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erati Quattroprote Disel

- 더이상 라이벌이 두렵지않다 -

 

 

이글을 읽는 사람 or 당신들은 마세라티라는 브랜드 네임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차를 어렴풋이 아는 사람들은 삼지창의 브랜드 로고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 할것이며, 마세라티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배기임의 최고인것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스러운 삼지창 로고를 박은체 오케스트라를 방불케하는 배기사운드를 뿌리며 사라지는 마세라티의 모습은 우리에게 언제나 큰 인상을 심어준다.

 

 

 

마세라티라는 브랜드는 대중화와 거리가 먼 브랜드였지만 '기블리'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했다. 약 1억원의 금액으로 마세라티의 감성을 살 수 있다는것은 삼지창을 꿈꿔왔던 사람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으로 다가왔음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세라티를 선택하는 것 자체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쉽게 이야기해 포르쉐의 파나메라를 포기하는 조건이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탄다는 벤츠의 S클래스를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마세라티는 1가지 스포츠카 라인업(그라투리스모)과 2가지의 세단 라인업(기블리,콰트로포르테)으 가지고 있고 향후 SUV라인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가을날 마세라티의 세단 라인업 중 최고 기함인 콰트로포르테 3.0 디젤을 만날 수 있었다. 멋진 배기음의 마세라티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오늘의 시승기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마세라티가 버무린 디젤이 얼마나 마세라티스러울 수 있는지는 오늘의 시승기가 말해줄 것이다. 마세리타와디젤은 몇년전까지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었으나 오늘날은 다르다. 디젤에 마세라티의 감성을 얹는다는것. 과연 가능한것인가.

 

 

 

신형으로 바뀐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 모델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유는 신형 '콰트로포르테'는 '기블리'를 늘여뜨려 놓기만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포티세단에 가까운 기블리의 형상에서 크기만 키우고 세단화 시켜놓았다고 생각했기에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실물로 본 콰트로포르테는 내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을 했구나라며 반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맞다. 마세라티는 사진빨이 안받는 차량이 아니던가. 실제로 거리에서 움직이는 콰트로포르테는 엄청난 귀티를 뿜어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크기에서 오는 중압감은 스포티한 '기블리'와 다른 느낌이었다. 비슷한 디자인일 뿐인데 기블리는 스포티함이 묻어나는 반면 콰트로포트레는 중후함이 묻어난다. 이차량은 확실히 이태리 출신이었고 이차량은 페라리와 견줄만한 명실공히 이태리 대표 차량브랜드라는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언제부턴가 페라리는 섹시한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라면 마세라티는 고혹스러운 세단을 만드는 회사의 느낌이 강하다. 

 

 

 

이상하게도 와인빛을 머금은 차량색상과 콰트로포르테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질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심지어 이런 고리타분한색은 타고싶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변화시켜주기까지했다. 경쟁모델인 독일의 플래그쉽 세단이 와인빛이라고 생각하니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이것이 바로 이태리 차량의 힘이라는 것인가... 유니크함에서 오는 힘인것인가...

 

 

 

상어의 눈을 보는듯하 콰트로포르테. 차량의 크기에 비해서 작은 눈이지만 매섭다. 기블리의 눈이 더 작고 찢어져 심술궂어 보이는 반면 콰트로포르테의 눈은 관록이 묻어난 모습이었다. 상단의 눈썹이 DRL 역할을 해주고 있었으며 헤드라이트 디테일은 요즘 차량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떨어진다고 해서 멋이 없진 않았다.

 

 

 

콰트로포르테의 전장은 5,265mm 로서 벤츠 S클래스 롱바디(5,250mm) 보다도 길다. 설마 S클래스L 보다 더 길까 했는데 제원을 비교해보니 그러하더라. 어쩐지 주차를 해도 앞머리가 삐져나오는게 심상치 않은 크기였다. 와인빛의 백상아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디젤모델이라 다소 휠은 아쉬운 모양이지만 휠에 딱히 욕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디젤모델의 휠은 19인치가 적용되며 타이어는 전륜 245mm 후륜 275mm 피렐리 피제로 조합이다.

 

 

 

뒤쪽으로 이동하면 마세라티의 풍만한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데 C필러에서부터 트렁크라인이 기가막히다. 사진빨이 안받는 마세라티라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불룩하 뒷태를 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는 느꼈던 만족감이 사진으로 찍어보면 덜 그래보이는게 여전한 미스테리다.

 

 

 

콰트로포르테의 아름다움은 뒷태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이 또한 사진으로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전세대도 마찬가지지만 콰트로포르테의 뒷태는 여전히 심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지만 실제로 마주한 풍만한 뒷태는 므흣한 미소를 머금게 해주었다. 어디가 부족한지 모르겠다. 약간의 부족한 뒷태는 필기체의 마세라티 글씨체가 완성해주고 있지 않은가. 동그란 모양의 듀얼트윈팁은 마세라티가 고수하는 상징과도 같다.

 

 

 

C필러에 각인된 마세리티 앰블럼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한다. 신비롭다고 해야하나. 마세라티는 탐험해보지 못한 세계와도 같다. 주행에 앞서 이태리에서 온 세단의 실내로 들어가보자.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브라운 가죽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디를 닿아도 가죽이다. 이태리 장인들은 가죽을 아끼지 않는다.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의 모습. 하지만 가죽을 아끼지 않았을 뿐 실내의 감성은 마세라티라고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다.

