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어플인 리멤버 에서 매일 하나씩 보내오는 "리멤버 나우 7.23화" 에 나온 내용 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7월에도 전년 대비 부진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 전보다 13% 감소했는데 역시 반도체가 작년만큼 잘 팔리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수입은 10% 정도 감소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500억달러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에는 764억달러 재작년에는 784억달러였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 달러나 되는 건 여전히 꽤 대단한 일입니다만 (500억 달러만으로도 전세계에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5위 안에 듭니다) 혹시 올해 하반기에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심해질 경우 경상수지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이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그 부품 소재와 연관된 다른 품목들의 제조 및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가격이 요즘 상승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하반기에 어느 정도 가격이 회복되어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에 도움을 줄 지는 아직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 무역분쟁이 계속되면 일본도 손해를 보지 않나요?

한 가지 상상 속 실험을 해보자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어 서로 수출입을 제한하는 일이 벌어지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수출이 꽤 줄어들 겁니다. (예를 들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일본 소니 등에 공급하지 않으면 소니도 고급형 TV를 못 만듭니다). 그런데 두 나라가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한국이 훨씬 큽니다.

? 일본 수출도 휘청이지 않나요?

두 나라가 서로에 대해 수출을 규제할 경우 어느 쪽의 수출 타격이 클 지는 계산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본은 ‘해외 자산’이라는 꽤 든든한 주머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있긴 합니다만 일본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습니다. (일본 4500조원 vs 한국 460조원 )

해외 자산은 ‘대외순자산’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쌓아서 모아둔 돈으로 해외에 투자해서 갖고 있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일본은 이 대외순자산 규모가 압도적으로 세계 1위입니다. 2위 중국이 2000조원이 좀 넘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액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2017년 기준으로 17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건 일본이 벌어들이는 해외 자산의 운용수익 가운데 일본 주식이나 국채에 투자한 외국인이 받아가는 이자와 배당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이걸 본원소득수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같은해에 이게 2억달러 정도였습니다.)

일본은 수출입에서는 약 44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뿐이지만 이런 ‘돈놀이’로 벌어들이는 돈이 1700억 달러나 돼서 경상수지가 2000억 달러 안팎이 나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입에서 10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지만 관광에서 좀 빠지고 해서 700억 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합니다.  수출이 급감할 경우 일본이 훨씬 안전판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두 나라의 수출이 모두 크게 꺾일 경우 한국의 원화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 엔화는 별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일본은 수출이 줄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건가요?

우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도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일본은 불황이 오더라도 이렇게 계속 흑자가 이어지는 구조여서 엔화가 계속 강세를 기록하고, 그래서 불경기가 와도 환율 효과로 기업들의 수출이 별로 나아지지 못하는 답답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를 시도하는 것도 이런 구조를 깨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