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는 VVT, VVL 등의 전자(유압)식 밸브트레인 가변제어 장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덕분에 행정사이클이 다른 엔진도(앳킨슨, 밀러 등) 구조적으로 큰 차이 없이 단순 전자제어로 구현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성능과 연비, 진동/소음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득을 가져온 기술들이죠.

 

하지만 이들은 센서와 컴퓨터를 통해 전자식으로 개입하는 장비들이고,

 

장년층 이상 많은 분들께서는 기억하시겠지만 30여년 전 과거에는 DOHC 엔진이라는 것 또한

 

밸브트레인 계통에서는 비교적 최신기술로 양산차에서 홍보가 많이 되었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이는 각별한 전자제어 없이, 그리고 가변장치도 아닌 것으로

 

밸브 수를 늘리면 연소실 뚜껑(헤드)에서 흡/배기에 사용되는 면적이 커지고, 이는 곧 효율(성능) 증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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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원 갯수 별 가장 조밀한 조합. 여섯 개 부터는 오히려 흰 면적이 늘어납니다

 

 

단순 비교긴 하지만, 큰 원 안에 작은 원으로 최대한 큰 원을 채워 넣어보면,

 

작은 원이 두 개일 땐 큰 원 안의 면적 50%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2밸브 엔진이고요.

 

작은 원이 세 개일 땐 64%, 네 개와 다섯 개일 땐 68%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각각 3밸브, 4밸브 그리고 5밸브 엔진이죠.

 

작은 원 여섯 개부터는 오히려 작은 원으로 채울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듭니다(최조밀 감소).

 

그래서 엔진에서는 5밸브 이상의 디자인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구조만 복잡해지고 얻는건 오히려 줄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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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밸브 엔진과 4밸브 엔진 실린더 헤드의 차이. 점화플러그의 위치, 그리고 밸브 하나의 크기에 주목

 

 

그리고 큰 밸브 두 개를 배치할 경우 점화플러그의 이상적인 위치인 실린더 정 중앙에 이를 배치할 수 없거나,

 

배치를 하더라도 밸브 사이즈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3밸브 이상으로 넘어가면 정 중앙 부위에 밸브가 위치하지 않음으로서 점화플러그를 이상적인 위치에 둘 수 있으며

 

밸브 한 개의 크기/질량이 줄어들며 관상이 덩달아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곧 고회전에 유리하게 되죠.

 

 

 

[3밸브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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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HC 3밸브 엔진의 헤드. 

 


그렇다면, DOHC는 4밸브, SOHC는 2밸브가 가장 흔한 디자인인데 3밸브, 5밸브 홀수 밸브 엔진은 왜 존재하는가.

 

3밸브 엔진은 돈 때문입니다.

 

이들 3밸브 이상 엔진들이 흔해지기 시작한 시기를 보면

 

배기가스 규제가 빡세지기 시작한 80년대 부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떨어뜨린 출력이 워낙 크다 보니

 

단순히 배기량을 키워서 출력을 늘리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출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했죠

 

흡기 밸브의 갯수를 늘려 사이즈 또는 크기를 각각 다르게 만들거나 타이밍이 서로 다르게 열리게 만들면

 

오늘날의 VVT, VVL이 하는 일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SOHC 4밸브 엔진은 있어도 DOHC 2, 3밸브 엔진은 없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SOHC 3밸브, 4밸브 엔진은 위에 나열했던 모든 장점들을 얻기 위해 밸브 수를 늘렸지만 캠샤프트 갯수는 늘리지 않은,

 

구조를 가급적 단순하게 유지하고 단가상승도 최소화한 그런 방식입니다.

 

배기 밸브의 갯수를 늘리지 않고 커다란 한 개만 사용하기 때문에 고회전에 취약하여 고성능 차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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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알파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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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M113(V8 5.0) 엔진의 한 쪽 뱅크 헤드

 

국산차에는 최초의 국산 엔진인 현대차 알파 엔진이 있고 체어맨W에 들어갔던 벤츠의 5.0 엔진도 이 방식입니다.

 

1975년 혼다 씨빅이 최초로 알려져 있으나 혼다는 4밸브 SOHC로 더 유명하고 집착했지 3밸브는 많지 않고

 

닛산은 지긋지긋하게 우려먹던 KA24 엔진이 3밸브 SOHC,

 

벤츠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찍어내던 거의 전 모델에(240부터 그 위로 전부) SOHC 3밸브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포드 또한 에코부스트나 신식 DOHC 엔진으로 바꾸기 전 지긋지긋하게 우려먹던 V8 SOHC 엔진들이 이 디자인입니다.

