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 도시 ‘태백’. 숲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고원 위에 자리잡은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슈퍼레이스 제1전이 열렸다. 1000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가까이 가보니 대부분 일본어를 한다. 태백고원까지 온 류시원(37)의 열성 일본팬들이다. “시원씨! 시원씨!” 한류스타 류시원이 레이싱파크에 수많은 관중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실감났다.

류시원을 비롯해 카레이싱을 취미가 아닌 본업으로 삼는 연예인들이 많다. 9~10일 열린 슈퍼레이스에 참가한 이세창(39).안재모(30).김진표(32) 등이 대표적이다. 왜 레이싱을 하게 됐냐고 물었다. 답은 똑같았다. “그냥 차가 좋았다.”

류시원의 원래 꿈은 차 디자이너였다. 안재모와 이화선(29)은 출중한 운전 실력이 선배 이세창의 눈에 들었다. 그의 꾐(?)에 빠져 입문하게 됐다. 김진표와 유건(26)은 방송에서 알게된 레이서와 친분을 쌓다가 직접 레이서가 됐다.

연예계 동료이지만 레이스에서는 양보가 없었다.

류시원은 10일 ‘슈퍼3800’ 부문에 출전해 아쉽게 5위에 그쳤다. 생각지도 않은 페널티때문이다. 같은날 열린 자신의 레이싱팀 창단식이 지연돼 출발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류시원이 창단한 레이싱팀은 ‘팀106’이다. ‘106’은 자신의 생일은 10월6일을 뜻한다. 앞으로 레이싱 발전을 위한 아카데미도 만들 계획이다. 오는 7월 방영예정인 SBS 드라마 ‘스타일’과 연말에 낼 싱글앨범까지 준비 중인 류시원은 요즘 몸이 서너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결혼은 너무 바빠 신경을 못썼다. 내년에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슈퍼레이스에서 가장 큰 웃음을 터트린 사람은 연예인레이싱팀 ‘알스타즈’의 이세창 감독이다.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은 대회에서 소속선수인 안재모와 김진표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슈퍼3800’에서 2위와 4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세창 감독은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가장 강조한다. 팀에서 여러명 출전하면 쇼트트랙처럼 작전을 쓸 수도 있지만 실력대로 정정당당하게 겨루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재모는 소문난 실력대로 연예인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경기 중 앞선 차가 트랙을 이탈하는 아찔한 돌발 상황이 일어났지만 특유의 감각과 순발력으로 능숙하게 피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일었다. 안재모는 “차한테 고맙다”며 겸손해했다. 김진표는 첫 출전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김진표는 “더 좋은 성적을 낼려면 안재모한테 비법을 전수받아야겠다”고 웃었다. 이화선과 유건은 ‘슈퍼1600’에 나란히 출전했다.

경기 후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의 시선은 상대의 얼굴이 아니라 모두 차에 꽂혀 있었다. 머릿속은 벌써 6월 열리는 제2전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류시원이 '슈퍼 3800' 레이스에서 전속력으로 트랙을 돌고 있다. 2.5km 트랙을 시속 200km 이상 속도로 25바퀴를 도는 순간만큼은 한류스타 류시원이 아닌 카레이서 류시원의 질주본능만 있을 뿐이다.
 

류시원(위쪽부터),안재모,김진표,이화선 등 출발을 기다리는 그들의 눈은 매섭기만 하다.
 


류시원의 레이싱팀 '팀106'창단식은 수많은 취재진과 일본팬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다.

안재모(뒤쪽)가 전속력으로 트랙을 돌던 중 앞차가 트랙을 이탈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안재모는 뛰어난 테크닉과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유건이 경기전 메디컬체크를 받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하듯 손가락을 맞춰보는 것은 균형감각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소뇌의 이상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전하지 못한다.
 


안재모가 '슈퍼 3800'에서 준우승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거둔 실제 상황이다.


연예인레이싱팀 '알스타즈'의 이세창 감독이 경기전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주행요령을 숙지시키고 있다. 감독 데뷔전을 치르는 그의 손동작이 초보답지 않게 아주 단호하다.

오직 스피드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류시원(왼쪽)이 경기후 서있기도 힘들다는듯 간신히 벽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한편에서는 경기가 뜻대로 안풀린 이화선이 그만 울음을 터트려 동료들이 위로하고 있다.

태백 | 이주상기자 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