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이 한 개 쯤이야. 안됩니다. 불량은 절대 한 개라도 안됩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변속기 제조 공장안에는 이 같은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완성차 업체로서는 세계 최초로 후륜구동 전용 8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현대파워텍은 0%에 가까운 불량률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다단변속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차의 에쿠스와 제네시스, 기아차 K9 등 고급 세단에 적용되고 있는데, 변속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0년대 현대차 포니에 적용한 3단 자동변속기는 일본 도요타 계열사인 아이신 제품, 엑셀에 장착된 3단 자동변속기도 일본 미쓰비시에서 수입해 적용한 제품이었다.

 

 불과 20여년 전인 1988년 이전까지 이처럼 일본제 변속기를 들여와 단순 조립 수준에 머물렀던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 볼 때, 지금의 현대차 변속기 기술력은 놀랄만한 일이다.

 

 현대파워텍 2공장은 350여명의 근로자가 6속 변속기를 제조하는데 남녀 구성비가 50:50이다. 여성들의 세밀한 손끝 놀림이 변속기를 생산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곳 근로자들의 평균 나이는 32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다.

 

 

 

 이곳에서는 연간 50만대의 변속기를 생산한다. 공장 내부는 웬만한 반도체 공장 못잖을 정도로 깨끗하다. 변속기 케이스 튜닝이나 부품조립, 가공라인, 기어라인, 밸브바디 생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립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를 살펴볼 때는 산업용 비디오 내시경으로 체크할 정도다. 가공홀 내부의 결함이나 소재상 균열, 소재기포 발생 등의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공장 내부의 실내온도는 평균 25도를 유지한다. 생산공정은 액상 알루미늄 원재료를 금형으로 주조해 변속기의 케이스용 소재를 생산하는 소재공정부터 기어류를 열처리하는 공정과 판금, 케이스 가공, 조립공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로봇이 처리한다. 전체 공정의 자동화율은 98%에 달한다.

 

 4공장에서는 그랜저와 싼타페, 쏘렌토, K7 등에 들어가는 6단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는데, 4년전부터는 노이즈(소음, 진동)을 테스트하는 신기술인 ‘3바코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현대파워텍에서 생산되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중국의 장성기차와 화신기차, 크라이슬러, 닷지, 짚, 포드 등에 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후륜 전용 8단 자동변속기 개발과정에서 설계를 담당했던 김진석 현대파워텍 연구원은 “자동변속기에서는 유성기어와 클러치, 기어가 연결되는 레이아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경쟁사가 미리 받아놓은 특허를 피해 독자 레이아웃을 마무리 짓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파워텍이 개발할 당시 경쟁사들의 8속 변속기 관련 특허는 무려 300~1000건에 달할 정도여서 이를 피해 독자 기술을 적용해 설계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연구원은 “미리 정해진 개발일정에 맞춰 상품성과 경쟁력을 갖춘 8단 변속기의 설계를 끝내기 위해 1년 365일 중 주말에도 회사에서 밤샘 작업을 진행했었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현대파워텍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 관련 특허는 출원건만 100여건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김영배 현대파워텍 책임연구원은 “현재 변속기 기술력은 독일의 ZF社가 최고로 꼽힌다”며 “현대파워텍에서 ZF의 기 술력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경주를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ZF에서 생산된 변속기는 포르쉐나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부분 고급차에 적용된다.

 

 현대파워텍은 정밀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지닌 프리미엄급 변속기를 개발해 ZF사를 따라 잡겠다는 각오다. 현대파워텍은 1년 내에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향후 10조 규모가 되면 해외 수출량은 전체의 30%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영선 기자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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