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피니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56’을 봤을 때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마을버스’. 덩치가 커도 너~~무 컸다. 그전까지 ‘정말 크다’고 생각했던 아우디의 대형 SUV ‘Q7’보다도 컸다. 이쯤 되면 ‘초대형 SUV’라고 불러도 된다.

 

 인피티니도 이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QX56에 대해 “압도적 사이즈와 강인한 디자인이 존재감을 극도로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도로를 주행하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거의 포르쉐 수준이다.

 

 문제는 외관이 웅장하지만 멋있다기보단 ‘무식한’ 느낌이 더 든다는 것이다. 마치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비행우주선 혹은 대형 외계생물체의 헬멧처럼 생겼다.

 

 생긴 건 그렇지만 도심과 오프로드 모두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웠다. 7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은 뛰어났다. 8기통 5.6ℓ짜리 ‘VK56VD’ 엔진은 최대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1㎏·m의 가공할 만한 성능을 뿜어냈다. 이렇게 큰 차체를 날렵하게 움직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정숙성도 좋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이 엔진은 디젤용이 아닌 가솔린용이다. 연비는 조금 과장하면 람보르기니 수준. 이 차의 공인연비는 6.5㎞/ℓ. 실제 주행연비는 도심이 4.6㎞/ℓ, 고속도로가 5.0㎞/ℓ 정도였다. 조용하게 잘 달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외관 디자인을 ‘무식’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건 주관적인 견해이고 이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차체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져 있고 인피니티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박하고 심심한 실내 인테리어는 분명히 이 차에 걸맞지 않았다. 내부 공간은 차체가 큰 만큼 여유있고 안락했다. 3열로 구성된 시트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가 3075㎜에 달해 성인 8명이 넉넉히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차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탑재돼 있다. 전자식으로 토크 배분을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4륜구동 기술 시스템’을 비롯해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에 따라 조향각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프런트 라이팅 시스템’ 등도 갖췄다.

 

 주변을 압도하는 존재감, 정숙성, 만족스러운 주행성능, 첨단 기술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이 차의 가격은 의외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해 1억2200만원이다. 기자는 이 차를 보고 1억5000만원 정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억5000만원이든 1억2200만원이든 이 차의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 가격대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아우디 ‘Q7’, BMW ‘X6’ 등 여러 매력적인 차들이 명함을 내민다. 가격이 절반 수준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도 있다. 아…, 내겐 너무 부담스러운 그대, QX56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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