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가르치다가

제 좌우명이

"죽을 고비 넘기지 않는 한 사람 안 변한다" 라고 하면

애들이 너무 씨니컬 한 거 아니냐

선생님은 희망도 없냐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얘기합니다

정말로 변하고 싶으면

죽을만큼 절실하게 뭐 해보라고

그러지 않고는 변할 수 없으니 대충하려거든

애시당초 큰 꿈 꾸지 말고

아주 작은 변화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합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 하냐고 물으면

 

첫 번째로 제 경험 얘기합니다

한 달만 가르쳐 보면 어떤 애인지 대충 통밥이 잡힙니다

공부든 성향이든 특이한 재주든 천재성이든...

가르치면서 제 예상하고 달랐던 학생이 지금까지

열 손가락도 못 채웁니다

그만큼 사람 달라지기 힘들죠

죽도록 노력하지 않으면요

 

두번째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우리 의식이 삶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실체는 다음 세대에

정확하게 1/2 만큼밖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5세대 정도 지나가면 실제적으로 우리는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전자는 다음세대에 99.99프로 전달됩니다

그들은 우리를 이루고 있는 프로그램 같은 거라서

실제로 우리 인간은 유전자가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입는

그냥 옷 같은 존재라는 거죠

 

그럼 인간이 너무 비참하지 않냐고요?

그래서 책의 저자는 "문화"를 얘기합니다

유전자가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가지는 이기적 속성을 넘어서는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

유전자가 명령하는 이기성을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의지가

문화속에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어찌보면 스스로를 구성하고 있는 99.99 퍼센트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죽이는 뼈를 깍는 고통을 받아들여

0.001 프로도 되지 않을 그 가능성을 스스로 속에

꽃 피울 수 있는 아름다운 인간이 몇이나 될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살면서

유전자의 이기성을 극복하고 자신이 하나의 문화가 되셨던 분을

만난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에서 가르치셨던 김우창 선생님

그리고 능인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셨던 정동식 선생님 정도...

 

선행을 할때 조차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런 흔하고 흔한 사람들이 아닌

스스로가 기준이 되는 객관성과 인간주의를 이룬 인간은 정말 드물죠

 

저도 언젠가는 죽겠지만

제가 죽어서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그 분들과의 기억이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지는 겁니다

그런 분

그런 아름다운 분

그렇게 되는게 정말 쉬울까요?

 

사람 안변합니다

죽을 고비 넘기지 않는 한

 

물론 저두 예외가 아니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