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불개미보다 무서운 ‘긴다리비틀개미’ 발견

긴다리비틀개미 환경부 제공

붉은불개미보다 ‘한수 위’로 알려진 긴다리비틀개미(Anoplolepis gracilipes)가 인천에서 발견됐다. 긴다리비틀개미는 ‘노랑 미친개미’로 알려진 것과 같은 종으로, 호주에서 홍게 2000만 마리를 먹어치우며 공포의 침입종으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인천시는 5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긴다리비틀개미를 발견해 방제 조치했다고 7일 밝혔다. 발견된 개미는 여왕개미 3마리, 일개미 약 3600마리, 번데기 약 620마리다.

개미는 지난 2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수입돼 인천항을 거쳐 들어온 3개 화물의 나무 포장재에서 발견됐다. 사업장 관계자가 국립생태원에 이를 신고했고, 생태원은 긴다리비틀개미로 최종 확인했다.

긴다리비틀개미는 농업, 도시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군집을 만들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사는 곳은 서아프리카인데 호주 크리스마스섬에 우연히 상륙하면서 18개월 만에 섬에 사는 붉은게를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위력을 떨쳤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몇년 전 크리스마스섬의 토종 박쥐(Pipistrelle)가 멸종됐다고 밝혔는데, 그 원인 역시 긴다리비틀개미가 박쥐의 먹이들을 잡아먹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 때문에 붉은불개미보다 더 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들이 긴다리비틀개미가 발견된 화물 주변을 살피고 있다. 환경부 제공

다만, 인간이나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붉은불개미와 비슷하거나 덜한 편이다. 사람을 물지는 않지만 산성 물질을 분사해 피부를 따갑게 할 수는 있다.

생태원은 조사 결과 개미가 발견된 화물이 이중 밀봉된 상태여서 운송 과정에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개미가 사업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견 장소 주변을 폐쇄하고, 포획 트랩 75개를 설치했다.

향후 긴다리비틀개미에 대한 위해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생태계교란 생물’이나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한편, 붉은불개미는 올들어 4월과 5월 두 차례 수입물품 검사 중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은 없는 상태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