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에 좋은 의미로 관심을 갖고 클릭을 해주셨든
아니면... 무식한 정비사가 뭐가 이렇게 할말이 많나 하셨든,

제 글을 읽으러 오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월급쟁이 정비사이기 때문에
저는 고객님들이 바가지를 쓰든, 누가 정비를 엉터리로 하든
보험사가 떼돈을 벌어서 땅을 막 사재기하든
제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기때문에 개인적으로 아무 피해가 없어요.

 

하지만 애초에 이런 문제를 떠들어버린 사람으로서

기왕에 꺼낸 제 얘기가 어떤 계기가 되어
보험사가 고쳐야할것이 있다면 고치고

공업사가 똑바로 해야할것이 있다면 똑바로 하고
고객님들께서 잘못알고계신것이 있다면 제대로 알게되는
그런 기회가 되기를

보험소비자의 한사람으로서

또 정비사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동안 제가 쓴 글들이 모두 잘못된것을 끄집어내서 말씀드린 것들이라서
괜히 고객님들께 혼란과 불안한 마음만 전해드린듯 하네요.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어떤 해결책을 한번 제시해 보려고 글을 씁니다.

글을 읽어보시고
과연 보험사가 죽일놈인지
아니면 공업사가 도둑놈인지... 판단은 고객님께서 해주시기 바래요.

 

보험사에서 돈을 안주니까 고객님들의 차를 엉터리로 고친다는 말
사실이긴 합니다만 당당한 얘기는 아닙니다.
차를 고치는 사람이면 돈을 떠나서 차를 완벽하게 고치는게 사명이죠.
저희 정비사들이 차를 완벽하게 고칠 것으로 믿고 고객님들은 차를 맏겨주셨으니까요...

 

이전의 글을 읽으신 몇몇 분께서 지적해 주셨다시피
완벽하게 고치지 못할 사유가 있다면 그게 돈이든 기술이든
고객님들께 알려드렸어야 할 책임도 저희에게 당연히 있습니다.

저를 뭐라고 욕하지 않으셔도,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맞습니다.

 

저희는 고객님들의 차를 사이에 두고
보험사와 둘이서 먹고 살기위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요.
하지만 이 줄다리기의 승부는 처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돈이라는 칼자루를 쥔쪽은 바로 보험사니까요...

 

그 돈...
어디서 난 돈일지 오래 생각할 필요없이 고객님들이 내신 보험료입니다.
고객님들이 내신 보험료를 손에 들고
보험사는 마치 노비를 몸값주고 산 듯이 공업사를 쥐락펴락 하고 있죠.
며칠전에도 저희 사장님은
왜 이렇게 요즘 교환율이 높아지고 수리비가 많이 나오냐고 보험사 교육에 끌려갔다 오셨습니다.

 

가장 중요해야할 수리후의 고객만족도가
공업사를 평가하는 배점의 10%밖에 안되는 기준을 가진 곳
차를 완벽하게 수리하기보다는 보험료 지출이 적게 나가기 위해
렌트카를 최소한으로 쓰고 부품도 최대한 아끼기를 바라는 곳
고객님들은 왜 그런 곳에 돈이라는 칼자루를 쥐어주셨나요?
왜 그들에게 칼자루를 마음대로 휘두를 권한을 주셨습니까?

 

보험료를 착실하게 낸것 뿐인데 왜 고객들한테 책임을 돌리냐구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십시오.
고객님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차는 차대로 제대로 수리해 받지 못하고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나날이 오르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려볼께요.


우선 한가지 묻겠습니다.

 

고객님들은 과연 고객님이십니까?

 

제가 알기로 고객이라함은
"돈을 내고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냥 구경하러 온 사람이나,
뭔가 얻어가지려고 온 사람을 고객이라고 하지는 않죠.

 

고객님들은 차를 고치러 저희에게 오십니다.
그러나 차를 찾아가실때에 저희에게 돈을 내지는 않으시죠.
그냥 차만 찾아가십니다. 그리고 돈은 보험사에서 내요.

 

왜?

 

"나는 보험을 들었으니까..."

