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넘이 하나 있는데

결혼한지가 지금 20년이나 되었는데

이 친구 마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도무지 외부에 나오지도 않고

그 집에 간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나만 그 비싼 마눌님 못 본 줄 알았더니

결혼식 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본 적 있는 친구가 없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남의 일에는 관심이 많아서

술자리 끝까지 남아서 꼭

마지막 남은 친구와 남의 집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면 괜찮은데

그 담 날에 누구 마눌은 어떠니 저떠니

얼굴이 어떠니 저떠니

음식 솜씨가 어떠니 저떠니

매너가 어떠니 저떠니

집 청소는 어떠니 저떠니...

농담으로 그러는 건 이해가 되지만

엄청 진지하게 평가를 해댄다

 

사람이 이 정도 되니까

이제 친구들도 그 친구 슬슬 피한다

하지만 그 친구도 곤조는 있어서

술자리 있을때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끝까지 끝까지 술자리에 남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남의 마누라 총평을 해댄다

 

그래 안다

우리 마누라

누구보다 몬생기고

성격도 좀 있구 나도 안다

하지만 우리 마누라 된장찌개도 잘 끓이고

김치도 잘 담그고 시부모님 한테 잘하고

내 속옷 맨날 챙겨준다

누구처럼 외국 유학에

박사학위에

기막힌 비율을 자랑하는 몸매는 아니지만

울 마눌도 잘 하는 게 있으니까 같이 사는 거다

 

한 번쯤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뻔해지는데 그걸 못하는 그 친구 볼때만

정말 치사 개개개 빤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게니까 차 얘기 한 마디 하자면

자기가 타는 차는 밝히지도 않으면서

남이 타는 차는 별 시시콜콜한 걸루다가 다 트집잡는 인간이 있다

그래 내 차 별루 않좋은 국산차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고 맘에 드는 구석이 있으니까 타는 거다

 

지차 밝힐 용기 없는 인간들은

남의 차에 대해 시시콜콜 얘기할 자격 없다고 생각한다

 

차가 없는 분이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차든

아니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차든

그런 거라도 밝히고 남의 차 까야 예의라고 생각한다

 

지 마눌은 못보여주고

남의 마눌은 다 까대는 그런 개개개 치사한 인간이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