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는 미니밴의 원조이며 크라이슬러의 달러박스다. 크라이슬러 지프 디비전의 체로키가 SUV의 원조인 것처럼 보이저는 미국시장에 처음 등장한 미니밴으로 크라이슬러를 수렁에서 건진 모델이기도 하다.


보이저는 1983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74개국에서 1,000만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통적으로 픽업 트럭과 SUV의 왕국 미국시장에서 미니밴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 한해 미국시장에서는 트럭 베이스의 SUV 판매가 1.7% 하락한 반면 미니밴은 3.1%가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보이저라는 이름으로 접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지금은 사라진 플리머스(Plymouth) 디비전의 모델로 출발했었다.


크라이슬러는 같은 모델을 세 개의 디비전을 통해 공급했는데 닷지 캬라반(Dodge Caravan)은 대중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플리머스 보이저(Plymouth Voyager)는 저가형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그리고 크라이슬러 디비전에는 타운&컨트리(Town & Country)라는 이름으로 초 고급 력셔리 버전을 라인업했다. 하지만 플리머스라는 디비전이 사라지게 되면서 보이저는 크라이슬러 디비전에서 저가형 모델로 판매되었다.


지금은 미국 내에서는 보이저라는 이름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수출시장에서만 통용된다. 우리나라에는 닷지 캬라반이라는 이름으로 수입되다가 2001년 7월부터 크라이슬러 보이저라는 차명으로 수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디젤 사양의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와 지프 리버티 모델은 스마트의 차체를 만들고, 사브 9-3 컨버터블을 조립하며, 메르세데스 벤츠의 G 클래스 KD 부품을 최종 완성하는 캐나다회사인 마그나 스티어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유로스타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 유럽에서 생산되는 미국차인 것이다.


보이저는 2001년 모델체인지 해 현재 4세대째에 이르고 있으며 오늘 시승하는 차는 2005년형으로 그 롱 휠 베이스인 그랜드보이저에 디젤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Exterior
해마다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장의 크라이슬러 그룹 부스에는 지프의 터프한 오프로더 이미지와 대비되는 도회적인 분위기로 미니밴의 원조 캬라반과 타운&컨트리가 전시된다. 특히 절개 모델을 통해 시트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강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기에서 볼 수 있는 캬라반과 타운&컨트리의 차이는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정도다. 외부에서는 그릴 디자인으로 각 디비전의 모델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오늘 시승하는 그랜드보이저의 경우 3세대 모델까지는 닷지 캬라반과 같은 분위기의 그릴 디자인이었으나 2001년 4세대 모델로 진화하면서 크라이슬러류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릴 가운데는 좌우로 길게 뻗은 크라이슬러의 윙 모양 엠블럼이 배치되었다. PT 크루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4세대 모델은 선대 모델에 비해 전고가 25mm 가량 높아졌다. 크라이슬러측에서는 3세대 모델에 비해 D필러를 좀 더 앞쪽으로 옮겼으며 리프트 게이트 윈도우, 그리고 사이드 프로필을 보다 균형있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2005년형 모델에서는 안개등의 디자인이 타원형에서 원형으로 바뀐 것이라든지 범퍼의 디자인이 달라진 정도의 부분적인 변경이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전장이 10mm 짧아져, 크기는 전장×전폭×전고 4,820(5,110)×1,995×1,755mm(괄호안은 그랜드 보이저)다.


하지만 보이저는 그런 디자인보다는 편의장비에 우선 눈길이 간다. 우선 슬라이딩 방식의 리어 도어는 전동식이다. 다시 말해 B필러 중앙 부분에 있는 버튼 또는 운전석 위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열고 닫힌다. 물론 주행 중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언뜻 보아서는 슬라이딩 방식이 아닌 것 같은 처리도 눈길을 끈다. 차체 중앙에 레일을 설치하지 않고 윈도우 아래 부분에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리어의 해치 게이트도 리미티드 그레이드의 경우는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프론트 시트 천정에 리어 도어의 버튼과 나란히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면 경고음을 내며 약 4초만에 열린다. 이런 파워 도어 시스템은 2001년 모델체인지시부터 적용되었던 것들이다.