 

고객님들... 혹시 의료실비보험이나 치과보험같은거 들어두셨나요?
저는 치과보험에 들어서 재작년에 보험 덕 톡톡히 봤습니다.
어금니 두개를 치료하는데 한 80만원이 들었어야 했는데 보험으로 해결해서 5만원에 끝냈어요.
둘중에 더 뒷쪽 어금니는 사실 별로 치료 안해도 될만큼 조금 썩었는데
어차피 보험이라서 그냥 같이 했습니다.

 

병원에가서 치료를 받고 카드로 83만 몇천원을 결재했는데
영수증을 보험사로 보내니까 무슨무슨 명목으로 몇만원 공제하고 이틀있다 바로 주더라구요.
와~ 돈 빨리 줘서 좋다. A보험사 정말 좋네....했는데
알고보니까 약관에 써있기를, 원래 7일 이내에 돈을 안주면
7일 초과하는 날부터는 이자까지 쳐서 고객에게 돈을 주도록
대한민국 보험법이 그렇게 되어 있더라구요.

 

뭐... 약관 내용은 몰랐다 쳐도,
보험사에서 치료비 받은 일은 고객님들도 많이 경험해 보셨을 내용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네요.
병원에 갈때 사람들은 당연히 치료비를 안내고 그냥 도망쳐 나올 생각은 잘 안합니다.

그런데 고객님들, 왜 차를 고치고서는 돈을 안내고 도망쳐서

보증인이 내게 하세요?

 

뭔소리냐구요?

고객님들이 차를 고치려고 보험사에 전화하고 공업사에 차를갖고 들어오시면
보험사에서는 공업사에 [지불보증]이라는 것을 써줄테니 차를 고치라고 공문서를 제공합니다.
만약에 고객님이 수리비를 떼어먹고 도망치면 그 돈을 대신 내줄 보증을 서주는거죠.

원래대로라면말입니다...

제가 치과에가서 80만원을 내고 영수증으로 보험사에 청구한 것처럼
고객님들도 차를 수리하시면 돈을 내고 영수증으로 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게 원칙이예요.

그런데 고객님들께서 돈을 안내고 차를 가져가 버리셔서
보험사에서 [지불보증]을 섰기때문에 돈을 내놓는것...이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모두들 돈을 안내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계셨죠?

왜?

"나는 보험을 들었으니까..."

 

만약에 제가 치과에 가서 어금니 두개를 치료할때
돈을 안내고 보험사에서 치과에다가 돈을 내도록 했었다면 보험사에서는

그 뒷쪽 어금니 꼭 치료해야하냐..어디 좀 보자...
꼭 치료해야한다는 증명을 대봐라..실제로 치료하는 사진도 좀 봐야겠다.
우리가 가서 볼때까지 치료하면 돈 안줄테니 입 딱 벌리고 기다리라고 해라...
그냥 치료안해도 돼면 하지마라..병원 돈벌려고 억지로 치료하는거 아니냐..
다달이 치료비 적게 청구하면 다음달에 환자 더 많이 소개해 줄께...

..라고 했었을거예요.
지금 보험사가 공업사에다 하듯이 말이죠.


당연하죠. 그 치료비, 그 수리비 보험사에서 돈나가는 일이니까요.
(분명히 우리가 낸 보험료인데 일단 받았으니까 자기들 돈인줄 아나 봅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당연한 얘기가 맞기도 합니다.
돈을 벌려고 안찍어도 되는 MRI를 쓸데없이 찍어대는 병원도 있고
돈을 벌려고 안뜯어도 되는 부품들을 뜯어내는 공업사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쓸데없는 과잉비용을 감시하라고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이 있어요.
정당한 비용청구인지, 과정은 정확하고 합리적인지...그런것들을 평가해서
과잉청구됐으면 삭감하고, 억울하게 못받았으면 받아도 주고 그러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지금 자동차 보험에서는
모든 보험중에서 오로지 자동차 보험에 있어서만은
그 일을 보험사의 [보상과]라는 부서가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유독 자동차 보험만 그럴까요?

