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브랜드 유전자를 새롭게 진화시키는 것"


 1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진델핑겐. 낮고 널찍이 자리 잡아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유리 건물이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이 탄생하는 곳, 디자인 센터다.

 

 

 미래형 차량 에스세틱 F 125가 전시된 로비를 지나 프레젠테이션 홀로 들어서자 세 개의 턴테이블 위에 오른 차량 3대가 눈에 들어왔다. 콤팩트(소형) 세그먼트의 두 차종 A250과 B200, 그리고 내년 초 데뷔를 앞둔 미공개 신차다.

 

 "차량 옆면을 보면 앞에서 뒤로 갈수록 서서히 떨어지는 드로핑 라인(Dropping Line)이 있죠. 1930년대에 시작된 이 선은 A, B 클래스에 적용됐고 앞으로 나올 콤팩트카에서도 이어질 겁니다."

 

 승용차 외관 디자인 담당 시니어 매니저인 로버트 레스닉이 각 모델의 선과 면 한곳 한곳을 짚어가며 아시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이 프레젠테이션 홀은 디터 제체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멤버가 신차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장소다. 벤츠 측은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해 외부인은 물론이고 직원에게도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취재진에게도 카메라 반입을 금지했다.

 

 벤츠는 진델핑겐을 포함해 미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6곳에 디자인 센터를 두고 있다. 여기에서 20개국 출신 500명이 일한다. 차량 내외부뿐 아니라 기업·직물·패션·멀티미디어 등 여러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다.

 

 선행 디자인 시니어 매니저인 클라우스 프렌젤은 이런 다양성은 전 세계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트렌드의 반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고객이 벤츠의 디자인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디자인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형태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100년 이상 브랜드의 가치와 질을 디자인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신차 디자인에는 보통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며 신차 개발과 디자인이 함께 진행된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미리 내다보고 이끄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벤츠 디자인 전문가들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율이므로 비율이 망가지면 이후 작업은 아무 소용없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흐르는 물과 같은 자연을 디자인에 적용한다"는 등 세밀한 디자인 과정과 철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프렌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디자인에 있어 무엇보다 '전통과 미래의 조화', 나아가 '영속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우리 디자인의 세 요소는 전통·감정·진보입니다. 유전자 풀(Gene-Pool)을 진화시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죠. 한 세대가 타고 잊는 차가 아니라 벤츠 박물관에 영원히 전시되며 '좋은 차' 소리를 듣는 차를 디자인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출처-연합뉴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연합뉴스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