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유럽 시장은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르노와 오펠, 푸조, 피아트 등의 유럽 시장 내 할인공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럽 내 신차 판매가 20% 이상 하락하자 공장 가동에 빨간불이 켜진 유럽 제조사들이 결국 마진을 전면 포기하는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평균 1만5,000유로(한화 2,170만원)에 판매됐던 C세그먼트 차종의 할인액은 최대 5,000유로, 우리 돈으로 700만원 이상까지 높아졌다. 기업의 마진 포기가 곧 소비자 이익 증대임을 감안하면 유럽 업체의 시장 공략은 이른바 '노마진 폭탄 세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사상 최대 할인에 나선 유럽 업체와 달리 현대차가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1,800유로(한화 260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미국을 방문, '제값 받기'를 주문한 마당이어서 유럽 내 소비자를 위한 현대차의 추가 할인 제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최고 경영자의 전략적 판단이 없다면 유럽 호황은 반짝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요즘 현대차 유럽법인 사람들은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경쟁 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최근 2년간 쏟아낸 신차로 막아내는 중이지만 폭탄 세일 앞에선 신차 효과도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유럽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성을 구비해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이상 '가격'은 여전히 신차구매의 핵심 요소이고, 유럽 내 주력 차종이 대부분 소형차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민감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08년 리먼 사태가 불거졌을 때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위기에 몰리자 폭탄 할인에 나섰고, 금융 지원을 받은 후에는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연장전을 펼쳐 점유율을 높였다. 또한 2010년 토요타가 리콜 상태로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자 미국 진출 이후 최초로 무이자 할부를 내놓고 한 달 만에 무려 30% 이상 판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신차 구매 때 가격이야말로 소비자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작정 할인폭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 업체들은 목표가 공장 가동이지만 현대차는 수익 증대이기 때문이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수익을 일부 포기하느냐, 아니면 대당 수익은 지키되 판매량 하락을 지켜볼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의 위기에서 수익과 판매증대 두 마리 모두를 이뤄낸다면 그것은 곧 브랜드의 도약과 직결된다. 쉽게 보면 유럽 대중 브랜드를 뛰어 넘어 프리미엄 시장 진입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현대차의 결정에 더더욱 눈을 뗄 수 없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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