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쌍용 OM662 D29STP 엔진에 대해 글을 써보겠습니다.


부족한점이 많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쏘를 통해 현대 갤로퍼에게 회심의 일격을 제대로 날리고, 뉴코란도와 체어맨의 연이은 성공으로

90년대를 보낸 쌍용은 렉스턴를 선보이면서 명실공히 국내 SUV의 강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당시 무쏘에 올라간 OM662(플랜저 직경 5.5mm) 엔진은 120마력에 25.5토크를 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국산 디젤중 최고 스펙이었지요. 이 엔진이 최고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쌍용차의 독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죠.










그것은 SUV 시장에서 2인자 신세를 면하질 못했던 현대의 무서운 추격 때문이었지요.


현대는 2000년대들어 커먼-레일 시스템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 이때 검증이 안되었니 어쩌니

말이 많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다 헛소리였죠 ㅎㅎ) 덕분에 당시 국내 기준으로는 외계인을 고문한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고출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분명 무쏘나 렉스턴보다 체급이 낮은 2000cc 싼타페가 115마력을 냈고, 비슷한 배기량의 2.9 테라칸은 무려 150마력을 냈지요.


쌍용도 자존심이 있는 한, 대비를 해야 했습니다.





쌍용도 커먼레일 도입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우에 인수되었다 뱉어내는 과정에서 커먼레일 도입 시기를 놓쳐버립니다.

싼타페와 테라칸이 절찬리에 판매되는 와중에 겨우 커먼레일 엔진 개발을 시작했고..04년에 XDi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게 되죠.


이 얘기는 제쳐두고..ㅎㅎ 쌍용은 일단 XDi를 내놓기까지 '시간을 끌어줄' 엔진이 절실했습니다.

"대한민국 1%" 를 자부했던 렉스턴이 힘없고 굼뜬차로 몰리는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거든요.. 한 박자 느린 벤츠감각이라는 마케팅(...)도 고출력 디젤에 맛들린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쌍용 엔지니어들은 중대한(?) 결심을 하게되는데..



"플린저(연료 분사장치) 내부 직경을 0.5mm 늘린다" 였습니다.


그게 무슨 대단한거냐고 물으시는분들이 계실텐데, 당시 쌍용의 디젤엔진은 플린저라는 기계식 펌프로 연료 분사량을 조절했습니다. 이것의 내부 직경을 늘리면 연료 분사량도 그만큼 늘어나고.. 출력도 당연히 올라가는거죠.


132마력, 29.5토크.


일단 급한불이라도 꺼야하는만큼 쌍용은 플린저 내부 직경을 0.5mm 늘린 'OM662 D29STP'엔진을 2002년 하반기에 데뷔시켰습니다. 어디에 얹었냐구요?




전 차종 적용도 아니고(...) 뉴코란도와 렉스턴의 최상위 트림(290SR, RX290)에만 얹었습니다 ㄷㄷ;;


최고급형 모델에만 차등 적용한걸로 볼때 쌍용도 이 엔진에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는 얘기인데요,


그러나 실제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건 바로 오버히트...


위에서 언급했듯이 플린저 내부 직경을 넓히면 자연히 출력이 올라가는데, 물론 엔진의 열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쌍용도 이를 알고 커넥팅 로드를 비롯하여 피스톤부의 강성을 보강했지만..정작 문제는 다른곳에 있었습니다.

팬클러치를 120마력형과 똑같은걸 쓴겁니다. 얘는 기계식 팬으로, 전자식과 달리 능동적이질 못합니다.


그래서 10만km를 채우지 못하고 3번실린더가 마멸되는 차량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가혹주행조건의 차량들이나 튜닝을 거친 차량들에 한해서 일어난 부분입니다만, 100만km 무보링을 자랑했던 쌍용차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긁어놓았죠.


그리고 배출가스 문제도 수면위로 떠올랐는데, 기존 120마력형 엔진에 비해 좀 심하다 싶을정도로 많은 매연이 배출되어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것도 차량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잘 타시는분들은 매번 배출가스검사도 무사히 통과하시긴 하더이다 -_-


욕을 들어먹으면서도 어찌어찌 1년간 잘 써먹다가..03년 하반기에 환경규제가 개편되면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이 엔진은 불과 1년만에 단종되고 맙니다. 이때 2.3L 엔진과 602 자연흡기 엔진도 같이 단종되었죠.


이래저래 말은 많았어도 국산 기계식 디젤로서는 최초로 130마력을 오버했던 엔진인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