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을 가거나 국내에서 어학원에 등록할 때 하는 일이 있다.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이다. 리처드, 제임스, 라이언, 샐리, 안젤리나…. 한국 이름 외에 외국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이름으로 하나 더 짓는다. 외국인들도 경식이를 ‘켱쉭이’라고 힘들여 읽는 것보다 ‘리처드’라고 부르는 게 편하고 기억하기도 쉽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에서 사용하던 차명 외에 수출명을 새로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현지에 같은 이름의 차가 이미 있거나 △현재 차명이 외국 사람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이름이거나 △우리에겐 좋은 뜻이지만 다른 나라에선 부정적인 단어일 때 등이다.

 

 


현대차 '엑센트' / 기아차 '모닝' 
 


 
 ‘같은 차 다른 이름.’ 내 차는 어떤 이름으로 해외에서 달릴까. 궁금한가? 읽어보자.

 

 먼저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 미국에서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시다시피 엘란트라는 아반떼 이전 모델명이다. 한국에선 엘란트라에서 아반떼로 ‘환골탈태’했지만 미국에선 엘란트라 구형, 신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차 중 하나다. 참고로 현대차의 ‘i30cw’(왜건형)는 북미지역에서 ‘엘란트라 투어링’으로 팔린다.

 

 아반떼는 중국 시장에서 더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아반떼 HD는 ‘위에둥(悅動)’, 아반떼 MD는 ‘랑둥(朗動)’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다음은 소형 세단 ‘엑센트’.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러시아의 베스트셀링카 ‘쏠라리스’가 엑센트의 현지 모델명이다. 쏠라리스는 ‘태양’을 뜻하는 라틴어다. 엑센트는 인도에서는 ‘베르나’, 중국에서는 ‘루이나’로 각각 불린다. 현대차의 맏형 격인 ‘제네시스’는 국내명과 수출명이 대부분 같지만 중국에서는 ‘로헨스’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기아차의 중형 세단 ‘K5’도 이름이 여러 개다. 국내에선 ‘옵티마’, ‘로체’, ‘K5’ 순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옵티마다. K5의 형 격인 ‘K7’의 수출명은 ‘카덴자’, 대형 세단 ‘K9’은 ‘쿠오리스’다. 기아차의 K 시리즈는 국내용인 셈이다. 기아차의 막내인 경차 ‘모닝’은 유럽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한국GM은 글로벌 GM의 차명을 대부분 그대로 쓴다. 이 중 소형차 ‘아베오’는 한국과 유럽에선 같은 이름이지만 미국에선 ‘소닉’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쌍용차 '코란도C' / 르노삼성 'QM5' 
 


 
 한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 쌍용차도 국내외에서 한 이름만으로 팔리는 모델이 많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이전 모델 명을 사용하거나 새 이름을 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전략상 이전 모델명에 대한 인지도가 높으면 그대로 쓴다”고 설명했다.

 

 ‘코란도C’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이전 모델명인 ‘뉴액티언’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상한가인 픽업트럭 ‘코란도스포츠’도 해외에선 ‘액티언스포츠’로 통한다. 밴 모델인 ‘로디우스 유로’는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남미, 동남아 전지역에서 ‘스타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스타빅은 ‘Star’와 ‘Victory’를 조합한 말이다. ‘경쟁차종을 압도하는 뛰어난 다목적차량(MPV)’이라는 의미다.

 

 르노삼성차의 모델들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쓰고 있다. 해외에선 ‘삼성모터스’의 약자인 ‘SM’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준중형 모델 ‘SM3’는 멕시코 콜롬비아 등지에선 ‘스칼라’라는 이름으로, 중동 지역에서는 이름만으로도 더운 ‘써니’로, 중국에선 ‘플루언스’라는 이름으로 각각 팔린다.

 

 중형 세단 ‘SM5’는 유럽에서 ‘래티튜드’, 중동에선 섬유유연제와 이름이 비슷한 ‘샤프란’으로 불린다. 중국에 수출하는 대형 세단 ‘SM7’의 현지 이름은 ‘탈리스만’이다. 르노삼성 모델 중 해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차량은 SUV ‘QM5’다. 중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데 수출명은 ‘꼴레오스’다.

 

 수입차 중에선 크라이슬러의 대형 세단 ‘300C’가 이탈리아에서 란치아 로고를 달고 ‘테마(Thema)’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란치아는 피아트그룹 산하 자동차 브랜드다. 국내에서 ‘그랜드 보이저’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밴 모델의 미국 현지명은 ‘타운&컨트리’다.

 

 
 
 
 

 최근 국내에 신형 모델이 출시된 포드의 SUV ‘이스케이프’는 유럽에서 ‘쿠가’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다. 포드의 중형 세단 ‘퓨전’의 유럽 차명은 ‘몬데오’다. 우리에겐 반항적인 청소년들이 자주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라틴어의 ‘문두스’에서 유래한 말로 ‘세계’를 뜻한다.

 

 도요타의 스포츠카 ‘86’은 일본에서는 ‘하치로쿠’라고 불린다. 일본말로 86을 읽으면 하치로쿠다. 이 차도 이름이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GT-86’, 북미지역에서는 ‘FR-S’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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