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쫓아 미국 동남부에 앞다퉈 생산기지를 세운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최대의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동남부에는 독일의 벤츠ㆍBMWㆍ폴크스바겐, 일본의 도요타ㆍ혼다ㆍ닛산, 한국의 현대ㆍ기아가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 가운데 벤츠와 닛산, 폴크스바겐이 UAW의 집중 공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터스칼루사에 있는 벤츠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1곳에서 올 들어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에 대한 반감이 강한 동남부에 자동차 노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과정에서 UAW가 독일의 산별노조와 힘을 합치는 등 조직 역량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자동차 업체의 관계자는 "벤츠는 정보력이 다소 떨어지고 직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일격을 맞은 것 같다"며 "UAW가 벤츠 완성차 본 공장에 대한 공격 수순을 밟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UAW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차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을 상대로도 노조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기아차의 생산직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아 노조(Union for Kia)'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노조 설립을 위한 `1천500명 청원' 운동에 나섰다.

 


기아차 공장에는 3천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있으며 이들 중 1천명만 동의하면 연방노동위원회에 노조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

 

 기아차 공장 관계자는 "자칭 기아노조 모임에 속했다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 근로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처럼 외부 세력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근로자 사이에 동요하는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UAW는 지난 6월 새 이민법 철회를 고리로 미국 민권ㆍ인권지도자협의회와 연대해 현대차 대리점 앞에서 가두 시위를 벌이는 등 현대차에 대해서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도 벤츠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며 "일본 업체 에서는 흑인이 생산직 근로자의 70%가 넘는 닛산에 대해 UAW가 인권문제로 빌미로 공격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UAW가 우군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면적이고 동시다발적인 대공세를 펴고 있지만 노조 활동에 부정적인 동남부 특유의 정서 때문에 뜻을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자동차 빅 3가 흔들리면서 조합원이 급감한 UAW가 불모지인 동남부에서 활로 개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이곳은 동북부와 달리 보수적인 기독교의 영향력과 가족중심주의가 매우 강해 제3자가 개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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