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베스트에 간 저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다 읽어보았네요.

단골손님도 음식솜씨도 있는것같은데 왜 망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것같은데..


어떤분 댓글처럼 "망한이유는 대표에게 있다." 라는 말이 정곡을 찌릅니다.ㅎㅎ

제가 망한 이유는...사실 간단합니다.


독.하.지.못.해.서..


제가 지금 배달대행일 하면서 참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정말 작은손해라도 안보시고 악착같이 마진남기시면서 장사하는 사장님들 가게는

대체로 다 잘 되는것같아요. 인정많고 푸근한 사장님들과는 배달량부터 차이가 나거든요.


부산대에 대해서 아시는분들이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산에서 부산대는 공부잘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많은 학교입니다. 제 뇌피셜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보면 공부잘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서울에 가서 자취생활하면서 비싼등록금을

내기에는 가정형편이 그리 유복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요.


부모님들 부담안주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성적으로 서울로 가지 않고

부산대에 입학해서 장학금 받으면서 등록금 아끼고 남는시간에 아르바이트해서

대학생활비하고 그러는 친구들이 대다수입니다.

서울로 따지면 서울대 주변과 홍대주변상권이 다른이유라고 보시면 될듯하네요.


거기다 제가 점주로 있던 "김피라" 라는 프랜차이즈는 슬로건이 "프리미엄 스낵까페"

였습니다. 분식보단 고급지고 정통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가격대..

그런 가격대가 학생들에겐  비싼편이었겠죠.. 사실 제가 프랜차이즈만 아니었으면

가격을 훨씬 낮추고 더 많은 손님들께 호응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프랜차이즈는

제 의지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고 그렇게 할수가 없는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스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원재료들을 제가 수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유통부분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조금 아꼈고 그 마진을 제가 취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음료수는 돈 낸다고 해도 제가 그냥 무료로 제공했고 음식이 모자라면 더주고...

항상 저희가게 주변을 청소해주시는 미화원님 보이면 식사하시라고 대접하고

그러면서도 저희가게 아르바이트생들에겐 다른곳처럼 8.350원이라는 최저시급이

아닌 9,500원이상 지급했습니다. 명절때는 부모님들께 가져다 드리라고 홍삼셋트같은거

사서 손편지 써서 보냈구요. 고향떠나 자취하는 알바생은 고향다녀오라고 떡값줘서

고향보냈습니다.


알아요ㅋㅋㅋ저도 내 코가 석잔데 누가 누구 사정을 보느냐..


근데 마음이 시키는걸 어찌합니까ㅎㅎ 그덕에 저희가게 알바하던 친구들이 지금도

"점장님~~" 그러면서 종종 전화오고 작년에 재수한다고 알바하던 우리 막둥이는

올해 재수해서 원하는 대학들어갔다고 반가운 소식으로 전화줍니다^^


잘한것만 있는건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것도 있어요.

손님들이 2명와서 3~4가지 메뉴시키고 음식 남길것 같으면 제가 남긴다고 일단 2개만

시키라고 했습니다. 그냥 매출생각해서 남기든 말든 주문받아야 하는데 그걸 못했죠.

또 유명블로거다 홍보해주겠다고 가게 찾아와서 갑질하려는 악성 블로거분들한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블로거활동을 저희가게에서 금지시켰습니다. 


음식 내가 정직하게 하고 재료좋은거 쓰고 음식 맛있게 하면 언젠가는 고객들은

알아줄거라는 생각과 소신만 생각했는데 이 융통성없는 고집때문인지

홍보가 되질 않게 만드는 결과가 되었던것 같아요.


단골은 꽤 있었고 맛집으로 소문도 나고 했지만 중요한건 어떤 식당이든간에

단골손님만으로는 가게 유지가 힘든게 사실입니다. 경기가 침체되면 더 그렇죠.

신규고객과 단골손님이 적절히 유지되어야 현상유지라도 가능합니다.


망하는 식당은 이유가 있다....글쎄요..물론 업주의 잘못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 망하는 식당은 손님들이 만드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들여서 좋은 재료써서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것보다 저렴하고 그럴싸한 모양으로

빨리나오는 음식을 선호하는 손님층이 훨씬 많고...


음식점 사장님들의 신념과 고집을 인정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보다

내 요구에 잘따르고 내가 원하는대로 잘해주는 가게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음식점은 기술직이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서비스는 부가적인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대부분의 고객들은 음식점은 서비스다라고 생각하시죠..


프랜차이즈 업주는 기술이 필요없지 않냐..아뇨...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메뉴를 갖춘 프랜차이즈도 업주가 배운대로 정량과 정식레시피대로

조리하지 않고 조금만 요령을 피우고 마진에 욕심내면 그 맛은 변하거든요.


저도 어떻게보면 그놈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 운영에 대한 원칙과 신념

그리고 마진을 남기기보다 마음이 가는대로 장사하다가 망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저는 아마 똑같이 운영할것 같아요.


성공하는 음식점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지금은 알것같습니다만,

저는 다시 음식점을 한데도 성공안해도 좋으니까 사람과 사람끼리 살아가는 정이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을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음식점하다 말아먹은 1인으로써 폐업하면서 목표가 하나 생겼는데요.

돈을 많이 버는겁니다. 진짜 돈을 많이많이 버는거에요.


돈많이 벌어서 고객들을 위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음식점말고요

집안형편 어려운 청소년들, 그리고 미화원, 소방관, 기타 보이지 않는곳에서

봉사하는 분들, 그리고 혼자사시는 노인분들을 위한 도시락을 배달하는

그런 음식점을 하고싶습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때가 온다면

보배회원님들이 자원봉사 오셔서 도시락도 같이 만들어주시고

사람끼리 사는 정도 나눠주시고 그럴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애초에 독한마음으로 장사하기에는 저는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