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시승기 2부입니다. 쓰기에 앞서 제 글은 제 차이다보니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지어는 편파적(?)일 수도 있는 개인의

경험담일 뿐입니다. 즐겁자고 쓴 글에 죽자고 덤벼봐야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인터넷에 GL 시승기를 쳐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애들 장난감용 전동차 시승기만 나옵니다. 포탈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을

싹다 뒤져도 제대로 된 시승기는 두어개 건지기도 힘듭니다. 일단 차량크기가 5미터가 넘습니다. 거기다 축간 거리는

에스컬레이드 보다 길어서 동급 최강이기도 하죠. 그만큼 실내가 넓다는 의미가 됩니다. 외형은 크다 못해 웅장합니다.

우연찮게 아우디 Q5 가 옆에 있었는데 너무 작게만 보이더군요.

 

운전석, 계기판, 센타페시아, 컵홀더 등등은 ML 과 아주 흡사합니다. 그리고 뒷좌석 모니터와 블루투스 헤드셋은 벤츠 S 500과

같습니다. 차고가 높다 보니 시야가 아주 좋네요. 그러다 보니 운전이 편합니다. 예전에는 앞에 SUV 가 한 대 있으면 시야가

답답해서 무조건 제끼고 봤었는데 이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니깐 앞에 어지간한 SUV 가 있더라도 예전처럼 추월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벤츠에는 사기캐릭(?)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세단의 탈을 쓴 스포츠카(?) S600이랑 이 GL 클래스를 전 꼽고 싶습니다.

먼 넘의 세단이 제로백이 4초대이고, 먼 넘의 SUV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220km 넘게 안정적으로 달리는지....“안타봤으면

말을 마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GL450 4matic 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풀타임 4륜구동 방식

- 7단 자동 변속기

- V8, 32밸브, DOHC 4663cc 엔진

- 모노코크 채택

- 최대 시속 235km, 0-100km 7.6초

- 출력 345ps/6000rpm, 토크 46.9kg-m/2700rpm

 

누가보면 SUV 가 아니라 꽤나 잘달리는 세단의 스펙같습니다.

 

 

처음 운전석에 앉아보면 착좌감은 의외로 단단합니다. SUV라 푹신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차를 멈춘채 뒤 3열쪽 버튼을

누르면 트렁크 공간과 더불어 평평해집니다. 어지간한 SUV들은 3열을 좌석으로 만들면 트렁크 공간이 굉장히 협소해지는데

GL은 3열이 있어도 트렁크 공간이 꽤 큽니다. 에스컬레이드를 제외하고 제일 큰듯하네요. 평평해진 공간에서 애들이 뒹굴거리고

뛰어놀아도 희안하게 차가 출렁거리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오~ 역쉬 독일차의 탄탄한 하체와 서쓰인가 싶었는데 막상 천천히

차량을 이동해보니 이거 좀 출렁거립니다. 저속에서 안전턱을 넘거나 불규칙적인 도로를 지나보면 미쿡차처럼 출렁거립니다.

아닌게 아니라 GL과 ML은 미국에서 생산되니 어떻게 보면 미쿡차네요. 캐딜락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사실 그다지 미쿡차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저속에서의 느낌은 아무튼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시내주행은 헛웃음이 나올만큼 그냥 세단이랑 똑같습니다.

아마 ML을 타시는 분들은 잘 아실껍니다. SUV 차량중에 가장 세단과 비슷한 느낌이 나고 그래서 편한 차라는걸.... 그래서 여성

분들이 벤츠 SUV를 좋아하는 지도 모르죠. 차고가 높다는 편안함에 일반적은 세단이랑 주행질감이 너무 똑같아서 편합니다.

차가 너무 커서 운전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사실 전장은 S클래스랑 별반 차이가 없고(그러고 보면 S 클래스가 참 크긴 큰 차인가

봅니다.) 와이프가 운전해 보더니 어, 이거 그냥 승용차랑 운전하는게 똑같애 라고 이야기 할만큼 편한가 봅니다.

 

 

주욱 달려봅니다. 엔진 소리가 참 좋네요. 이건 진짜 의외입니다. 8기통 엔진소리가 그것도 SUV에서 이렇게 좋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기존 세단들은 너무 조용하고 그렇다고 이건 시끄러운게 아니라 멋진 소리입니다. 12기통 엔진의 부드러움과 달리

약간의 거친음이 들리는데 참 이 소리를 머라 표현할 수가 없네요. 부산에 놀러갈 일이 있어서 고속도로를 한번 타보았습니다.

