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 4. 14. 11:00


독보적인 영역으로의 진화

DUCATI DIAVEL V4


디아벨 부 꽈뜨로, 그 심플한 이름처럼 V4엔진과 함께 완벽한 풀체인지를 통해 이 상징적인 이탈리안 머슬을 성공적으로 리부트 시켰다. 아부다비 사막 위 절경의 와인딩 로드에서 디아벨V4와 달리고 또 달리며 그 매력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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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디아벨은 파니갈레, 스트리트파이터, 멀티스트라다에 이어 V4 엔진을 얹었다. 이제 두카티를 상징하는 엔진은 L트윈이 아닌 V4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트윈이 낫느냐, 아니면 V4가 낫느냐는 차차 이야기하고 하고, 먼저 디아벨 시리즈에 대해 복습해보자.

디아벨 시리즈의 첫 모델은 2011년에 등장했다. 초기 콘셉트는 스포츠 네이키드인 몬스터 시리즈에 슈퍼바이크와 크루저의 요소를 합친, 일명 메가몬스터였다. 디아벨을 두고 크루저냐 네이키드냐 말이 많지만 여러가지가 합쳐진 만큼 하나의 장르로는 정의하기 어렵다. 머슬 크루저라는 표현도 어울리긴 하지만 어쨌든 디아벨은 장르가 디아벨이다. 이전의 디아벨을 굳이 장르적으로 구분할 때 크루저에 더 가깝다고 느꼈던 것은 아무래도 트윈 엔진 때문이었다. 토크풀한 트윈엔진이야말로 크루저로 대변되는 이미지니까. 하지만 V4로 업데이트 되면서 크루저 바이크의 분위기 말고 디아벨만의 개성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디아벨이라는 이름은 두카티 본사가 위치한 볼로냐 방언으로 악마를 의미하는데 1세대 모델의 뒷모습의 빨간 램프 형상이 악마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독특한 디자인에 강력 한 성능으로 주목받았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45000대가 넘게 팔리며 두카티의 주요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성능과 디자인도 인기의 비결이었지만 무엇보다 두카티 바이크 중 시트고가 가장 낮다는 것, 그래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였다. 악마라는 이름에 슈퍼바이크보다 빠른 가속을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바이크가 입문용으로 각광을 받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초심자에게 시트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성능을 대변하는 디자인


디아벨은 1세대와 디자인을 살짝 변경한 1.5세대, 그리고 2세대 모델로 이어지며 점점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해왔다. 2세대 모델은 볼륨 넘치는 바디의 선이 직선 위주로 말끔히 정리되었고 고급스러움이 강조되었다. 나름 좋은 반응을 받았고, 디아벨의 영역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을 줬지만, 마초스럽고 강렬했던 1세대에 비해 존재감은 약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를 반영해 3세대 디자인은 1세대와 비슷한 곡선 위주의 풍만한 디자인으로 돌아갔다. 차체는 한눈에도 더 크고 강력해보인다. 전체적인 디테일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실루엣과 비례는 변하지 않아 한눈에도 디아벨임을 알아볼 수 있다. 측면에서 보면 가만히 서 있어도 언제든지 튀어나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도 디아벨 시리즈의 공통점이다.

디테일은 과격하면서도 섬세하다. 큼직한 에어 인테이크와 4연장 머플러는 확실하게 성능을 시각화하고 있다. 연료탱크와 시트는 큼직하게 키우고 허리는 잘록하게 조여 빵빵한 볼륨감을 더한다. 여기에 C자가 마주보는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더해진 LED헤드라이트와 매트릭스타입의 테일램프 디테일은 완성도를 높인다. 생김새가 이전 세대에 비해 더 크고 와일드해졌으니 더 거칠고 무시무시한 바이크를 기대했다면 시트에 앉아 바이크를 다루는 순간 약간의 배신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차체와 한층 더 편해진 포지션은 바이크의 첫인상을 만만하게 만들어 준다. 클러치 레버압력도 출력과 배기량에 비해 가볍지만 매끄러운 레버의 조작감이 다루기 더 쉽게 느껴진다. 이렇듯 살짝 살짝, 예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빗나갈 때의 반전 때문에 바이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두카티는 이러한 조율을 잘 하는 브랜드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V4 그란투리스모 엔진


디아벨 V4의 핵심,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은 멀티스트라다에 탑재된 엔진과 같다. 기존의 파니갈레 V4엔진을 바탕으로 1,158cc로 배기량을 키우고 토크위주로 세팅한 엔진이다. V4라는 엔진 형식은 같지만 흡배기 밸브에 두카티 고유의 데스모드로믹 밸브 대신 일반적인 밸브스프링을 사용한다. 이것이 다른 두카티 엔진들과 달리 이름에 데스모가 붙지 않은 이유다. 초 고회전 영역이 아니라면 데스모드로믹 밸브가 굳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두카티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그 덕분에 엔진의 내구성이 높아지고 점검주기도 6만km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두카티다운 맛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사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정도의 변화다. 그리고 멀티스트라다 V4를 통해 어느 정도 성능도 검증되었다.

