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활발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고속 전기차 상용화가 시작됩니다. 누구든 돈을 내면 고속전기차를 살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앞 마당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부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용을 최대 8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일단 정부의 계획부터 살펴보죠. 정부의 전기차 지원책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먼저 기술개발 및 표준화 지원입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서둘러 개발하되 표준화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개발비 부담을 줄이면 완성된 전기차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겁니다.

 

 

피스커 카르마 전기차. 배기음은 오디오로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용화를 위한 관련 제도의 정비입니다. 기술개발 회사에는 세액을 공제해 주고,저속 및 고속 전기차는 안전성 규정을 완화해 주는 겁니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해도 같은 혜택을 줍니다.

 

 세 번째는 인프라 구축입니다. 공영주차장이나 공동주택 등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주차장 및 주택 관련 법정을 개정했죠. 또한 구입 때는 전기차 가격에서 동급 가솔린차 가격을 뺀 금액의 절반을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만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전기차,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외친 겁니다.

 

 전기차가 가시화되면서 전기차 개발 회사의 주가는 올랐지만 우울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경주의 한 부품회사를 찾았습니다. 자동차용 머플러를 제조하는 회사였는데 직원들의 우울한 표정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이야 전기차를 만들어 팔든, 내연기관차를 팔든 관계 없겠지만 부품회사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회사 경영자는 "우리의 협력사가 20여개가 된다. 전기차로 바뀌면 배기기시스템 자체가 없어져 머플러도 필요가 없게 된다. 부품회사는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 어찌 대책을 세우면 좋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물론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전기차 관련 개발에 뛰어들라는 조언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현대차 i10 전기차 
 
  

 실제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현대차 쏘나타를 잘 아실 겁니다. YF쏘나타는 초기에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그 전에 등장한 투싼ix만 해도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일명 'MDPS'를 채용했지만 YF쏘타나 초창기 모델은 MDPS가 배제됐습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죠. 나중에 전동식으로 바뀌었는데,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MDPS를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바로 부품업체 때문이었습니다. 쏘나타와 같은 생산량이 많은 차에 MDPS를 적용되면 유압식을 만들었던 부품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정 기간 시간적 여유를 준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준다고 유압식을 만들던 회사가 MDPS 부품을 바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일종의 정리할 시간을 내준 것에 불과합니다. 경주에서 만난 부품회사 CEO도 머플러 만들던 회사가 전기 부품 만들어 내지 못하고, 시간적 여유를 받는다면 그건 곧 회사의 정리절차를 의미한다고 한숨을 내쉬더군요. 이런 점을 보면서 자동차에 있어 패러다임의 변화는 산업 자체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닛산 리프 전기차 
 
  

 그럼에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의 다음 세대로 이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해갈 것 같습니다. 전기 1㎾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비용이 휘발유와 경유 1ℓ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지요. 에너지 수급은 여전히 논란이지만 전기차로 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배출가스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죠. 거대 정유사의 압력도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과제에는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는 겁니다. 제 아무리 친환경 연료를 만들어 낸다 해도 불에 태워 동력을 얻는 이상 배출가스는 존재하기 때문이죠. 

 

 자, 그럼 기존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전기차 관련 부품업체, 특히 핵심부품업체는 대기업도 있지만 중소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과 손을 잡고 전기차 관련 부품업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하는 것이죠. 전기차가 세상 모두를 지배할 것은 아니기에 이원화를 통해 기존 몸집을 유지하는 겁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의 연소율은 현실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모터의 파워와 배터리의 전기 저장능력, 그리고 인터버, 컨버터 등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겁니다. 이런 관련 분야에서 손을 내밀어 함께 가는 것이죠. 수많은 부품회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이라도 위기감을 느낀다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이 경우 전기차 부품 중소업체는 자금지원이 이루어져 훨씬 더 개발에 탄력을 받게 되지요. 수확은 천천히, 완전하게 익었을 때 둘이 함께하면 됩니다. 

 

르조 조이 전기차 
 
  

 역사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120년을 지배해 왔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에도 전기차는 이미 있었습니다. 뉴욕의 택시회사가 전기택시를 운행하기도 했죠. 하지만 충전 시간과 이용의 불편 등으로 내연기관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죠. 그런데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1분 안에 완전 충전이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현실로 도래하는 겁니다. 내연기관의 매력처럼 보였던 배기음의 즐거움은 이미 오디오로 모두 해결을 했죠. 전기차 타면서 배기음을 아이스크림처럼 골라 들을 수 있는 재미가 만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벤츠 SLS 전기차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전기차를 그간 몰라서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것일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후자입니다. 현대기아차 등의 대기업이 반대했기 때문이죠. 준비가 덜 됐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어차피 시작한다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또 다시 100년을 뒤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기존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의 생존전략에도 조금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들도 이 땅 위에서, 그리고 함께 공존하는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부품회사 CEO의 탄식이 계속해서 제 머리에 맴도는 이유일 겁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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