이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와 리프트 게이트는 모두 전동 모터에 저항이 느껴지면 즉각 회전을 역전해 작동방향을 바꾼다. 즉 장해물과 탑승자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리어 게이트에는 거기에 고무 웨더 스트립에 핀치센서를 조합해 이물질을 검출하는 기능까지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C필러와 D필러 사이의 윈도우는 운전석 도어 트림에 있는 버튼으로 공기가 유입될 수 있을 정도로 비스듬하게 열린다.


밝은 톤의 루프 랙과 캡 중앙에 단색의 크라이슬러 엠블럼이 자리한 16인치 알루미늄 휠 그리고 4 개의 통합된 후방 주차 센서가 있는 새로운 리어 페시아도 추가 됐다.



Interior
인테리어에서도 실용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크라이슬러 300C와 같은 수준의 고급감과는 거리가 있지만 장르에 걸맞는 편의 장비와 구성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우선 대시보드 주변에 설계된 각종 컵 홀더라든가 수납공간 등이 먼저 눈길을 끈다. 선입견을 갖고 접근한 이유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런 구성이 여기저기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워 아웃렛도 센터 페시아 아래쪽 두 개를 비롯해 2열과 3열 시트 등에 다섯개나 설계하고 있다.


센터 페시아는 좌우 테두리 부분에 우드 트림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날로그 타입이다. 맨 위 에어 벤트가 두드러져 있으며 아래에는 3존 온도 감응식 자동 에어컨 공조시스템용 패널과 오디오가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버튼마다 그림으로 용도를 알리고 있는 직관적인 디자인이 정겹다.


다만 그런 버튼이 도어 트림과 스티어링 칼럼 왼쪽, 그리고 룸 미러 위쪽 등에 흩어져 있어 약간 복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4스포크 스티어링에는 리모콘이 설계되어 있으며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세브링과 같하다. 다만 스피도미터와 타코미터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다. 주위를 크롬 링으로 감싸고 있다.


한 가지, 왼발을 놓을 풋 레스트가 설계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또 풋 브레이크 방식의 사이드 브레이크의 해재 레버가 너무 아래쪽에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보이저의 강점은 역시 시트 베리에이션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론트 시트는 6웨이 전동식으로 히팅 기능이 있다. 가죽시트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는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2열 시트는 각각 독립된 방식으로 각 시트마다 좌우 암레스트가 설계되어 있다. 3열 시트는 분할 폴딩이 되지만 벤치 타입으로 3인승 구조다. 착좌감은 2열 시트에 비해 떨어지지만 성인 두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화제의 2열과 3열 시트의 베리에이션. 탈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떠 올리는 일반적인 미니밴과는 전혀 다른 구성을 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크라이슬러가 2억 2천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스토우 앤고(Stow 'N Go) 시스템이다. 2열과 3열 시트를 간편한 레버조작을 통해 차량 바닥 안으로 완전히 접혀 사라지게 함으로써 수평 바닥을 만들어 공간 효율성을 최대화하며, 256가지의 실내 구조 변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기존 리클라이닝 방식의 2열 시트와 탈착식 3열 시트가 별 힘을 들이지 않고 플로어 아래로 말끔하게 수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헤드레스트를 분리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특히 3열 시트는 번호가 쓰여진 끈을 차례로 당기면서 진행방향으로 약간씩만 힘을 주면 된다. 힘이 없는 여성이라도 문제없이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열 시트를 수납하도록 설계된 플로어 아래의 공간은 평소에는 음료수 박스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실내 공간 측면에서는 베이스 모델보다는 전장이 긴 그랜드 보이저가 더 합리적일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보이저는 역시 미니밴의 원조다운 차만들기를 보여 주며 사용자를 압도하고 있다.



