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시작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철탑농성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투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조는 17~18일 ‘현대차 3차 포위의 날’ 시위를 예고하고 있어 노사대립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쟁 피로감 호소하는 조합원 늘어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웹페이지 게시판에는 서둘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나 댓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번주 들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올라온 것만 15건 이상이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자신이 조합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4일에는 “전원 정규직화가 너무나 당연하지만 계속해서 투쟁하기엔 피로도가 높다”며 “지금 여론이 형성됐을 때 어떠한 성과물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15일에도 “지금 이 상태라면 모든 조합원은 (정규직으로 가는) 계단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전멸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지난 13일에는 오프라인 대자보가 아산공장에 붙었다. 실명을 밝힌 조합원 2명은 이 대자보를 통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관철시키기 위해 끝장투쟁하자는 것은 집행부에 대한 신뢰를 의심케 만드는 행위”라며 “현장정서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나아간다면 그동안 지회 집행부를 신뢰하며 믿고 따라준 조합원들은 더 이상 노동조합에 희망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울산공장서 ‘포위의 날’ 시위

 

 노조는 17~18일 울산공장 주변에서 ‘3차 포위의 날’ 시위를 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 시위에 조합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0~3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가 와서 참가자가 적었던 지난 2차 포위의 날 참가자(800여명)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한두 차례 더 지켜본 뒤 진전이 없으면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원의 투쟁 피로감이 높아지면 향후 조직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309일 크레인 농성으로 정리해고 철회를 얻어냈지만 이후 조합원 절반 이상이 노조를 탈퇴했다. 원창희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높은 수위의 투쟁을 지속할 경우 노조 내부에서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명분이 생겼을 때 농성을 풀고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5일 정규직노조, 비정규직노조, 금속노조, 사내 하청업체 등이 참여하는 ‘5자 특별협의’를 지난 8일에 이어 재개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인식/양병훈 기자 hais@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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