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2세’는 일반인들보다 매스컴을 탈 기회가 많고, 비교적 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집중되는 관심은 단지 ‘누구누구의 아들’,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호기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배우 김주혁 역시 이런 이유로 ‘김무생의 아들’이라는 단점 아닌 장점을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내실을 다져온 결과 그는 최민수, 허준호, 추상미 등의 뒤를 이어 홀로 서기에 성공한 ‘2세 연기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로 인기 얻어 김주혁은 날카로운 눈매와 오뚝한 콧날, 굳게 다문 입술이 진지하면서도 과묵해 보인다. 조금 차가워 보이는 시선에서는 상대방을 압도할 만큼 무게와 깊이가 느껴진다. 덕분에 처음 출연했던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는 냉철하고 지적인 ‘정명환’ 역을 맡았고, ‘라이벌’에서는 차분하면서도 남성적인 귀공자 ‘민태훈’을 연기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라이벌은 ‘지명도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캐스팅에서 밀려났던 저에게 대중적인 관심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덕분에 ‘김주혁’이라는 이름 석자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또 영화 ‘YMCA 야구단’과 ‘싱글즈’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 캐스팅이 물밀 듯이 들어와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배우로서는 최고의 기쁨이자 영예이지요.” 이후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작품은 결벽증에 걸린 여자 치과의사와 동네 형사반장의 연애담을 소재로 한 영화 ‘홍반장’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인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청연’에도 캐스팅 되었다. 덕분에 매일매일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그이지만 앞으로는 당분간 영화에만 몰두하고 싶다며 남다른 기대와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자처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포드 머스탱을 홍보하는 것이다. “머스탱은 나에게 있어서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우연히 영화에 나온 빨간색 스포츠카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거든요. 그때는 무슨 차인지도 몰라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알게 되었는데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이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자칭 머스탱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그 차에 관련된 자료는 닥치는 대로 모으고,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자동차생활>을 뒤적이며 궁금증을 해결하고는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김주혁은 신문에서 머스탱의 국내 출시를 알리는 기사를 보았다.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꽉 짜인 스케줄 때문에 애 타는 마음을 억누른 채 일주일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짬이 생기자마자 그는 바로 매니저와 함께 포드 전시장을 찾아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의 오너가 되었다. “사진이나 영화에서 보던 머스탱을 직접 몰아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순간 가속력이나 유연한 코너링은 정말 기대 이상이더군요. 특히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갔을 때 머스탱에 쏠리는 시선들을 보면 지난 40년 동안 왜 그렇게 많은 경쟁차가 단종 되었는데도 머스탱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이 차에게는 뭐랄까, 단순히 잘 빠지기 만한 스포츠카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머스탱에도 단점이 있겠지만 그것을 느끼기에는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나의 사랑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김주혁은 머스탱의 고성능 버전이 SVT 머스탱 코브라를 몰아보고 싶단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직 머스탱만 고집하는 그에게서 매니아다운 기질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