허거걱. 변신 트랜스포머.... 벤츠 특유의 고속주행의 쫀득함이 그대로 살아있네요. 앞에 제네시스가 160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네요.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차도 이제 꽤나 잘 만든것 같습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속도계의 바늘은 Y00을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제네시스도 속도를 마구 올리는가 싶더니 y00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뒤로 쳐지지 시작합니다. 아마 제네시스

입장에서는 자기를 추월한 차가 suv 라서 자존심이 상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y20까지 주욱 밟아보았습니다. 헐~ 감탄을 안할

수가 없네요. SUV로 y20 이라니....정말 독일 애들은 외계인인가 봅니다. 어떻게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속으로

“ 야, 넌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SUV 야. 근데 이 이해할 수 없는 시츄에이션은 멍뮈?” SUV 로 y20 달려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 웅장하고 차고가 높은 차량이 y20으로 달려도 전혀 불안감이 없습니다. S600으로 y50 달릴 때의 충격과 똑같네요.

고속주행하면 벤츠라는 공식이 SUV 에서도 성립되나 봅니다. 그리고 차가 깍두기 형태다 보니 시속 150을 넘어서면 아무래도

일반 세단보다 풍절음은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좀더 큽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는데 연비가 6.8 ㄷㄷㄷ, S 600보다 연비가 더 안좋습니다. ㅠㅠ 말이 되냐구요.

고속도로에서 9.8도 아니고 6.8이라니... 아무리 탱크처럼 생겼다고 해서 탱크 연비가 나오다니... 좀 달렸기로서니 100리터의

연료통은 꽉 채우면 20만원 정도의 고급휘발유가 들어가는데 서울-부산 왕복하면 30-40만원의 기름값이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신나게 달릴 때는 좋았는데 디젤차량의 소리와 잔진동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GL350 블루텍이 그립네요.

GL 350 블루텍 정도면 들어올만도 한데 디젤 허가의 문제도 있고해서 인지 우리나라 사정에 안맞는지 들여올 생각이 영 없는것

같아요.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력이 좋습니다. 덩치가 있어서 그런건지 E 클이나 S 클보다 확실히 초기응답력이 좋고 바닥으로 가라앉은

듯한 느낌 역시 영락없이 벤츠의 DNA입니다. 얼마전 새벽에 엄청 눈이 왔었죠? 진짜 함박눈이 펑펑 왔었는데 그때 2가지 큰

경험을 했습니다. 하나는 기름이 떨어져서 차가 멈췄거든요. 차가 멈추기 전에 어떤 증상이라도 먼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멈춰버립니다. 차가 푸드덕 거리거나 이딴거 없이 바로 멈추니깐 혹시 기름이 떨어질 것 같으면 차라리 보험회사 무상

급유를 미리 신청하사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3리터 정도 보충해주거든요... 그래봐야 20킬로 정도 달리는건데 고속도로에서

멈추면 정말 가슴이 철렁 합니다.

 

차 구매를 12월에 해서 스노우 타이어를 못달고 미쉐린꺼 4계절용으로 새 타이어가 장착되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올 때

타이어가 아닌 4륜 자체의 특성을 테스트하기 참 좋죠. S500 4matic 을 운전해본 적이 있는데 도통 일반적인 도로에서 후륜과의

차이점을 알 수가 없었는데 쌓이는 눈길에서는 어떤가 참 굼금했습니다.

 

 

차량 테스트는 후륜만 스노우 타이어인 CL 600, 4바퀴 모두 스노우 타이어인 S600, 사계절 타이어인 GL 450, 4계절 타이어인

구형 에쿠스 (전륜)으로 눈이 쌓인 언덕길에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좋네요. 내리막 길에서는 시속

20-30의 저속으로 테스트했습니다.

 

1. CL 600 : 오르막 길을 잘 올라 갑니다. 내리막 길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데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다소 밀리는 현상이 있지만

멈춥니다. 회전 구간에서도 다소 미끄러지지만 많이 어긋나지 않고 돌아나갑니다. 이 차는 시내주행만 하는 차량이라 제가

후륜만 스노우 타이어를 달았습니다.

 

2. S600 : 그냥 평지랑 비슷합니다. 잘 올라가고 잘 멈추고 잘 돕니다. 고속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스노우 타이어의 위력을

실감하네요.

 

3. GL450 4matic : 오르막길을 4륜이라 그런지 미끄러지면서도 억지로 그르륵 거리며 올라갑니다. 아마 다른 후륜이면 바퀴가

헛돌아서 아예 제자리 걸음일텐데 어찌됬던 올라가긴 올라가네요. 그다음 내리막길. 누가 4륜이 짱이라고 그랬나요? 차가

안멈춰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사람이나 차가 없는 도로여서 다행이지 거의 5미터 이상 미끄러진 것 같네요. 차이라고 하면

4륜이라 그런지 차가 미끄러지면서 옆으로 돌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똑바로 미끄러집니다. 브레이크가 안들어요.회전구간은

CL 600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약간 미끌리긴하지만 돌아나갑니다.

 

4. 구형 에쿠스 GS350 : 전륜이라 오르막 길을 올라가긴 가는데 중간에 여러번 바퀴가 헛돕니다. 탄력을 받아 오르는데 문제가

없지만 중간에 멈춰서 올라가려고 하면 바퀴가 헛돕니다. 반면 내리막길....여지없이 미끄러집니다. 거기다 차가 그냥 휙 도네요.

