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라일리(사진) GM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이 1일 긴급 방한, GM대우 지원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과 GM대우측은 뭔가 본사 차원의 '선물'을 기대했지만, 결국은 '빈 손'이었다.

미국 디트로이트 GM본사 방문을 마치고 중국 상하이 아ㆍ태본부로 돌아가는 길에 서울에 들른 라일리 사장은 이날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은 힘들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라일리 사장은 "미국 정부가 GM에 투입한 자금은 현지 사업장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GM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현재 국내 채권은행들은 대주주인 GM본사의 자금지원이나 희생 없이, 채권단만의 유동성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은 이와 관련, "본사의 지원약속이 있어야만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일리 사장이 '본사 지원불가'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채권단도 유동성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결국 극심한 유동성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GM대우는 점점 더 헤어나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라일리 사장은 이어 'GM대우 유동성 위기에 본사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 경기가 악화돼 갑자기 약세로 전환 되는 바람에 많은 환손실을 봤다"며 "GM대우의 유동성 문제는 본사와 상관없이 세계적 경기침체와 원화환율 급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은행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 주인(대주주)이 '자기 책임이 아니며 지원할 수도 없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라며 "대주주 희생과 책임없는 금융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채권단이 단독으로 GM대우지원에 나설 경우, 다른 유동성위기 기업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라일리 산업은행측이 '대주주 선(先)지원을 전제로 GM대우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GM대우의 주식구조를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산업은행이 지원에 대한 보장방안으로 GM 소유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요구한다면 향후 몇 주 동안 다양한 제안을 놓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