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7년래 최장기 하락일수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원-엔 환율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전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본차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국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화 민감도가 높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엔화 약세 조짐이 감지되던 지난 4월에는 일본업체의 엔저에 대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일본 업체들이 가격인하를 하지 않는 대신 환차익을 이용해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자동차금융을 강화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엔화 뿐만 아니라 달러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 원화강세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시장 평균환율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25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의 내년 평균 예상환율이 1076원인데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비중이 75%~8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과거처럼 환율변동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엔화 약세 역시 ‘심각한 악재’로 받아 들이고 있지는 않다.

 

 일본업체와 가장 치열한 격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1~9월까지 54만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9.5% 늘어난 것이다.

 

 대규모 리콜사태와 대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줄면서 일본업체에 점유율을 얼마간 돌려 주긴 했지만 재고수준이 역대 최저 수준일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일본업체들이 엔고를 피해 주력모델을 해외생산하고 있고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이 줄어 경쟁 자체가 제한적인 측면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원화강세나 엔화 약세 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환율변화에 대응해 준비를 해 왔고 여러 가지 대안들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우선 해외생산 공장 비중이 높아 환리크스 노출 정도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미 내년도 수출로 들어올 외화에 대한 헤지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중국 수출물량에 대해 위안화로 결제통화를 교체하는 등 외환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왔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통합플랫폼을 적용한 모델이 지난해 63%에서 올해는 72%로 늘어났고 내년에도 꾸준히 제값받기를 시도해 평균 수출단가**)를 높일 계획이다.

 

 엔저로 일본업체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공세를 하다고 해도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 질적 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입장이다.

 

 이 부사장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고가동률을 유지하고 재고비용을 최소하면서 끊임 없이 제값받기를 추진할 것”이라며 “질적 성장을 통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 공세는 예전에 비해 신경을 쓰고 있다. 엔저,원화강세로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에 시장을 일부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 뿐만 아니라 한국GM, 르노닛산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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