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생 아재가 바라보는 그랜저
어렸을 때는 그야말로 부의 상징
동네 빨간 포니만 봐도
나도 나중에 커서 포니 타고 다녀야지 하며
자동차를 동경하게 만들었음.
국민학교 시절 포니가 택시였던 시절이 있었음.
그 당시 각그랜저는 조폭들의 차가 아닌
정말 고급차의 상징이고, 사장님들이나 타는 차였음.
물론 이 당시에도 벤츠와 비엠은 있었지만
경험해 볼 일이 없는 꼬맹이들에게는
탱크보다 더 단단한 차로 인식되던 시절이었음.
그렇게 세월이 흘러
40대가 되고, 삶에 여유가 생기니
이 차 저 차 기웃거리는 아재가 되어 있음.
어렸을 때의 차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그래도 현대차밖에 없음.
포니도 사라지고, 엑셀도 사라지고, 엘란트라도 사라지고,
프라이드도 사라지고, 르망도 사라지고, 콩코드, 에스페로, 프린스도 사라지고...모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건
쏘나타와 그랜저뿐.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역사의 깊이가 얕음.
고등학교 시절인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집에 쏘나타만 있어도
너그집 잘 사네, 너그 아빠 완전 잘 나가는갑네 했는데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했는지,
아니면 내가 먹고 살만 해졌는지
쏘나타는 왠지 끕이 낮아보이기만 함.
그렇다면 남은 건 그랜저
아직까지도 임원용 차로 쓰이고,
자영업 사장님이나 소기업 사장님들이 아직 많이 타는
그래도 아직 이름값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썩어도 준치라고
그랜저 이름값이 있음.
광고에서는 '성공의 상징'이라며
'성공'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2030세대에게는 안 통할지 모르는 내용이지만
4050세대에는 아직까지 성공의 상징으로
나 이만큼 산다, 이제는 먹고 사는 거 지장없다
골프도 좀 치러 다니고, 동창회에 회비도 좀 낼 수 있고
어디 가서 차로 주눅들지는 않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되어 있는
그야말로 소심한 성공의 차인 것이다.
2010년에 결혼하여
결혼 10년에
딸1, 아들1 두고 집 한 채 마련하여 알뜰살뜰 살아가는
월급쟁이 현실 아빠로서는 최고의 차인 것이다.
각종 옵션 다 들어가고, 편안하고, 넓고 길고,
대한민국의 표준 또는 그 이상을 담아놓은 차인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그랜저 아무나 타는
국민차, 오빠차가 되었지만
월급 받고 애 낳고 집 사는 순간
흙수저들에게는 성공의 상징이 되는 차가 되어 버림.
이것은 뇌피셜이 아니라 현실이야기라고 보면 됨.
더 좋은 차를 탈 수도 있지만
그건 보이는 게 중요한 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월급쟁이들에게는, 또는 명함이 따로 필요없는 직업에는
최고의 차인 것이다.
이상 흙수저 40대 인생의 아재가 바라보는 그랜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