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2000년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실시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1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희망퇴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생산직 근로자들의 신청이 예상보다 적어 향후 이들 직군을 대상으로 2차 희망퇴직을 받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과 내수 판매 부진에 따라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가 생산라인에서 차량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제공  
 
 

○직원 1000여명 “나가겠다”

 

 7일 르노삼성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르노삼성이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부문(1000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총 1000여명이 신청했다. 르노삼성은 당초 전 직원(5500명)의 30%가량인 1500명을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다. 회사 측 목표치보다는 적지만 실제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깼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회사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많은 보상을 받고 나갈 수 있을 때 퇴직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카를로그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곤 회장은 경영난에 빠진 닛산의 사령탑을 맡아 과감한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을 단행, ‘코스트 킬러(cost-killer)’ ‘코스트 커터(cost-cutt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곤 회장은 지난 7월 한국을 찾아 1700억원을 투자해 닛산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내용의 회생안을 내놓기도 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2차 희망퇴직’ 가능성

 

 

 르노삼성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신청한 1000여명 중 700명가량이 사무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300명 중 80%가량이 희망퇴직 의사를 밝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사무직은 예상보다 희망퇴직 신청이 많이 몰려 예정된 마감일인 7일보다 앞선 6일까지만 신청을 받고 조기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생산직은 300명 미만이 신청하는 등 참여가 저조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연내에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2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대형 세단 SM7의 실패와 SM5 등 다른 차종의 판매 부진으로 긴축 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올 들어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하지 않고 있다. 시간당 생산대수를 나타내는 UPH를 종전 60에서 지난 4월부터 50으로 낮췄다.

르노삼성 고위 관계자는 “판매실적이 악화하면서 부산공장 직원들의 일감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주 1회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는 ‘비가동일’을 운영할 정도”라고 전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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