 

답은 바로 고객님들께 있습니다.
고객님들께서 자동차 보험에 있어서만은 돈을 안내고 차를 가져가셔서
[지불보증]을 서준 보험사에서 수리비를 대신 내주고 있기 때문이예요.

 

보험사는 자기들이 돈을 내는 주체이니까
돈이 정당하게 나가는지 관리도 자기네가 하겠다 이겁니다.

 

만약에 고객님들이 돈을 내고 나가서 그걸로 청구하신다면
대한민국 보험법에 의해 보험사는 영수증만큼의 돈을 "무조건"내놓을수 밖에 없고
그것도 7일 이내에 내놓지 않으면 이자까지 물어내야 합니다.
만약에 10원한푼이라도 덜 내놓으려면, 보험회사 보상과 직원이 아니라
손해사정사를 고용해서 그 부당함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합니다.

(보험가입할때 주는 약관에도 이렇게 써있는데 안읽어보셨죠?)

 

보십시오.

븐명이 약관에 그렇게 써있습니다.

 

제가 80만원이나 되는 돈을 보험사에서 받았지만
제가 치과에 돈을 내고 보험사에 청구했기때문에
보험사 보상과직원이 치과에 찾아와서 꼭 그 뒷 어금니까지 치료해야했냐
그런말 한마디도 할수 없었던겁니다.

 

하지만 지금 고객님들이 내지 않은 돈을 대신 물어준다는 생색으로
그 모든 과정은 보험사의 칼자루 아래 생략되고 있어요.

고객님들은 차를 제대로 고치는게 목적인데
보험사는 차가 수리될때까지 돈이 최대한 적게 드는게 목적입니다.
물론 공업사는 같은 작업을 통해 돈을 최대한 많이 버는게 목적이구요.

 

차를 제대로 고치는게 목적인 사람은 오로지 고객님 뿐인 이 상황..

그 차의 주인이신 고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 오늘부터는 이렇게 한번 해보십시오.
아니, 이렇게 생각이라도 한번 바꿔보십시오.

 

차를 고쳤다, 그러면 차가 완벽하게 고쳐졌는지에만 신경쓰세요.
그리고 차가 완벽하게 고쳐졌는지 확인하시면 돈을 내시는겁니다.
돈을 냈으니 영수증을 주겠죠?
그 영수증으로 보험회사에 "내 차 고치는데 이만한 돈 들었으니 달라"고 하십시오.

 

방법을 잘 모르신다구요?

잘 모르니 대신 해달라, 내가 돈도 냈는데...
라고 말하는데 그것조차 대신 안해줄 공업사는 없습니다.

만약에 "우리는 돈 받았으니 당신 돈은 당신이 알아서 받아내슈"하는 공업사가 있다면
그런데는 망해서 없어져야 합니다.
아니,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저절로 망할 것입니다.

 

그렇게 비용청구를 보험사에 했는데 7일 이내에 돈을 안주는 보험사는 없을거예요.
왜냐하면 7일 이내에 돈을 안주면 그 돈의 이자까지 쳐서 줘야하는데
만일 보험사 돈이 이자로 10원이라도 나갔다가는, 그 직원 책상 그날로 빠집니다.
이건 제가 정말 장담해요.


보험사라는데는 금융업체기때문에 10원을 쓰더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돈을 쓴 이유가 법을 어긴 이자라는데 그냥 그 직원을 내버려둘 보험사는 없습니다.

고객님이 내신 돈은 반드시 7일 이내에 통장에 고스란히 입금됩니다.
무슨 부가세 10% 빼고 어쩌고...다 필요없습니다.
내신 돈 10원도 안틀리게 그대로 들어와요.

 

그 다음에 수리비가 많이 나왔는지 마는지
렌트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썼는지 어쨌는지는
보험사와 공업사가 소송을 걸든 머리끄뎅이를 쥐든 지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예요.
고객님께서는 차 잘 고쳤고, 돈 다 받았으니 끝나신겁니다.

 

어떠신가요? 어려우신가요?

