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버풀에 있는 랜드로버공장에서 직원이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를 420㎏ 줄인 4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 차체(바디)를 점검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영국의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브랜드 랜드로버는 지난 9일 모로코 남부 마라케시에서 본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사 자동차 기자들을 초청, 시승행사를 열고 4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를 공개했다. 차체(바디)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모델이다. 덕분에 차체 중량이 종전 3세대 모델보다 420㎏(39%) 가벼워졌다. SUV에 올 알루미늄 바디를 적용한 건 처음이다. 닉 로저스 랜드로버 차량 생산담당 디렉터는 “알루미늄은 강성이 강철에 비해 뛰어나면서도 중량은 3분의 1 수준”이라며 “부식에도 강해 강철구조 차량보다 수명이 두 배 이상 길다”고 말했다.

 

 랜드로버,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알루미늄 탄소섬유 등 신소재를 이용한 차체 경량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비 향상 효과는 물론 차체 강성이 향상돼 안전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연비와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신소재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다.

 

 알루미늄은 생산 단가가 비싸고 용접이 어려워 접합 방식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랜드로버는 항공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리벳본딩’ 기술을 차체에 적용했다. 리벳본딩은 로봇이 용접 대신 알루미늄 못(셀프 피어싱 리벳)을 박아 넣는 방식이다. 닉 로저스 디렉터는 “소재 원가는 생산량을 늘려 낮출 것”이라며 “100㎏ 가벼워지면 연비가 2% 향상되기 때문에 연비와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재”라고 강조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소재 변화와 함께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 8단 자동변속기 등을 적용해 종전 모델(구연비 기준 9.6㎞/ℓ)보다 연비가 22% 향상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알루미늄 바디를 적용하고 내외장에 탄소섬유를 사용한 ‘더 뉴 SL63 AMG’를 8일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알루미늄 차체 무게는 이전보다 140㎏ 가벼워졌고 비틀림 강성은 20% 향상돼 주행 성능과 안전성 및 연료 효율성을 보강했다”며 “연비는 종전보다 30%가량 개선된 7.8㎞/ℓ(복합연비)”라고 말했다.

 

 아우디도 중형 세단인 A6 모델에 강철과 알루미늄을 합쳐 만든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차체’를 사용, 중량을 135㎏를 줄이는 등 신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의 소재를 이용해 차체를 제작하는 ‘MSF 기술’을 개발했으며, 지난 9월 파리모터쇼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컨셉트카 ‘크로스레인 쿠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모델은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공차 중량이 1390㎏에 불과했다. 한동률 아우디코리아 차장은 “향후 생산 차에 MSF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브랜드들도 신소재 사용을 늘리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지난달 경량 마그네슘 메탈을 개발, 차기 모델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GM 관계자는 “마그네슘 무게는 강철의 75% 수준이며 알루미늄보다 33% 가볍다”며 “마그네슘으로 차체를 제작하면 두 자릿수의 연비 상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탄소섬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해 프랑크프루트모터쇼에 내놓은 컨셉트카 ‘GT’는 프로펠러 스타일의 알로이 휠 바깥에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했고, 세계적인 탄소섬유 제조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와 함께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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