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아게오(上尾)시에 위치한 UD트럭 본사 엔진 조립라인.

 한 직공이 실린더 블록(엔진 본체)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점검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 망치로 때려 견고함을 테스트 한 뒤 'OK' 신호를 보내자 실린더블록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다음 단계인 실린더 조립 공정으로 이동한다.

 

 10여분이 지나자 각 공정을 담당하는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실린더블록은 한 대의 엔진으로 변한다. 장인들은 가슴에 붉은 색 UD트럭 로고가 찍힌 회색 작업복을 입고 머리에는 파란색 볼보트럭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있다. 일본 닛산의 장인정신과 볼보의 기술력으로 UD트럭의 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지난 9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UD트럭은 상용차 전문 업체 볼보그룹이 2007년 일본 상용차 업체 '닛산 디젤'을 편입해 만든 브랜드다. 트럭 엔진과 차체 부문에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볼보가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의 '맨 파워'를 흡수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인 셈. UD트럭의 사명은 '최상의 신뢰성'(UD: Ultimate Dependability)'을 뜻한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00여명의 장인들 이름과 사진이 하나하나 표시된 게시판이다. 장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 20여명 정도의 '특급' 직공 이름이 게시판 제일 위에 올라와 있고 1급, 2급 직공은 그 밑이다. 모두 일본에서 실시하는 국가시험을 통과한 장인들이다. 이들은 조립공정의 핵심인 엔진 라인을 포함, 전체 370m의 조립라인 각 부문에 배치돼 '큐온 카고'와 '큐온 트랙터', '중형급 콘도르' 등 UD 트럭의 주력 모델을 만들어낸다.

 

 장인들의 기술이 공장을 움직이는 핵심인 만큼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차축과 머플러는 물론 무거운 엔진도 장인들이 직접 차체에 끼워 넣는다. 직접 차체와 각 부품의 연결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사를 조인다.

 

 장인들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작업이지만 서로 대화는 거의 없다. 수 십년간 숙달된 작업이기에 서로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정도다. UD트럭 아게오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45세. 다른 생산공장보다 평균 연령이 높다. 그만큼 작업 숙련도도 높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인들 가운데는 혼자서 엔진 전체를 조립할 수 있는 '마이스터'급 인력도 있다. 이들이 신입 직공을 작업장에서 가르치고 전체 생산라인의 흐름을 매끄럽게 한다.


 
UD트럭 공장 조립라인에서 한 장인이 '큐온 카고'의 범퍼 부분을 차체에 붙이고 있다.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높다보니 '맞춤 생산'도 가능하다. 고급 수입차에나 적용되는 '특별 도색'을 주문자가 부탁할 수 있을 정도다. 도료를 얇게 뿌리고 열처리를 하는 과정을 두 번 이상 반복하고 마지막에 특수 보호 테이프를 붙인다. 트럭 제작 과정은 의례 투박할 것이라는 상식을 깬다. 이렇게 주문생산되는 트럭이 아게오 공장 전체 생산의 20~30%에 육박할 정도다.

 

 볼보의 기술은 장인들이 작업장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다. 각 공정에는 한 번 작업에 필요한 만큼의 부품이 자동으로 운반되며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업 순서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나사가 헐겁게 조여질 경우 컴퓨터가 이를 감지해 라인을 멈추기도 한다. 일부 공정의 경우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 근로자가 2일 만에 숙달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볼보 생산방식'이다.

 

 품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최적화된 공장이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이날 아게오 공장의 생산 목표는 42대 수준이었는데 이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이 하루 120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동률은 35% 수준이다. 과거 주야 2교대로 1년에 4만대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주간에만 공장을 돌린다.

 

 UD트럭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서도 한국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품질 좋은 수입 트럭의 인기가 높아 판매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품질검사라인에서 3명의 장인들이 갓 만들어진 '큐온 카고'의 조립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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