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1년식 알원
- 내 생에 첫 바이크는 대림 VF였다. 그 다음의 바이크, 2001년식 빨간색 알원이다.
순정 티타늄 머플러가 아주 조용하고 커다란게 매력적이었으며 그 때 내게 너무나도 이뻐 보였던 알원.
지금의 리터급에게 체중감량이란 큰 숙제를 안겨줬던 참으로 명품 바이크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중고로 구입했을 때 나는 리터급에 대한 어느 지식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으며 오로지 타겠다는
의지하나로 만든 2종 소형 면허증과 지를 돈이 전부였다.
어느날 바이크마트를 보던 순간, 지금 얘기하는 이 빨갱이를 만났고 그날 저녁 바로 질러 생애 처음 뒷
바퀴가 두꺼운 바이크를 탈 수 있었고 바로 학교 앞 자취방으로 가져와 형에게 보여주고 우리 형제는 바
이크와의 인연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때 이보다 더 빠른 머신이 세상에 있을까 할 정도로 엄청난 가속력과 최고속을 느끼며 바이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잘 타고 다니다가 다시 되팔아 지금의 2004년식 알원을 얻게되었다.
2. 2004년식 알원
- 그 후 바이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증폭에 증폭을 거듭.
우리(형과 나)는 상태좋은 2003년식 재고품 알원을 계약하기 위해 강남 YSK로 향했다.
그 당시 2004년 10월 초. 이미 2004년식 신형알원이 인기급상승 중이었으나 우리는 여태껏 모은 피같
은 알바비를 들고 조금이라도 싸지만 믿을 수 있는 새차를 사기위해 그당시 단 하나 남은 1430만원이
던 2003년식 은검알원을 200-250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합의를 보고 YSK도착.
지점장님과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점장님의 단 한번의 권유( "2004년식을 딱 한번만 타보고
2003년식 구입하세요")에 흔쾌히 승낙. 마침 시승바이크가 있었고 나와 형은 한번씩 그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세상에.
아니 이런 바이크가 있었단 말인가.
알원이면 다 같은 알원에 디자인만 변한게 아니었던가. 엔진은 다 그게그거 아니었던가.
그 때까지 몰랐던 코너란 것을 그녀석(2004년식)은 시승 그 순간 왕초보인 나에게 아!하는 감탄사와 함
께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칼같은 제동력.
이건 정말 꿈의 바이크였다.형과 나는 그 자리에서 의논.
결국 구입희망.
하지만 박스새차는 이틀뒤에나 대전에서 올수 있다기에 더 기다릴 수 없어 그 당시 디스플레이되 있던
파란색 알원을 보고 "저거 그냥 사갈께요"해서 오후 2시에 구입. 7시까지 머플러 교환과 HID부착, 밧데
리 충전 등 작업 완료.
그 날 우리는 미친짓을 저지르고 말았고 또 점점 더 미쳐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간단한 시승기-
1. 가속력 : 2004년식 알원 172마력, 아라타 머플러 장착 +5마력, 합이 177마력.
시속 200km이상 램에어 작동시 순정 180마력.
이건 수치에 불과하다. 아주 민감한 선수급이 아니라면 150마력 이나 172마력의 차이를 거의
느낄수가 없다.
음. 가속력이라.. 무섭다, 정말. (뭐야 너무 허접하자나~)
하지만 그 미묘한 감정들을 어찌 글로써 표현할 수가 없다.
600cc인 알식스와 비교하자면 차이가 다소 큰편이며 리터급을 타다가 미들급을 타면 토크에
부담이 없고 좀 재밌다고 느껴진다. 그 미들급이란게 처음타는 사람은 내가 위에 적은 글처럼
아주 무섭다!라고 느낄 정도이다.
뭐, 이정도.
2. 최고속 : 어느 리터급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계기반상으로 299km/h까지는 나간다. 나도 시화방조제에
서 그 최고속을 느껴 보았고 두번다시 느끼고 싶지 않게도 되었다.
엄청 잘나가며 체감상 100km까지 3초정도 200km까지 대략8초정도이고 2단에서 풀스로틀시
약 180km정도까지는 나가며 3단에서 이미 230km를 오버할 수 있다. 이정도에서 최고속은 별
문제가 안되는 얘기다.
내가 새벽 3시경 강남 대치동에서 동대문 구청까지 5분정도에 끊은적이 있다.
(이 지역을 아는 분이라면 못믿을지도....ㅎ)
그 날따라 신호를 한번도 걸리지 않았고 거리에 차들이 거~의 없었다.
결론 : 알원의 최고속은 나도 잘 모른다. 다만 300km까지는 어떻게든 나간다는 것.
3. 제동력 : 순정이 브렘보마스터실린더. 알원의 최대장점이 아닐까 싶다. 야마하는 이런 고급파츠들을 자
신의 주력기종에 서슴없이 장착한다는 것에 난 큰 만족감을 얻었고 신뢰감을 주었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최고의 브레이크시스템인 브렘보를 바이크도 최고로 친다.
그 최고의 시스템을 순정에 달아놓으니 잘 잡힐 수 밖에.
다른 메이커(혼다, 스즈끼 등)에 순정에 달린 도키코, 니씬 등의 마스터실린더도 제 역할을 톡
톡히 하지만 타보면 다르다는게 느낄 정도로 2004년식 알원의 제동력은 일제 중
가장 강력하다.
따로이 튜닝(or 업글)이 필요없는 파츠 중 하나.
4. 코너링 : 일제 알차의 절반은 코너링에서 그 숨은 메이커실력이 나타난다. 알원!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최고의 코너링 머신이다. (솔직히 코너링은 타이어가 또 그 절반을 좌우하기도 한다)
같은 메이커 타이어를 끼워놓고는 알원이 가장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해준다는 뜻일게다.
나는 이 바이크를 사고나서 딱 20일뒤 투어를 따라갔다. 당시 나는 한번도 코너링을 타본적이
없으며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초보는 무조건 선두에만 있으라는 어줍잖은 지식만을 가지고
동참하게 되었다. 약 20대가 넘는 머신들이 함께 갔기에 선두그룹은 이미 실력이 매우 뛰어난
분들로 그룹이 나뉘어지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 선두그룹에만 끼어서 그 날 딱 5번 죽
을 뻔 했다. 그리고 바이크에 영광의(?)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 상처는 바로. 스텝밑 부분 뱅킹센서 스크래치.
이 말인 즉, 처음 타본 코너에서 그만큼 바이크를 눕혀버린 것이다.
더이상 눕히면 슬립할 수도 있다는 그 뱅킹센서에 닿을 정도로 눕히고 그 센서가 닿자 나는 깜
짝놀라 옆 가드레일에 충돌 할 뻔 햇지만 다행히 어찌어찌 안 부딪치고 아직 살아있다.
아 정말.. 그렇게 잘 누울지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 여러 바이크를 타본 경험이 있어도 절대 그 때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2004년식 알원, 이녀석 코너링 성능은 '누워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 바이크가 저절로 누워준
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
마치 2005년식 스즈끼 알천과도 비슷한 느낌.
심심하던 차에, 옛날꺼 한 번 더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