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북미시장에서 판매한 일부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환경보호청(EPA) 검증 결과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2010~2012년형 20개 차종 가운데 13개 모델의 공인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비오류 차량은 90만대 가량으로 지난 3년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량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주력 언론에 즉각 사과광고를 내고 해당 차종의 평균 연비를 종전보다 3% 떨어진 갤런당 1~4마일 낮춰서 표기하기로 했다. 차량 매입자 전원에게 1인당 100달러 가량씩 모두 900억여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수익에 비해 보상금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고연비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 들었던 회사의 브랜드와 신뢰도는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일이 미국 연비시험 절차상의 규정해석과 시험환경·방법의 차이로 일부 주행저항 편차가 발견됐기 때문으로 고의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나 타이어 회전상태, 구동계통 마찰 등 각종 저항값을 현지 실정에 맞도록 설정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EPA의 조사결과 특정 차량의 연비차가 ℓ당 2.5㎞ 이상 벌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워치독과 일부 엘란트라 구매자가 현대차의 연비 과장광고에 대해 법원에 제소했는데도 미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미국 EPA가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10여개의 차종에 대해 무더기로 연비 조정권고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아무리 측정상 오류라고 해도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 전략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걱정된다.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이 자칫 도요타의 리콜사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도요타는 가속페달 등 차량결함으로 2009~2010년에 1천만대 이상을 리콜해 미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토요타는 리콜사태로 신뢰도가 급추락하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대응도 늑장으로 일관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기아차가 신속하게 진화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앞으로 연비가 문제가 된 차량을 확인하고 보상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품질 신뢰도는 작년 11위에서 올해는 17위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10월 판매량도 전달보다 4% 줄었다. 국내에서도 업체가 제시한 연비가 실제보다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비사태에 전방위적으로 대처해 파장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성장한 현대기아차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견제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106만7천대를 팔아 2년연속 100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연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공략이 큰 성과를 내면서 시장 점유율이 10%선에 근접하고 있다.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경쟁사나 소비자단체 등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번 EPA의 조사도 미국내 경쟁사의 민원 제기에 따른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자동차시장 보호를 위한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견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품질과 기술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험수준으로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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