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모든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므로, 현기가 망해도 다른 회사가 등처먹을 것이다...


그럴듯해보이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 미국에선 자동차 회사들이 등처먹고 싶어도 못 하거든요. 현기도 미국에선 착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죠.


그럼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질까요? 미국은 많은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 체제가 구축되어 있지만 한국은 과점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과점시장에서는 공급자의 파워가 소비자의 파워보다 세기 때문에 공급자 주도로 시장이 흘러갑니다. 한국에서 현기가 저렇게 하는데 굳이 쉐보레나 르삼이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죠. 현기랑 발맞춰 가기만 해도 점유율은 유지되니까요. 그렇다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혼자만 가격 떨어뜨리거나 품질 더 높여서 경쟁력을 높이면 서로 출혈 경쟁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하기 어렵습니다. 또, 국내는 현기의 브랜드 파워가 압도적이라서 작은 차이로는 고객이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담합하지 않더라도 담합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서로 이득을 보는 거죠.


그런데 현기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 않고 5개 업체의 점유율이 비슷하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약간의 가성비 향상으로도 점유율이 쉽게 흔들립니다. 쉐슬람들은 마치 말리부가 파워트레인만 업그레이드 되면 당장이라도 소나타 잡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무리 말리부가 좋아져도 소나타는 커녕 SM5도 못 잡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밀리기 때문이죠. 근데 만약 현대와 쉐보레의 점유율이 비슷하다면 브랜드 파워도 비슷해지고 그러면 말리부가 약간만 개선해도 점유율이 크게 변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죠.


또, 만약 5개 업체의 과점 상태가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양산 브랜드 수입차들이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에 차를 내놓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번에 도요타가 캠리 가격을 거의 소나타 풀옵 급으로 내려서 판매량이 폭증한 것처럼, 닛산이 미친 척하고 알티마를 2500에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처럼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그럼 현기도 더 이상 지금처럼 사업할 수 없죠.


어쨋든 중요한 건 경쟁이고, 지금 현기의 존재로 인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르삼이나 쉐보레나 쌍용이나 현대는 커녕 기아도 잡을 생각 안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현기의 점유율이 많이 떨어진다면 다시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그러면 그게 소비자의 이득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실제로 현기가 매우 잘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기가 지금 잘하고 있어도 현기의 점유율이 더 내려가면 경쟁이 심화되서 더 잘하려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고로, 현기를 까서 현기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유익합니다. 심지어 현기 소비자들에게도 말이죠.


그러니까 다들 현기를 깝시다. 쉐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