Powertrain & Impresion
이번에 상륙한 그랜드 보이저에 탑재되는 엔진은 2.8리터 직렬 4기통 DOHC 터보차저 커먼레일 타입 직접분사 방식 디젤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0ps/3,800rpm, 최대토크 34.5kgm/1,800rpm. 연비는 9.5km/ℓ.
트랜스미션은 4단 AT.
우선은 기어비를 점검했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2,300rpm. 레드존은 4,200rpm부터다. 풀 스로틀로 가속을 하면 35km/h에서 2단으로, 70km/h에서 3단으로, 127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평범한 디젤엔진의 감각이다. 차체가 있기 때문에 세단형 승용차와 같은 폭넓은 토크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부족함 없는 파워다. 계속 가속을 해 가면 긴 호흡으로 3,500rpm 160km/h까지 속도계의 바늘이 올라간다.


다만 미국에서 직접 운전해 보았던 가솔린 엔진의 캬라반에 감동받았던 것에 비해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약간 속도를 올렸을 때의 속도인 120km/h에서 140km/h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쾌적한 주행감각을 보여 준다. 엔진룸의 소음침입도 의외로 적다. 정지 상태에서는 디젤엔진임을 금방알 수 있는데 일정 속도 이상으로 크루징할 때는 상당히 정숙한 상태로 달려준다. 다만 차체의 특성상 바람 가르는 소리의 침입이 약간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리프 리지드 방식으로 흔히 프레임 방식의 트럭류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다. 독립 현가방식에 비해 노면의 요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랜드 보이저의 하체는 그런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노면 요철의 흡수 정도가 세단형 승용차 수준이다. 중저속에서는 물론이고 고속주행시 다리 이음매를 타고 넘을 때도 세련되게 소화해 준다. 그러니까 특별히 굴곡이 심한 도로가 아닌 조건의 장거리 주행 시 안락성을 중시한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장르의 모델로 와인딩 로드에서 세단형 승용차 감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조금 심하게 코너링을 하면 금새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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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측의 자료에 따르면 직진안정성 향상을 위해 프론트 서스펜션의 캐스터 각이 2도가 플러스되었다고 한다. 또한 차체 강성 보강과 방음방진을 위해 차량 중량이 40kg이 증가했지만 서스펜션이 4.5kg 가벼워져 승차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행성 향상을 위해 스티어링 기어의 용량도 30% 향상시키고 있다.


시승을 하면서 이런 차에 익숙해지면 세단형 승용차가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있는 주행성에 안락성을 우선시하는 쾌적성, 그리고 여러사람이 답답하지 않은 공간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포인트인 미니밴이라는 기본적인 특성이 우선 다가온다. 거기에 미니밴의 원조답게 크라이슬러가 제시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상당히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라는 미니밴은 차만들기에서 통상적인 세단과는 다른 컨셉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말에 가족들과 아웃 도어 라이프를 즐기고자 할 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점이 편리한지에 더 비중을 둔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테이션 왜건과 세단의 오너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트럭보다 오히려 승용차의 요소를 많이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이 모델이 등장한 초대 컨셉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내용인 것이다.



주요제원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크기 : 전장×전폭×전고 5,120×1,995×1,750mm 휠 베이스 3,030mm
트레드 앞/뒤 1600/1625mm 차량 중량 2060kg
엔진 : 2776cc 직렬 4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4 ×100 mm
압축비 17.5
최고출력 150ps/3,800rpm, 최대토크 34.5kgm/1,800rpm.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4단 AT
기어비 : 2.84/1.57/1.00/0.69/ 후진2.21 최종감속비 3.64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빔액슬
브레이크 : 앞 V 디스크 뒤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0-100km/h : -
최고속도 : -
최소회전반경 :6m
타이어 : 215/65 R16
연비 : 9.5km/ℓ.
연료탱크 용량 : 75
차량가격 : 4천950만 원 (VAT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