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크로스오버라는 말은 본래 여러 장르가 겹쳐 연주된다는 음악 용어에서 유래됐다. 자동차에서 크로스오버 역시 여러 용도 및 성격의 혼합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가령 세단 같은 SUV, 4도어 쿠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비자 성향이 세분화되고 시장이 포화상태 이르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대두됐다.

 

 

 토요타에서 내놓은 벤자 역시 크로스오버 장르다. 외관 형태는 왜건이나 미니밴 같지만 SUV의 모습도 얼핏 서려 있다. 반면 주행 성능은 세단 특유의 편안함을 지향한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적절히 섞여 있는벤자 3.5ℓ 4WD를 시승했다.

 

 

 ▲스타일


 외관만 보면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양한 성격이 혼재돼 있어서다. 세단보다 높지만 SUV는 아니다. 왜건만큼 길지만 세단처럼 폭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플랫폼은 구세대 캠리와 동일하다. 때문에 전면 그릴에서 캠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앙 엠블럼에서 양옆으로 천사 날개처럼 뻗은 그릴이 그렇다. 하지만 헤드램프는 다분히 공격적이다. 특히 그릴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선이 매우 날카롭다. 주간주행등을 넣어 최근의 유행에도 충실했다. 일체형 범퍼는 상당히 크지만 하단에 위치한 안개등이나 공기흡입구는 작아 웅장한 분위기를 낸다.

 

 

 

 측면은 벤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근 유럽형 왜건의 특징이기도 한 쿠페 스타일이 가미됐다. C필러가 뒤로 갈수록 밑으로 떨어지는 형태다. 과거에는 뒷좌석 머리 공간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벤자도 마찬가지다. 휠 하우스는 풍부하면서 역동성이 부각됐다. 창문을 작게 만든 것은 프라이버시를 위한 품격이다.  

 

 

 

 후면은 숄더 라인을 옆으로 밀어 차체가 조금 더 넓어보이게 했다. 리어 램프는 심심할 것 같은 후면 디자인에 개성을 더했고, 머플러는 스포츠세단처럼 듀얼 방식이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벤자의 외관을 대변한다.

 

 

 

 

 

 

 실내는 그간 단점으로 꼽혀왔던 소재의 비고급화를 충분히 개선했다. 소재 질감 등도 시각과 촉감을 모두 만족시킨다.

 센터페시어는 비대칭 구조다. 운전자와 동승석 양 쪽 공간을 동시에 배려했다. 어디서 조작하든 불만이 생기지 않는 구조다. 토요타는 60:60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최상단 멀티미디어 모니터는 터치 방식으로 최근 토요타 차종들이 안전문제로 별도 컨트롤을 둔 것과 다른 방식이다. 기어 레버 주변과 센터 콘솔로 이어지는 공간은 활용성이 높다. 또한 시트는 편안한 느낌이다. 장거리 주행의 그란 투리스모를 연상케 하는 질감이다.

 

 

 ▲성능


 국내 판매는 4기통 2.7ℓ와 V6 3.5ℓ다. 시승차는 3,456㏄ V6 DOHC 24밸브 VVT-i다. 최고 272마력, 최대 35.1㎏R28;m의 토크이며,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ℓ당 8.5㎞(복합)의 효율을 낸다.

 

 

 시동을 걸어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과 소음을 느껴봤다. 역시 일본차 특유의 정숙성이 강점이다. 일반적인 대중차보다 고급성이 강조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높은 정숙성에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 시켰다. 풍부한 가속감이 느껴지지만 폭발적이지 않다. 페달을 밟자마자 스프린터처럼 튀어나가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여유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엔진으로 차를 천천히,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밀어낸다.

 고속으로 올라서는 데도 허덕임이 없다. 3.5ℓ 엔진은 견인력이 충분하다. 언덕, 평지 모두 힘이 모자라 달리지 못할 일은 없어 보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이지 않아도 속도를 무리없이 올린다.

 

 스포츠 모드가 존재하지만 스포츠 세단의 감성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엔진 회전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가속력을 높이는 방편이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용으로 쓰기에 적당하다. 애초 스포티 주행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안락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서스펜션 느낌이 단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물렁하지도 않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그래도 부드러운 승차감에는 틀림없다. 전반적으로 편안함을 원하는 주요 소비층이 만족할만한 감성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 역시 차의 성격이 반영됐다. 즉각적이진 않다는 이야기다. 제동은 여유로운 편이다.

 

 

 ▲총평


 한국토요타의 볼륨 제품은 단연 캠리다. 여기에 프리우스가 실적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몇 차종에 국한된 판매는 양날의 검과 같다. 주력 제품의 판매가 흔들리면 전체 실적에 미치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회사들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실적 누수를 보완한다. 최근 토요타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캠리와 프리우스 외에 시에나, 86 등 개성 있는 차종을 연속적으로 선보여 상품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벤자도 그런 흐름의 하나로 여겨진다. 토요타에는 이런 차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셈이다. 하지만 벤자는 상당히 공을 들인 차다. 정형화되지 않은 외관 형태를 통해 새로움을 선사하고, 소재의 고급화를 통해 상품성 향상에 주력했다. 여기에 토요타 특유의 품질과 주행 성능도 조합됐다. 대표 SUV인 RAV4의 판매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벤자는 언제든지 주력으로 올라 설 수 있는 차다. 가격은 5,200만원.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