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6년인지 1997년 인지 가물가물 합니다.

세명의 고교생은 이제 성인이 되어 한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겠지요...

 

약간 쌀쌀한 날씨였던 어느날 새벽 2시경...

저는 거제 고현에서 근무 하시는 아버님의 숙소를 어머님과 같이 다녀가는 길이었습니다.

 

고성에서 사천으로 향하는 이차선 커브길...

사천에 거의 다다를 무렵의 급 커브 구간을 지나다 가로수가 서너 그루가 통째로 쓰러져있는걸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아 누군가 사고가 났구나" 생각하며 정말 우연찮게 산 비탈쪽을 바라 보았는데...

구형 포터의 실내등 불빛이...(지금 생각하면 그 실내등 정말 어둡고 작았는데..) 보이는 겁니다.

 

다급히 차를 세웠습니다.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도로에서 벗어나 작은 도랑을 건너 커다란 나무에 정면으로 들이받은 포터의 모습에..

 

그 차에는 세명의 사람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운적석의 운전자는 핸들위에... 중앙 좌석의 사람은 조수석 바닥으로 상체가 기울어져 있었고

그 위로 조수석 사람이 포개어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보이스카웃을 오랫동안 하였던지라 맥을 짚고 심폐소생술 정도는 할줄 압니다.

세명다 살아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어머님께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달라고 말씀드리고는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조수석 문을 간신히 열고 그중에서 가장 앳띤 소년을 들쳐업고 나왔습니다.

머리가 깨지고 어디가 부러졌는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병원으로 가는게 급선무 였습니다.

119를 부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때 핸드폰도 없었고 지금처럼 119가 빠르게 올때도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두번째로 중앙의 사람을 구했는데 그 사람은 제가 업기가 힘들정도로 약간의 덩치 였습니다.

초인적인 힘이 생겨나 기절한 사람을 어찌어찌 도롯가로 들쳐업고 나왔습니다.

 

운전석의 사람은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핸들과 차량 사이에 끼어 저 혼자의 힘으론 어찌할수가 없었는데...

 

그때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나타납니다.

소를 운반하던 어느 아저씨가 어머님의 손길을 보고 차를 세운겁니다.

그시간대에 그 도로는 한시간에 한두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신체 건강하고

마침 핸드폰까지 소유한 그분의 도움으로 경찰과 구급차를 호출 할수 있었습니다.

 

건장한 그분의 도움으로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를 흔들고 부수고 하여 운전자를 조수석쪽으로 꺼내

업어서 도로로 올아오니 저멀리서 경찰차가 오는게 보였고 그제서야 재 몸을 추스려보니...

 

옷은 피투성이에 손은 어디에 찔려 피가나고 암튼 엉망 이었습니다.

경찰에게 간단한 경위 설명하고 연락처 남기고 있는데 그중 상태가 심한 운전자가 먼저 구급차에 실려가고

조수석의 앳띤 소년이 정신을 차리더군요...

 

예상대로 세명다 고등학생이고 아버지 차를 몰래 몰고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경찰관이 이 사람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했다고 하는 얘기까지 듣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어느날 119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긴급출동 119라는 프로그램에 방송하고 싶다고...

먹고 사는게 가장 힘든 시기라 정중히 사양하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어느분 글을 읽어 보다가 그때 일이 생각나 두서없이 적어보았네요.

그때 고성인지 사천인지 사는 그 고등학생들...

잘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