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히 아끼는 내차가 있으시죠?

 

목욕탕간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내차는 일주일에 한번씩 세차시키고.

신발사본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내차는 더 좋은 타이어 끼워줄라고 타이어집 기웃거리고.

허리아파도 병원한번 가기가 어려운데... 내차에서 나는 잡소리는 바로 카센타에 밀어넣어서 고치고.

어디가서 넘어져서 까져도 툭툭털고 그만인데... 내차에 생긴 흠집은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나랑 같은 옷을 입던말던 신경도 안쓰는데... 내차랑 같은 스티커, 같은 모델이면 묘하게 신경쓰이고.

 

최소한, 여기 보배에 찾아오는 사람중에 '내차'가 어디서 흠집나고 테러당하는걸.

허허 웃으면서 "그럴수도 있지~" "고치면 되지~"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제 주변에는...

년형이 10년이 넘었어도 '이차'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옛날 번호판 하나에 집착하면서 절대로 이차는 포기못한다는 사람이 있고.

지갑은 한없이 얇아지는데도, 굳이 네번에 한번은 고급유 넣는 사람이 있고.

고작 스티커 몇개 대충 붙혀놨어도, 같은차종중에 자기차가 제일 돋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첫번째는 구형엑센트를 타는 제 친구 이야기였고.

두번째는 제가 타는 별볼일 없는 차의 이야기였고.

세번째는 티뷰론SRX를 타는 지인의 이야기였으며.

네번째는 쎄라토오토를 타는 선배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를 이어주는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지만.

단지 같은 '차를 사랑하는 오너'이기 때문에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몇다리 건너서 알게된 사람도, 일단 차를 좋아한다면 무조껀 웃으면서 이야기부터 합니다.

 

여기 게시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차가 좋아서 왔을뿐인데... 내 자식같은, 내 가족같은 차가 '똥차' 소리나 듣고...

생면부지 남한테 사진까지 업로드 당하면서 '무개념' 같은 소리나 들을라고.

차를 좋아하는게 아니잖습니까?

 

내차가 무던히도 사랑스럽다면, 남의차 역시 그렇습니다.

'내차'라는 그 이름이 붙는 순간, 차는 오너와 함께 좋은날, 기쁜때, 화나는시간, 슬픈시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과 도 같다면 좀 억지일까요?

폐차장에 차를 보냈을때의 그 슬픈 감정... 눈물이... 단순한 이동수단이라면 과연 들까요?

자동차가 달리는 세금폭탄이라면서요? 그럼에도 우리가 차를 놓지 못하는건 왜일까요?

그것은 이동수단이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서 친해진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신형 모델이 나오든 말든... 한번 마련한 '내차'에 올인하는 열정.

같은모델, 같은색 사이에 서있어도 '내차'만은 한번에 찾아내는 애정.

주차장에 세워놓고 밤사이 멀쩡히 있을때의 그 반가움을 아는 사람들이잖습니까?

 

우리가 우리를 서로 욕할 이유가 뭡니까?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상대방의 차는 '내눈'에만 후즐근해 보일뿐, 그사람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남의집 귀한자식, 직접 보지도 못했으면서 욕할수 없듯.

남의 귀하디귀한 차 역시, 직접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으면서 욕하는것도 틀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