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라면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책임공방만 벌이고 정작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더군요.”

 

 지난 20일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어려운 회사의 사정을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규모 정리해고의 타당성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정리해고가 끝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쌍용차가 여전히 과거 논란에 휩싸이면서 회사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대로 간다면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투자를 철회하고 쌍용차가 다시 공중에 뜰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겨우 일어서려는데…”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24일 “쌍용차는 2009년 부도 직전까지 갔다가 지난해 5년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며 “내년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압박을 해오니 직원들이 다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1988년 동아자동차를 쌍용그룹이 인수하면서 쌍용차로 사명을 바꾼 후 모기업이 세 번 바뀌는 굴곡을 겪었다. 1998년 대우그룹에 이어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지분을 넘겨받았고 2009년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뒤 지난해 3월 마힌드라가 인수했다. 무쏘와 코란도, 렉스턴 등 국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에서 히트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주인이 바뀌는 동안 신차 개발이 지연돼 1999년 59%에 달했던 SUV 시장점유율은 2009년 7%까지 추락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신차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W 등 꾸준히 신차를 내놓았고 시장점유율은 3년 새 14%로 두 배 늘었다. 매출도 2010년 2조705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35.2% 늘었으며 올해는 3조원, 내년에는 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1533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 상반기에도 5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연말까지 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매출을 늘리고 흑자전환하려면 신차 개발이 필수”라며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결정할 사안인데 정치권에서 법적으로 종결된 문제를 갖고 압박을 해오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마힌드라 철수하면 대량 실직”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쌍용차 이사장(사진)은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치권이 쌍용차의 발목을 잡는다면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를 회수하고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수장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항의의 뜻이 담긴 서한을 보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표현은 점잖았지만 부당한 정치권의 압박은 쌍용차에 대한 1조원가량의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직과 사무직 외에 하청업체까지 합하면 1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쌍용차에 목을 매고 있다. 1차 협력사만 230개이고 정비부문 종사자도 3500명에 이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손을 뗀다면 또다시 대량 실업자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이건호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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