아마도 보배드림에서 이 글 읽으시는분 정도면 돈내고 차 찾아오고
그 영수증 팩스로 보험사에 보내시는 정도는 누구나 하실수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나 하실수 있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고객님들은 수리비 안내고 차 가져가버린 사람이 되고
보험사는 지불보증으로 대신 돈 내는 생색에 고객대신 고객님으로 군림하고
공업사는 진짜 고객이야 만족을 하던말던 돈내는 고객님의 뜻대로 수리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과연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공업사는 수리비만 최소한으로 하는게 아니라 수리도 최소한으로 합니다.
돈 벌려고 차린 공업사니까 돈 안주는데 작업 더 할 공업사 없어요.
보험사는 우수협력업체 지정해서 수리비 최소한으로 나오는 곳에 다음에도 계속 차 들여보냅니다.
역시 돈 벌려고 차린 보험사니까 돈 적게 써주는 놈이 장땡입니다.

 

고객님도 그러신가요?
수리를 최소한으로 하고 돈을 최소한으로 쓰면 장땡이신가요?

그 수리한 차...고객님이 돈주고 구입한 차잖아요.

 

제 생각은 그래요.
돈벌려고 차린 공업사가 돈벌겠다고 하는데 도둑놈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돈벌려고 차린 보험사가 돈아끼겠다는 하는데 죽일놈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고객이 돈을 내고 재화와 용역을 구입하는 진짜 고객이 되고
보험가입을 했다면 그 쓴 돈을 법대로 청구해서 받고
돈을 받은 공업사는 돈을 받았으니 정성껏 제대로 수리하고
보험사는 평소에 보험료 받아왔으니 무슨 일 났을때 보험료 잘 주고...

그런 일들이, 그런 [원칙]인 일들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고객님들의 차는 썩어가는데, 공업사는 고객몰래 보험사 눈치만 보고있고
보험사는 작년에 순이익 2조원을 올렸다고 인센티브를 주는...
그런 불합리한 모습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볼수 없을겁니다.


뭐...얘기가 너무 심각했나요?
아무튼 긴 글을 읽어주신 고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 혼자 생각하고 말기에는 혹시라도 "몰라서 못하고 계신"분들이 계실까봐 글을 쓴다는것이
말주변이 없어서 그만 이렇게 길어졌네요.

 

연휴를 보내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출근해야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람찬 하루 보내시기 바라면서
저는 이만 출근하렵니다.

 

정말 오늘 하루만이라도 보험사가 뭐라고 하든 사장님이 뭐라고 하든
할수있는 모든 기술을 다해서 오로지 고객님들의 차를 정말 정성껏 고치고 오려고 해요.
시간당 공임매출이 적게 나오고, 사용한 부품을 청구할때 불승인 당해서 사장님은 싫어하시겠지만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인데.... 설마 제 월급이야 깎겠어요.

그래도 오늘 저녁 집에 올때는 뿌듯할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저한테 쪽지 보낸분들께 이 글을 통해 양해말씀 구합니다.

달랑 몇줄 글만 읽고 그 차가 어떤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졌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저 찾아오셔도 제가 근무시간에 개인적으로 고객님 차 봐드릴수 없습니다.

이런 제 입장도 편하지는 않으니 제발 오시겠다고 전화번호 묻고 그러지 말아주세요 ㅠㅠㅠ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험사를 꺾을수 없고

또 사장님의 지시도 매일매일 거스를수 없는 그냥 한사람의 월급쟁이 정비사입니다.

제가 직장에 계속 다녀서 저희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보험사가 시키는대로 돈 덜 들여서 얼른 고쳐야 하고

사장님이 시키는대로 렌트카 빨리 반납하라고 고객님께 독촉해야 합니다.

 

그냥 한사람의 월급쟁이 정비사인 저는 힘이 없어 할수 없지만

돈을 내시는 분, 바로 여러분 고객님들은

이런 당연히 바뀌어야 할 상황을 바꾸실수 있어요.

 

지루하고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두편의 글에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와, 또한 회초리도 감사합니다.

 

잘못 자리잡은 자동차 보험, 잘못 굳어버린 자동차 정비,

그리고 잘못 행해지고있는 고객님의 습관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대기업이 이끄는대로 흘러가지 않기를...

정비사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정비사이기 이전에

차를 타고다니는 한사람의 소비자로서

간절히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