실린더 수가 두 배인 V4엔진이지만 기존의 디아벨에서 사용하던 테스타스트레타 DV T엔진보다 길이는 85mm, 높이는 95mm나 작아졌으며 5kg 더 가볍다. 그야말로 극한의 다이어트다. 이렇게 작은 엔진 덕분에 차체를 설계하는데 훨씬 유리했다고 한다. V4엔진에서 열 발생을 줄이고 연비향상을 위해서 사용했던 리어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전에는 정차 시 중립기어에만 비활성화 했던 것을 이제 2단 기어 이상에서 4000rpm이하로 크루징 할 때 앞쪽의 2기통만을 사용해 병렬 트윈 엔진처럼 달린다. 그리고 여기서 스로틀을 비틀면 다시 4기통으로 바뀐다. 그 사이의 전환이 자연스러워서 크게 이질감은 없는데 병렬트윈에서 V4로 바뀌는 순간의 배기사운드 변화는 꽤 극적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주행하는 내내 열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디아벨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가속성능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기존의 트윈엔진은 스로틀을 조금만 과격하게 열어도 프런트 휠이 훌쩍 떠오르던 성질이 있었는데 V4엔진은 두 바퀴를 더욱 확실하게 노면에 붙여준다. 역회전 크랭크 역시 윌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가속 시 엔진의 토크리액션이 반대로 작용해 프런트휠에 무게를 싣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속할 때 그야말로 혼이 쏙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퀵시프트 역시 빠르고 매끄럽게 작동하며 무시무시한 가속성능에 일조하고 있다. 최대토크가 수치상 스펙이 낮아진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의견이 있는데 실제로 주행해보면 완전 다른 수준의 가속이다. 사운드 역시 환상적이다. 볼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흡기에서 끓어오르는 듯 거친 사운드가 매력적이고, 배기에서는 음높이를 높이며 그 사이에서 터지는 변속음이 기분을 고조시킨다.

이처럼 평소에는 가속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윌리컨트롤을 해제한 뒤, 스로틀을 과격하게 비틀어 앞바퀴를 들겠다는 의지를 바이크에게 전달하면 가볍게 프런트 휠이 떠오른다. 출력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비약적인 발전


디아벨 시리즈의 핵심은 240mm리어타이어에 있다. 이 존재감 넘치는 거대한 타이어는 디아벨 시리즈만을 위해 피렐리에서 제작한 것으로 디아블로 로쏘2로 처음 만들어졌고 로쏘 3로 진화했다. 드래그 머신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코너에서 뒤뚱거리기 바빴던 기존의 와이드타이어와는 달리 날렵하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도록 타이어 프로파일을 뾰족하게 설정했다. 애초에 이 타이어가 있었기에 지금의 디아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디아벨 시리즈는 240mm타이어를 장착하고도 꽤나 날렵한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다. 여기에 2세대로 진화하며 한 단계 자연스러운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240mm타이어를 감안하고 봤을 때의 성능이었다.

이번 디아벨V4가 놀라왔던 점은 240mm를 감안할 필요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코너링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차체 밸런스도 좋아졌고 핸들바도 몸으로 20mm가까워져 포지션이 더 편해졌다. 여기에 전체 무게를 15kg이나 줄이는 다이어트를 성공했고 이 덕분에 전체적인 운동성능도 좋아졌다. 그리고 파니갈레V4에서 물려받은 역회전 크랭크가 화룡정점을 찍는다. 엔진의 회전방향을 바퀴와 반대로 돌려서 자이로 효과를 감소시킨 덕분에 회전 초기의 저항이 확실히 작아졌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디아벨이 스포츠 네이키드처럼 코너를 돌아가게 만든다. 특히 방향을 전환할 때의 움직임이 무척 경쾌해서 연속되는 코너를 리듬감 있게 공략할 수 있었다.





빅 점프


디아벨 시리즈는 신 모델이 발표되면서 조금씩 발전해왔다. 물론 신형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디아벨V4는 그 진화의 폭이 훨씬 크다고 느꼈다. 첫 번째 주행을 마치고 들어올 때 두카티 디아벨 개발진은 너나 할 것 없이 “타보니 어땠어?” 라고 물어왔다. 그런데 그들의 의기양양한 표정들에는 하나같이 우리가 디아벨 V4에 반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바이크를 타기 전과 후, 디아벨 V4 자체는 변한 게 없지만 내 시선으로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치명적인 섹시함, 이는 분명 경험해보지 못하면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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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벨 하핏 Jabel hafeet


이번 디아벨V4의 성능을 오롯이 테스트하기 위해 선택된 무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도착해서 차량으로 두 시간 이상 달려서 도착한 자벨하핏이다. 드넓은 사막한가운데 이상하리만큼 높게 솟아있는 자벨하핏은 정상까지 연결되는 도로로 유명하다. 디아벨 V4는 콘셉트 자체가 트랙보다는 도로가 어울리는 바이크지만 제 성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는 일반 도로에서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두카티는 자벨하핏의 도로를 경찰의 협조로 완전히 통제한 뒤 미디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도로 테스트였지만 트랙테스트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총 길이 11.7km에 해발 1200m까지 오르는 고저 차, 그리고 매끈한 노면에 속도제한도 없으니 디아벨V4에겐 최적의 테스트 장소였다. 테스트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낮에도, 밤에도 달렸다. 특히 인근의 도시인 알아인 야경을 내려다보며 달린 야간 라이딩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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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ATI DIAVEL V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90° V4 DOHC   보어×스트로크 83 × 53.5(mm)   배기량 1,158cc   압축비 14.0:1   최고출력 168ps/10,750rpm   최대토크 126Nm / 7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 50mm텔레스코픽 도립 (R) 싱글쇽 싱글사이드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240/45 ZR17   브레이크 (F)330mm더블디스크 (R)265mm 디스크   전장×전폭×전고 1,895 × 710 × 1,175mm   휠베이스 1,593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