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씨앤씨(VCNC) ‘타다’ 일부 드라이버(운전기사)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여성승객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고, 만취한 여성승객의 사진까지 공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VCNC는 몰래 승객을 촬영한 드라이버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알렸으나 성희롱 발언을 한 드라이버들은 그대로 타다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29일 오전 1시45분 카카오톡 타다 드라이버 오픈채팅방에 만취한 여성승객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여성 승객은 ‘타다’ 차량 뒷자리에 누운 채 잠들어 있었다. 사진을 올린 타다 드라이버가 채팅방에 “손님이 안 일어나면 어떻게 하냐, 파출소에 가야 하냐”고 묻자 채팅방 일부 참여자는 “모텔로 갈지 물어보라”, “실루엣이 무지 예쁜 여자분이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해당 보도가 나가자 VCNC는 "한 타다 드라이버가 불특정다수가 참여한 채팅방에서 특정 이용자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해당 드라이버는 타다의 이용자 안전 정책에 따라 즉각 계약해제 조치됐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VCNC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다른 드라이버들에 대한 조치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 채팅방이었던 만큼 드라이버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원본보기 |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이 올라오자 공유된 메시지(편집본)다. 사진을 촬영한 드라이버 외 다른 드라이버가 부적절한 언행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픈채팅은 카카오톡 내에서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전화번호나 톡ID 등 친구 추가 없이도 대화가 가능하다. 해당 채팅방은 카카오톡 내에서 ‘타다 드라이버’를 검색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드라이버 외에도 입장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 타다 드라이버를 중심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타다 드라이버 전용 앱에서만 볼 수 있는 배차 이력을 공유하며 드라이버임을 인증했다. 채팅방에는 파파 드라이버도 일부 들어와 있었다.
채팅방에서는 일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손(여자손님의 줄임말)’과 관련한 성희롱 발언도 종종 나왔다. 타다 차량에서 여성 승객과 성관계를 맺고 싶다거나 여성승객과 모텔을 갈 수 있겠냐는 ‘농담’이 오갔다.
드라이버로 추정되는 채팅방 참여자가 여성승객이 백미러를 보는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했다며 욕설을 하자, 타다 드라이버로 추정되는 다른 참여자도 동조했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네일샵’에 가는 여성승객에 대해서는 성매매여성 같다고 표현하는 드라이버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남성 드라이버가 여성승객을 태운 후, 만남을 요청하며 수차례 연락을 취한 사례가 발생해, VCNC가 타다 드라이버 앱에 공지를 올리며 드라이버의 주의를 당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VCNC 관계자는 “일부의 일탈일 뿐”이라며 “개인의 일탈은 차단하기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본보기 | 일부 타다 드라이버가 해당 오픈채팅방에 올린 발언들. 타다 드라이버 앱을 통해 드라이버임을 인증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범죄 이력 조회 안돼…다시 '드라이버' 활동 가능성은?
VCNC ‘타다’는 11인승 이하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쏘카 등 렌터카업체들이 승합자동차를 승객에 대여해주면서 차량을 운전할 운전용역 제공자를 알선해 제공하는 형태다. 이름은 ‘타다 드라이버’이지만,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건 인력업체다. 채용, 교육, 관리 등은 모두 인력업체가 따로 처리하고 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2018년 10월 ‘타다’ 출시 간담회에서 드라이버 관리와 검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범죄이력은 철저하게 조사한다. 운전 테스트 허들도 높다. 통과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라고 답했다. 초창기 타다 가이드북에도 범죄이력을 조회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버스·택시기사만 범죄이력 조회가 가능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에 따르면 버스·택시기사 등 운수종사자가 살인, 강도 및 성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종료 후 20년 미만이면 운전업무종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교통안전공단은 주기적으로 경찰에 택시기사들의 범죄 경력 조회를 요청해,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야 한다. 지자체는 자격 미달 운수종사자에게 운전자격 취소 등 행정처분을 하도록 돼 있다.
VCNC는 드라이버의 사고 및 음주운전이력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성범죄 등 강력범죄 이력 조회는 불가능하다. 이조차 인력업체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VCNC는 5월경 가이드북에서 범죄이력조회를 하고 있다는 문구를 음주운전이력조회로 수정하기로 했다. 현재 타다에 등록된 기사는 1만6천명에 달한다.
허점은 ‘카풀’ 서비스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카풀 앱을 이용한 여성 승객이 드라이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고 당한 드라이버는 해당 카풀 앱에서 이용정지를 당했지만, 다른 카풀 앱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드라이버의 신원 조회가 불가능하고,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이에 지난달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범죄 전력이 있을 경우 카풀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여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VCNC의 경우 ‘간접고용’ 구조로 인한 빈틈이 있다. 현재 타다 앱에 표기된 인력업체는 14곳에 달한다. 인력업체 간 드라이버 정보를 어느 정도로 공유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한 업체에서 문제를 일으킨 드라이버가 다른 인력업체에 재취업해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5월 이에 대해 문의하자 VCNC 관계자는 “운전이력이나 개인정보 등을 모든 (인력)업체끼리 공유하지는 않을 것 같다.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1개월이 지난 지금, ‘확인’은 끝났을까. 2일 오후 VCNC측에 해당 내용을 다시 물었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다음은 VCNC가 오후 4시40분 보도자료를 통해 보내온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타다입니다.
잘못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진심으로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최근 한 타다 드라이버가 불특정다수가 참여한 채팅방에서 특정 이용자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드라이버는 타다의 이용자 안전 정책에 따라 즉각 계약해제 조치되었습니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철저히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타다는 차별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타다는 드라이버 대행사와의 협조 하에 드라이버 전원 대상으로 성인지교육을 강화합니다.
이용자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립니다.
김인경 기자(shipp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