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2인승 스포츠 쿠페 시로코는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차다. 전자가 실용성에 기반을 둔 독일 병정과도 같은 단단함을 추구한다면 시로코는 유려한 디자인으로 보는 즐거움, 동시에 달리는 즐거움의 구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지난 2월 일반 시로코에 스포츠 패키지를 더한 R라인이 소비자에게 선을 보였다. 이어 9월에는 고성능 버전인 시로코R이 본격 출시됐다. 레이싱 유전자가 접목된 시로코R을 시승했다.

 

 

 ▲ 스타일
 기존 시로코 R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 곡선을 많이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곡선은 오히려 직선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역동성과 고성능에 어울리는 근육질 몸매가 느껴진다. 아프리카에 유럽으로 부는 바람의 이름인 '시로코'와 어울리는 형태다.

 

 

 패밀리룩이 적용됐지만 강력함이 느껴진다. 그려내는 분위기는 비슷하되 성격은 도드라지게 다듬었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크지 않다. 범퍼 부분에 대형 공기 흡입구를 그물 형태로 넣어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강조했다. 바이제논 헤드램프 장착으로 최신 유행에 동참했다.

 

 

 

 측면은 비교적 정돈됐다. 쿠페만이 가질 수 있는 형태적 아름다움에 폭스바겐 특유의 모던한 스타일이 접목됐다. 그러나 심심하지 않다. 19인치 알로이 휠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시로코 R라인의 휠 모양이 바람개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면 시로코R의 휠은 영화 벤허에 나오는 전투 마차 바퀴를 보는 듯하다. 성격을 대변한 부분이다.

 

 

 

 

 후면은 역동적인 전·측면에 비해 부드럽다. 풍부한 볼륨감이 아기자기하게 다가온다. 조금 더 성격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머플러는 양쪽으로 뺀 듀얼 타입이다. 뒷면에서 역동적인 느낌이 나는 부분은 이곳이 유일하다.

 

 

 

 

 실내도 시로코 R라인과 비슷하다. 하지만 R라인 곳곳에 사용한 무광 메탈 패널의 비중을 줄였다. R라인에 비해 강인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서다. 스포츠 버킷 시트가 채용돼 운전자가 과격한 주행을 하더라도 몸을 꽉 잡아준다. 차고와 시트 위치가 낮아 시트 가장자리는 타고 내릴 때 불편할 수 있다. 허벅지에 걸리기 때문이다.

 

 

 ▲ 성능
 시로코R은 가솔린 2.0ℓ TFSI를 장착했다. 변속기는 6단 DSG가 조합돼 최고 265마력을 내며, 최대 35.7㎏·m의 토크를 뿜어낸다. R라인과 비교해 출력은 95마력 높고, 토크는 동일하다. 성능적인 부분에서 R라인에 만족치 못했던 소비자를 만족시켜 줄 만한 실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5.8초, 최고 시속은 250㎞다. 연료효율은 ℓ당 11.2㎞(복합)로 측정됐다.

 

 

 엔진이 돌자마자 사운드가 귀를 때린다. 디젤과는 느낌이 다르다. 보다 공격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고성능을 표방한다면 역시 가솔린이 아직은 제격이다. 

 

 

 가속할 때 순발력은 충분하다. 19인치 광폭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며 반응한다. 여기에 가솔린의 풍부한 출력이 더해져 초반 가속은 흠잡을 구석이 없다. 저속이나 고속에서도 엔진은 끝없이 차를 앞으로 밀어낸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온다. 감가속에 특별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는다. 언제나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운전이 자유롭다.

 

 

 하체는 매우 단단하다. 독일차 특유의 느낌에 고성능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때문에 곡선 주로에서도 차가 흔들림 없이 돌아나간다. 버킷 시트는 몸집이 큰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은 몸과 밀착돼 역동적인 운전 묘미를 더한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여성들이 돌리기엔 버거울 정도다. 오로지 달리기 성능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벼운 것보다 고속에서 심리적으로, 기술적으로 훨씬 안정감이 있다. 제동은 나쁘지 않다. 정확하게 멈추고 달려야 할 때를 아는 차다.

 

 ▲ 총평  
 시로코는 지난 2월 R라인으로 국내 첫 출시됐다. 올해 8월까지 판매량은 350여대. 기본적으로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을 한 셈이다. 그러나 비판도 존재했다. 시로코 R라인을 스포츠 쿠페로 완전히 분류하기엔 성격이 모호했던 것. 특히 독일 현지에서 시로코R이 판매되는 상황에서 분위기만 흉내 낸 시로코 R라인은 어딘지 아쉬움이 남았다. 디젤만으로 시로코를 출시한 점도 한계였다.

 

 

 시로코R은 두 가지 비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디젤 한 종에 불과했던 빈약한 라인업을 보강하고, 일반형 위에 고성능 제품을 마련, 소비자 선택폭도 늘렸다. 역시 역동적인 달리기 성능을 원하는 남성 소비자의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로코 R라인의 남성 구매 비율(8월 기준)은 76.3%, 골프 2.0ℓ TDI의 64.0%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결국 시로코R의 등장은 질주욕망을 꿈꾸는 남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은 4,820만원이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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