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꾸었습니다.

정신좀 차리려 1분 정도 누워 가만히 있는데 와이프가 들어옵니다.

왠지 느껴지는 것이 있어 

"고양이 좀 봐 봐....."

 

어제 저녁에는 귀찮을 정도로 앵기고 핣아대고 요구르트도 엄청 잘 먹던 애가...

밤새 울어대서 잠을 설쳤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잠깐 잠들었던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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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깁스를 안 풀면, 하늘나라 가서도 거추장 스러울 것 같아 벗겨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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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이니 함께 보내줄 것들 가져오라 하고, 저는 간식을 넣어 주었는데

와이프는 종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애리야~ 다음부터는 위험한 일이 생기면 꼭 이 종을 울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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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편지를 써 옵니다.

난생처음 애견장례식장을 검색해 찾아 갔습니다.

사람같이 절차와 형식 다 비슷합니다.

이런저런 옵션들이 있어 딸과 와이프가 다 해 주고 싶어 합니다.

 

"아니요. 그냥 화장만 해 주세요. 장례식과 수의나 관 다 필요없습니다."

딸에게는 "아빠가 이 돈으로 더 의미있는 일을 해 주려 해." 라고 하며 설득하였습니다.

화장이 끝나고 유골함을 가져 왔는데 정말 한 줌의 재 밖에 안 됩니다.

 

유골함을 들고 대명포구로 향했습니다.

"우리 애리가 받기만 하면 안 되자나. 복을 지어야지..... 애리 관 값으로 물고기를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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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첫 집에 들러서니 놀래미가 있기에 바로 그것으로 결정하고 샀습니다.

방생한다고 하니 통에다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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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 마지막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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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가 살린 9마리의 놀래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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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일부를 집에 가져 왔습니다.

딸이 가족인데 집에다 조금 묻어 주자고 합니다.

화장할 때는 다른 것은 넣지 못해 아직 종이 있습니다.

이 종과 넣어 줄 수 있어 차라리 다행입니다. 

다음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종을 울려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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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 묻으려 했는데 딸이 거긴  해가 안 든다고 앞에다 묻어 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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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아저씨도 너를 지켜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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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고 500여명 가까이 추천해 주신분들과,

쪽지로 계좌를 묻고, 애기 사료 보내준다고 하셨던 분들이 6주를 기다리실 까봐 올려 드립니다.

보배에서 쪽지들을 처음 받아 봤는데,

보배에는 참으로 선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느꼈으며, 정말 감사드리고 면목 없습니다.

 

돈도 많은 사람이 500때문에 그러냐 하며 가족이란 단어 함부로 붙이지 말란 글도 봤습니다.

이 말에도 할 말 없습니다.

그러나 500도 큰 돈이지만, 그것도 최소라는 것이었고, 입원비 별도, 검사비 별도,

차후 방광수술 별도, MRI 부위별 별도, 장파열 되었으면 장 수술 별도.....

이건 그냥 대충생각해도 1천만 원 그냥 넘을 것 같았습니다.

꼭 산다는 보장만 한다면 또 모를 일이었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아는 병원 지식이 그냥 조금 아는 것이 아닌, 병원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 전문지식들 이었습니다.

골반 골절은 사람도 아이들 같은 경우, 

수술시 성장판을 건드릴 수 밖에 없어, 이는 평생 장애가 생길 여지가 많고, 

아이들이 버티기에는 수술이 너무 커서 최대한 접골 후 비수술을 합니다.

 

대퇴 조인트도 탈구 되어 있었는데, 탈구 범위로 볼 때 인대가 끊어졌을 확률이 매우 높았으며,

인대 접합술 해도, 이 부위는 사람도 수술 예후가 안 좋아 괴사가 쉽게 되는 부위이며, 

인공관절로 재수술 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방광은 사람같은 경우 보통 교통사고 시나 여자들 비절개 수술 시 건드려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요즘은 모르겠지만, 20여년 전 의학수준에서는 방광 터지면 그냥 평생 불구였습니다.

오줌보의 특성상 접합 그런 것이 쉽지 않았고, 방광 팽창이 안 되어 오줌을 못 참습니다.

그냥 잔뇨나 흘러나오는 자체로 남을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수의사에게 "요즘은 방광 접합술이 생겼나요?" 하고 물으니

굉장히 장황히 설명하며, 될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고.....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위의 징후들 말고 제가 제일 걱정되었던 것이, 혈변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골반부위니 괄약근 신경이 끊어 졌을 수도 있지만, 이도 생명에는 지장없으니 괜찮습니다.

다만 장파열이 되어 복강내 염증으로 인한 사망이 걱정되었으나, 엑스레이 상에는 변이 차 있어 괜찮아 보였고,

의사도 자신도 괜찮은 것 같지만 CT를 찍어 봐야 답을 해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혈변 흐르는 것이 아닌, 변이 어떠한 형태로든 나오기를 며칠간 정말 기다렸습니다.

 

어제는 정말 너무 사랑스럽게 안기고 장난도 쳐서, 오늘부터 애리 성장기 블로그를 쓰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저도 매우 당혹스럽고 참으로 슬픕니다.

6주 후에도 장애는 예상했었고, 

우리 애리가 저에게 자기 병수발 하며 살게하고 싶지 않아 다른 길을 간 것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생색이라 할 것도 없지만, 저희 가족이 아니었으면,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사람에게 매맞은 기억에 분노와 추위에 떨며 삶을 달리 했을테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은혜를 갚고 갔다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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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고 미안하다...............................

그리고 많은 성원을 보내 주신 회원님들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