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6단 AT와 변속기 다단화의 흐름

파워 트레인의 진화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조건에서는 여전히 100년이 넘게 변함이 없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지금도 끊임없는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그것은 물론 ‘좀 더 강한,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의 개발이 주다. 특히 수소 에너지의 사용과 전기차의 실용화가 생각보다는 진척이 되지 않으면서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효율성 제고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엔진에서는 직접분사방식의 채용이 확대되면서 터보차저가 가솔린과 결합해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도 출력은 대폭 증강시킬 수 있는 시대로 발전해 가고 있다. 더불어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선택환원촉매)시스템의 채용으로 디젤엔진의 사용 폭이 확대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수준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최근 등장하는 독일산 2.0리터 엔진보다 그랜저에 탑재되는 2.7리터의 파워가 더 떨어진다. 같은 양산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가솔린 엔진 2.0TSI의 성능은 최고출력 200ps/5,100~6,000rpm, 최대토크 28.6kgm/1,700~5,000rpm인 것도 있는데 반해 현대 그랜저에 탑재되는 2.7리터 사양은 각각192ps/6,000rpm, 25.6kgm/4,200rpm다. 새로 개발한 디젤 R엔진도 흔히 말하는 클린 디젤로까지는 분류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최근 들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파워트레인의 기술력 축적을 보여주고 있다. 엔진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한데 이어 변속기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선 보인 현대의 6단 AT는 물론 현대파워택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개발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대자동차에 의한 것이다.

많은 메이커들이 전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는데 반해 토요타와 GM등 규모가 큰 메이커들은 비용저감 차원에서 직접 개발 생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현재의 규모라면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고 그래서 6단 AT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비개선이라고 하는 시대적인 흐름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트랜스미션은 그 엔진의 파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구조도 다양하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게는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자동변속기의 다단화와 무단 변속기, 그리고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싸우고 있다. 싸우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비용 등의 이유로 각 메이커마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큰 폭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차량 가격을 높일 수 없어 양상 브랜드들에게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게 보아서는 자동 변속기의 다단화와 수동변속기의 듀얼 클러치화에 의한 자동화가 대세다.

우선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은 폭스바겐을 필두로 포르쉐, 아우디, BMW, 페라리, 닛산자동차 등에는 가로배치 DCT가, 포드, 볼보, 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등은 새로 배치 DCT를 채용하고 있다. DCT를 만드는 주요 업체로는 게트라그(Getrag)와 ZF, 아우디, 폭스바겐, 보그워너, 그리고 일본의 에이지기계공업 등이 있다. BMW와 페라리는 게트라그제를 포르쉐는 ZF제를 각각 사용하고 있다.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자동변속기의 주요 업체들로는 독일의 ZF와 일본의 아이신, 아이신AW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6단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는 메이커로 부품업체로는 ZF와 토요타 계열의 아이신, 아이신 AW , 닛산의 계열사인 쟈트코 등을 들 수 있으며 완성차회사로는 2006년 토요타와 GM/포드 공동에 의한 것,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세 번째다.

그리고 2003년에 다임러가 7G트로닉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7단 AT를 선보였고 2006년에는 토요타가 렉서스에 8단 AT를 채용해 주목을 끌었다. 2008년에는 쟈트코사가 개발한 7단 AT가 닛산의 인피니티 FX50에 채용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ZF사의 8단 AT가 BMW의 모델에 채용되어 선 보일 예정이다.

그러니까 DCT의 채용 확대와 AT의 다단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효율성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함이 주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모델들 중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인 포르쉐의 PDK는 911카레라를 통해 연비를 12%나 향상시켰다고 발표하고 있다. 부품업체의 발표 중에는 보그워너사는 14%, 게트라그 포드사는 10~20%의 연비를 개선했다고 한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ZF사의 자료에 따르면 3단 AT보다 4단 AT가 6%, 다시 4단보다 5단이 2%, 5단보다 6단 1세대가 5%, 2세대가 다시 3%, 그리고 8단 AT로 진화하며 다시 6%의 연비 향상을 이루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자사개발 6단 AT는 가로배치 엔진을 위한 것으로 기존의 5단 대비 부품 수를 62개 줄여 무게를 12kg 감소했고 연비도 12.2%나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대 R&D 센터에서 개발된 6단 변속기는 300개 가까운 특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단수가 하나 늘어났지만 5단 보다 12kg 가벼운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부품 수를 62개 줄이는 한편 토크 컨버터의 길이도 12mm 줄였기 때문. 이 때문에 기어박스의 길이도 41mm 감소했다. 물론 모든 기계장비가 그렇듯이 컴퓨터(TCU :Transmision Control Unit)로 제어가 되고 그 로직이 얼마나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느냐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진정한 상품성은 시간이 지나야 올바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토크 컨버터이다. 토크 컨버터는 유체 커플링이 엔진의 동력을 변속기로 이어주며 기계적인 클러치를 대신한다. ATF(Automatic Transmision Fluid)로 불리는 변속기 오일은 각 부품의 윤활은 물론 부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동변속기와 달리 자동변속기에서의 오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며 제 때 갈아줘야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작년에 선 보였던 GM 대우 라세티에 채용된 6단 AT가 이 부분에 문제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6단 자동변속기도 토크 컨버터의 내구성 등 입증해 보여야 할 부분이 아직은 남아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출시를 목표로 8단 AT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세대로라면 DCT도 개발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소식은 없다.

또한 6단 AT의 토크용량은 400Nm(약 41kgm)로 채용 모델에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특히 2008년 말 공개한 신 개발 디젤 R 엔진을 탑재할 모델에도 같은 6단 AT가 조합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이다.
(2009 현대 그랜저 Q270 6단 AT 시승기 중에서)

                        출처 - 글로벌 오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