 

가장 최근까지 판매되던 마지막 3밸브 SOHC 엔진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체어맨W입니다. (2017년 단종)

 

상용차로 넘어가면 그 이후로도 포드 F-450 이상 화물차에 들어가고 스쿨버스에도 들어갔었지만 이들 모두 현재는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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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밸브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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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5밸브 V8 엔진의 한 쪽 뱅크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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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밸브 4기통 DOHC 엔진의 캠샤프트

 


돈 때문에 만든 3밸브 엔진과 달리 5밸브 엔진은 성능에 몰빵하기 위해 만든 물건입니다.

 

앞서도 설명 드렸듯이 실린더 헤드 면적에서 밸브로 가장 많은 면적을 커버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고

 

밸브의 크기와 질량을 줄여 고회전에 더욱 유리합니다.

 

4밸브 DOHC에서 밸브를 한 개 늘린 방식이기에 구조의 단순함이나 원가절감 같은 것과 정 반대의 목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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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씨 당간 ZZ의 엔진룸. 이런 별 볼일없는 경차에 큰 타이틀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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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하 FZ750. 자동차에 앞서 출시된 최초의 양산 5밸브 엔진

 

 

고회전과 경량, 두 단어만 들어도 이 엔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오토바이고,

 

오토바이 전문 메이커 답게 5밸브 엔진은 야마하가 주도했었습니다. 1985년 FZ750이 최초.

 

야마하는 5밸브 엔진 전문 메이커로 아예 자리잡으며 다수의 F1 엔진을 개발했음은 물론,

 

이니셜D 주인공 차 86으로 잘 알려진 차의 후속 모델(FF로 전환)에 4AGE 20밸브 엔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본 버블경제에 걸맞게 1989년 미쓰비씨의 경차 당간 중 스포츠모델 ZZ가 최초의 20밸브 자동차로 기록되었으나

 

이는 당시 일본 경차규격 550cc에서 최대한의 출력을 뽑아내기 위함이었기에 바로 다음 세대에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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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밸브 엔진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페라리. F355의 마지막 숫자 5가 5밸브라는 의미.

 

 

최고급 수퍼카들에서도 90년대에 이는 흔한 방식이었는데 페라리가 F355와 360으로 가장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5밸브 엔진은 밸브 다섯 개와 점화플러그까지 위치하는 아주 복잡한 방식인데

 

사실 이런 고가의 스포츠카에서는 단점이 좀 따르더라도 출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많기도 하고,

 

2000년대 후반 들어 직분사의 도입으로 인젝터까지 위치시킬 수 없었기에 빠르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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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 RS와 RS3. RS3는 5기통 RS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두 번째 세대를 맞이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5밸브 엔진은, 직렬 5기통 엔진으로 WRC에서 명성을 날리던 아우디가 레이싱용으로 개발했다가

 

규제 강화(그룹B 폐쇄)로 출전하지 못한 것을 양산차에 응용한 콰트로(차 이름이 콰트로였음) 89년형에 출시했는데

 

이후 아우디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수의 차에 5밸브 엔진을 장착했었고(1.8T, 2.8, 3.0, 4.2)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전 세계에서 5밸브 엔진을 아직도 생산중인 유일한 메이커가 아우디 되겠습니다.

 

심지어 이는 알려진 상식을 깨고 직분사까지 달려있는 유일한 5밸브 엔진이기도 하며,

 

현재 양산중인 유일한 5기통 엔진이기도 합니다. (RS3, Q3 RS, TT RS)

 

한편, 한 때 5밸브 엔진의 본좌였던 야마하는 2011년 TDM 시리즈를 단종 시키며 5밸브 엔진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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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TDM900을 마지막으로 단종된 야마하의 마지막 5밸브 엔진.

 


아우디가 언제까지 2.5 TFSI 엔진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5밸브 엔진을 가장 먼저, 가장 널리, 가장 오래 만들었던 만큼 오랫동안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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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밸브 SOHC 엔진의 본좌는 예나 지금이나 혼다. 3기통, 4기통, 6기통 할 것 없이 SOHC 엔진 안들어간 차가 거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