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조국(미국)에 살고 있고,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 때문에 겪은 썰 풀려고 함.


한국도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간에 신경전 장난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도 층간 소음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음.


특히 아파트 마다 다른데 내가 사는 아파트는 밑층이나 위층에 사는 사람이 한 헛기침 소리도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되었음.


아무튼 요즘 밤샘작업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운받아 놓고 안보고 있던 관상 이란 영화를 보기로 했음.


그때가 새벽 3시쯤. 근데 내가 너무 소리를 키워 놓고 보고 있었던 것임.

 

 

내 방 티비가 이렇게 생겼는데, 이게 은근 소리를 작게 해놔도 사이즈가 커서 그런지 소리가 꽤나 울렸던 모양.


한참 영화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누가 아파트 현관문을 노크 하는 소리가 남.


그래서 뭔가 하고 나가봤더니, 안경 쓰고 딱 봐도 고딩처럼 생긴 백인 애가 미안하지만 소리를 좀 낮춰달라고 하더라고.


물론 걔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아 듣고 있었는데 신경이 좀 날카로워져 있어서 내가 존나 노려보면서 뭐?? 라고 재차 물었더니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소리를 좀 낮춰달라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 간단히 사과하고 그 놈은 다시 돌아가는 걸로 일은 마무리 됐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존나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뭐 그 새끼가 경찰에 신고 안 한 것만으로도 사실 고마워 해야 할 분위기 인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씩씩거리고 있었음.


그리고 오늘 오후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래 같은 종이 한 장이 접혀서 현관문 사이에 끼워져 있더라.

 

그래서 펴봤더니 작은 편지랑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끼워져 있는 거 아니겠나? 뭔 상황인가 이해가 안돼서 읽어보니 내용은 이렇다.


알고 보니 어제 새벽에 밤늦게 찾아가서 무례하기 티비 소리 좀 낮추어 달라고 했던 거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놈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놈을 감안해서 존댓말로 발해석 한다는 거 이해바람. )

해석:

저기 티비 소리 줄여준 거 정말로 고마워요.


그리고 어제 새벽 3시에 갑작스레 찾아간 거 미안해요.


이게 분명 희안하고 무례하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더욱이 님은 제가 님의 티비소리를 들는 걸 모르고 계셨을 테니까요.


제가 한동안 잠을 못 잤고, 정말로 잠이 필요했거든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쌤 올림.

 

글을 보고 나니, 괜히 어제 호성모드로 노려 본 것도 미안하고 그러더라.


그래서 편지 들고 아래층으로 찾아가서 무조건 벨 눌렀다.


그랬더니 그 남자애 어머니처럼 보이시는 분이 반겨주더라고. 그래서 자초 지정을 설명했지.


어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아드님께서 내가 잘 못한 건데 오히려 사과를 하며 5달러짜리를 줬는데 미안하지만


이건 내 잘못인데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정중히 돌려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나한테 사과를 하더라??


자기 아들이 무례했다면 사과한다면서. 그러면서 지금 자기 아들 불러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


한 1분 기다렸더니 어제 그 남자애가 나오더라.

그러더니 나를 보자마자, 왜 돈 안받냐면서 정말 괜찮으냐면서 계속 미안해 하듯이 묻더라.

그래서 내가 오히려 미안한 건 난데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재차 거절했다.
5달러면 점심값인데 차라리 그 돈으로 점심 사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마음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서로 악수하고 통성명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좀 하다가 왔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다니면서 근처 대학에서 AP 수업 듣는 고딩이더라고. 그래서 고등학교 수업이랑,
대학수업이랑 병행하려니 밤샘을 많이 해서 잠이 부족했는데, 마침 그날 내가 이놈의 숙면을 방해했던 거지.


아무튼 서로 훈훈하게 마무리 짓고 왔다.

갔다 와서 생각해 보니, 오히려 내가 이 나이 어린 놈한테 타협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무조건 얼굴 붉히고 싸우려고 드는 나의 DNA가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오히려 자기 아들이 무례하진 않았는지 물어 봐주는 백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니,
한국 아주머니들의 우리 자식이 먼저라는 이기심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였다.


요약:


어제 새벽 내가 층간 소음 일으켜 고딩 못 자게 함.

새벽에 걔가 항의하러 우리 집 옴

다음날 오히려 걔가 미안하다면서 편지랑 5달러짜리 줌.

서로 악수하고 훈훈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