(전륜에 스노우타이어를 달아서 실험해보면 더 확실한 결과가 나왔을텐데 그부분은 테스트 못해봐서 패스합니다.)

 

저는 운전을 아주 잘하는 그냥 드라이버도 아니고 운전 스킬을 운운할만큼 특이한 경력 역시 없이 그냥 밟으면 가고 멈추는 그런 평범한 오너입니다. 그래서 이런 평범한 오너 입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보고 제가 정리해드립니다. 눈길에서 만큼은 스노우 타이어 단 후륜이 4륜이나 전륜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그렇다고 4륜이 의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일단 진눈깨비가 오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후륜 기반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입니다.

 

 

“4륜 스노우 타이어>후륜 스노우 타이어(4짝)> 후륜 스노우 타이어 (리어타이어만)> 4륜 4계절 타이어

>전륜 4계절타이어>후륜 4계절 타이어”

 

오프로드... 갈 일이 없으니 참 테스트 할 곳이 없네요. 그저 비포장 도로 몇 백미터가 다 입니다.(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도로

포장율이 꽤나 높네요)사실 정통 오프로더나 진짜 험한 길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온로드에서의 편안함을 희생한 지프 랭글러를

사시던지 가격이 ㅎㄷㄷ 한 랜드로바나 벤츠 G 바겐을 타면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오프로드의 경우 끽해야 자갈길같은 비포장

도로나 해변가 도로가 대부분일테고 그나마 잘 가지 않게 됩니다. 예전 S600 이나 CL 600으로 갈 때는 ABC를 이용해서 차고를

한껏 높이고 갔는데 그때 차 바닥이 긁힐까봐 쓸데없이 발에 얼마나 힘이 들어가던지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네요. 반면 SUV 는

SUV입니다. 안전턱이던 비포장 도로던 아무런 걱정도 없고 오히려 어디 더 갈데 없나 찾게 되네요.

 

 

2열 승차감은 편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2열이 슬라이딩 됬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우디 Q7의

경우 2열이 슬라이딩 되거든요. 넉넉한 공간은 맞는데 S클래스를 타던 저에게는 뒷좌석에서 다리꼬는 퍼포먼스를 못한다는게

좀 아쉽습니다. 뒷좌석 승차감이나 레그룸만큼은 정말 S 클래스가 짱입니다. 그 어떤 밴, SUV가 와도 뒷좌석 승차감만큼은

S 클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혹시 S 클 타시는 분들은 만세~ 부르셔도 됩니다.^^; 카시트를 장착해야하는 애들에게 S 클의

뒷좌석은 호사죠. GL 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는 불루투스 헤드셋으로 각각 다른 영화를 시청할 수도 있어서 애들한테는 인기

폭발입니다. 운전자에게 높은 시야가 보장되서 운전이 편한 것처럼 애들에게도 차타고 몇 시간씩 가는걸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차죠. (물론 S 클래스도 같은 기능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R 클래스는 2열이 좋지만 3열은 불편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프로드 갈 일만 없다면 벤츠 R 클래스의 선택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S 클래스 롱바디 정도면 어지간한 5인승 SUV 보다 낫습니다. 뒷좌석 넓지, 트렁크

용량 크지... GL의 3열은 키가 177인 제가 앉으면 “불편하지 않게” 앉을 수 있습니다. 제가 다 타봤는데 편한 3열이란 SUV에서

있을 수 없다는게 정설인 것 같습니다. 불편하냐 불편하지 않냐가 맞는 말이죠. 아무튼 GL의 3열은 애들에게는 편하고 성인에게는

 불편하지 않습니다. 한 두시간 타고 이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근데 의외로 이 3열이 애들에게는 인기 만점입니다.

타기만 하면 구석이라서 그런지 전부 3열로 갈려고 난리네요.

 

SUV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 공간 활용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열은 전동식이어서 버튼 하나를 누르면 평평하게 되기도 하고

좌석이 되기도 합니다. . 정말 어마어마한 공간이 생기는 거죠. 이 차를 사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아들이 여기에 누워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그만.....2열은 수동입니다. 2열까지 수동으로 펴서 한강 고수부지로 갔습니다. 애들 신났네요. 침낭하나

던져줬더니 뒤에서 뒹굴고 난리도 아닙니다. 뒤에 콘센트 꽂는 곳도 있어서 아예 집에 있는 스탠드를 들고와서 책을 읽고 있네요.

어른 둘, 아이 하나 정도의 차박(차에서 자는거)은 충분한 공간이네요. 2열까지 접으면 캠핑카나 이삿짐 차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냉장고도 들어갈 정도니깐요. 올 봄에 놀러 갈 일이 벌써 기대됩니다.

 

 

아무튼 요새 여가의 활용이나 가족과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SUV 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선택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지극히 벤츠 빠돌이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다소간의 오해가 있더라도 너른 양해바랍니다. 졸필이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