 

 

 

우선적으로 실내의 구성은 그냥 무난한 수준이었다고할까. 실외가 와벽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실내에서는 부족함이 많이 보였다. 가죽을 많이 썼다는 점에서는 이태리차라는게 확실한데 계기반,핸들,센터페시아,기어봉등은 어디선가 보았거나 다른 브랜드보다 떨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만약 부족하다면 이태리 감성이라도 묻어나야 하는데 어디서 본듯한 것들이라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은 화려하지도 무난하지도 않은 그저그런수준. 스티어링을 돌려도 패들쉬프트가 따라오지 않는점만이 이태리 출신이라는것을 미약하게나마 이야기해주고있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스티어링의 조작감은 대형세단에 어울릴법한 느낌을 주었고 버튼을 누르는 질감도 나쁜편은 아니었으나 럭셔리함이 부족했다.

 

 

 

기어노브와 공조기 버튼들은 자꾸만 K9이 생각나서 몰입할 수 없었다. 센터페시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과하게 큰 LCD창은 모든게 터치로 작동된다. 화질은 무난한 수준이지만 감성을 바랄 순 없었다.

 

 

 

마세라티의 실내는 뭐니뭐니해도 좋은 가죽을 아끼지 않았다는점이 실내의 아쉬운 부분을 상쇄시켜준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분명히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콰트로포르테를 탄다면 정말이지 죽진 않을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도어의 무게와 묵직함은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차량의 경량화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정말이지 압축도어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차량은 콰트로포르테가 처임이었으니.. 말 다했다.

 

 

 

내가 시승기를 작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실.외 부분이 아닌 주행성이다. 실외가 아무리 멋지고 실내가 아무리 고급스럽는건 주관성이 다분한데 그나마 주행성은 어느정도 객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행성이 부족하다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차량은 잘달리고 잘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콰트로포르테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잘 맞춰줄 수 있을지 부푼 기대로 출발하였다.

 

 

 

시승 느낌은 대형세단답게 편안했다. 스티어링은 속도에 따라 부드럽기도 묵직하기도 했으며 스포츠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승차감으 위해 노력하는 느낌을 주었다. 크기가 크다보니 민첩함의 부족함은 당연하게 느껴졌으며 운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내 적응되었다. 내가 타본 6세대 콰트로포르테는 마세라티에서 이제껏 적용하지 않았던 디젤라인업이었기 때문에 과연 마세라티와 디젤의 조합이 어떨지 광징히 궁금했다.

 

예상대로 275마력 61토크를 자랑하는 3.0터보엔진은 무리없이 가속도를 높여주었다. 가속페달에 발을 지긋이 눌러주는것만으로 상당히 묵직하고 빠른 실용영역의 가속능력을 보여주었다. 저알피엠에서 묵직하게 터져나오는 토크 때문일 것이다. 신호대기 정차시 스물스물 올라오는 디젤의 잔진동이 있었지만 이제껏 디젤세단에 길들여져있던터라 싫진 않았다. 연비에서 오는 이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진동쯤은 우습게 넘길 수 있는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새롭지 않았다.

 

 

 

놀라웠던건 스포츠모드에서였다. 콰트로포르테는 디젤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함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차량이런건 무릇 이래야만 한다는것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마세라티의 정체성은 디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이것이 브랜드가 내세우는 철학이라 말할 수 있을것이다. 스포츠모드를 누르면 걸걸한 배기음이 들려온다. 가이 마세라티스러웠다. 휘발유인지 착각이 될정도로 멋스럽게 뿜어내는 배기음에 취하게된다. 또한 그뿐이랴. 마세라티는 강제 변속이 되지 않게 설정되어있다. 메뉴얼 모드시 알피엠이 레드존을 쳐도 다음 기어로 변속이 되지 않는다. 오너 스스로 운전하는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표출되는 것이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악셀 리스펀스도 빨라져서 운전하는 재미가 노멀모드와의 차이를 크게 두었다.

 

또한 잘서기도 얼마나 잘서는지 내려서 브레이크를 확인할 정도였다. 2톤의 묵직한 대형세단을 어찌 이렇게 잘 세우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캘리퍼로 보였으며 마세라티의 각인이 되어있었다. 놀랍다. 마세라티는 나가는것보다 서는것을 중요시 하는 브랜드지 않는가. 주행질감은 어느나라 플래그쉽 세단이 오더라도 점수를 깎일 순 없을 것 같다.

 

 

 

1억이 넘는 차량에 '감성'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차라도 투자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세라티라면 추천해주고 싶을 것 같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 그 브랜드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독일 브랜드의 철학이 아닌 이태리 차량의 철학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꽤 큰 수확일 것이다. 무척이나 잘서는 콰트로포르테는 안전과 품위에 굉장히 신경 쓴 흔적이 묻어있는 차량이라 할 수 있겠다. 디젤임에도 알차게 버무려놓은 마세라티의 스포티함은 훗날 나이가 먹어도 타고 싶은차로 선정해도 만족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든다.

 

 

누구보다 중후한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마세라티의 콰트로포르테를 빠뜨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