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 국게가 좀 꿀꿀하네요.

 

비가 잘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삼실 직원이 첫차 사는거로 고민 하길래

 

저도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르길래 몇 글자 찌끄려 봅니다.

 

 

 

96년도 초반. 이제 막 면허 딴지 얼마 안된 초보 운전티를 벗어던지고

 

명절날 시골 내려갈 때나 한번씩 아버지 차를 몰아보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들 차를 몰래몰래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스리슬쩍 부모님 차키도 복사하고~

 

그렇게 점점 어머님 차가 제차가 되기 시작한 시점이 96년도 늦가을이었습니다.

 

 

 

 

 

 

 

그차가 바로 기아의 캐피탈 DOHC였습니다.

청남색 색상이었는데 완전 쵼티나는 차량이었습죠.

 

그당시 대학가면 차사준다는 부모님 약속이 있었지만....그건 고등학교때 약속이었고

 

막상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엘란트라를 사달라고 했을 때 조르고 조르니

 

제 손엔 걍 91년식 캐피탈DOHC 핸들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제겐 어~~엄청 과분한 차량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엔진이야 1.5리터지만 그당시 기준으론 중형차였으니까요.

 

돈벌이도 못하는 이제 막 성인의 길에 들어선 녀석에겐 과한 차량이였죠.

 

잘 안모는 차량이기에 제가 타고 댕길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그당시 어른들 기준으론

 

눈쌀찌프리는 과분한 처사였습니다.

(이당시 삐삐나 시티폰, 핸드폰 조차 '애들이 뭐 그런게 필요하냐?' 라는 풍조가~~~)

 

 

여차저차 사진상의 딱 이차가 생겨서

 

저는 여자 친구와도 쉽게 데이트 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 주말이면 서울 근교로...겨울방학 땐 전국으로 여행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아파트 주차장에서 세차도 하고 왁스도 메겨주었구요.

 

사진 좌측 콤비네이션 램프처럼 투명 깜박이로 바꾸어 주기도 했습니다.

(뭐...드레스업 정도? ㅎㅎ 앞뒤 투명 깜박이가 왜케 세련되어 보이던지...누리끼리한 깜박이란..ㅠㅠ)

 

 

 

우에끼나 제 명의의 첫 차량은 아니지만 제겐 엄청 과분하면서도 많은 추억을 준 녀석입니다.

 

고속도로에서도 시원스럽게 나아가 주었고

 

풍절음 따위는 카세트 테잎의 태지 형 목소리로 커버가 되었습니다.

 

에어컨도 아버지의 프린스에 비하면 덜 시원했지만 그래도 만족했구요...

 

프린스 오토는 기름을 많이 먹었지만 1.5리터 심장에 스틱이었던 캐피탈은

 

기름값이 그당시 리터당 약 630원을 좀 넘는 수준이었어서 일주일 5만원 용돈으로

 

커버 가능했더랬죠.

 

 

비록 제 차에 자극받은 제 친구는

 

간혹 아버지의 머큐리 세이블을 끌고 나와 제 기를 죽이긴 했지만....

 

 

 

 

97년 추운 겨울....

 

눈길에 미끌려 큰 사고가 나서 폐차하기까지 제 기억 속엔

 

많은 추억과 기억, 그리고 뼈아픈 첫 사고를 안겨준 녀석이었습니다.

 

보배에서 Y2소나타, 액셀밴 등의 레어 차량을 복원하시는 회원님들을 보면

 

저는 여력이 된다면 주저없이 이녀석을 다시 복원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애키우는데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