로 바꾼 뒤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투자, 지금의 에스엘을 일궈냈다.
 
 실제 2005년 완공된 에스엘의 중앙시험실은 국내에서 소음진동, 기계, 전자파 등 3부문에서 미국 인증기관 A2LA 인증을 받은 유일한 곳이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에스엘을 1997년부터 16년 연속 '올해의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한 바 있다.
 
 에스엘 관계자는 "LED램프는 기아 K시리즈 빛의 철학의 상징으로 근래에는 자동차들의 이른바 '빛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빛의 전쟁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엘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램프 부문 해외지사는 베이징을 포함 중국 내 3곳, 미국 2곳, 인도 1곳 등 총 6곳이다. 중국 베이징과 미국 테네시에는 올해 각각 40만대와 30만대의 추가증설이 완료돼 내년부터는 해외생산능력이 총 950만대로 늘어난다.

 

 에스엘의 주가는 올 여름 완성차 파업 등의 이슈로 지난 11월13일 1만550원으로 신저가를 경신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1만40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내년에는 GM을 비롯해 에스엘의 램프가 탑재되는 신 모델 출시가 잇달아 예정된 만큼 주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에스엘 관계자는 "사각지대 경고시스템과 야간보행자 감지시스템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본 기사의 저작권은 머니투데이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