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욕설로 인한 고소 사건으로 큰 도움을 주신 소똥형님과


30여분 가까이 전화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


어느날부터 로그인을 하면 쪽지로 와 있는 욕설 " 느그어미 어쩌구저쩌구 "


사실 거의 매일같이 15~20통 가까이 패륜적, 음란석 욕설쪽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만,


이런것들 일일이 엮어넣는게 제 성격도 아닌지라 대충 훑어보고 그대로 삭제될때까지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이 유저의 근성은 다른 유저들보다 남달랐습니다.


토, 일요일을 포함해 꾸준히 5개월 가량


" 느그어미 밑구멍 벌리고 나랑 발리에 있다, 느그어미 내 앞에 무릎꿇고 있는데 어찌해주까 " 등등...


정말 참다참다 안되겠다 싶어 정황자료들 모아 가까운 경찰서에 제출하여 모욕죄로 고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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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0여일쯤 흐른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피의자가 김테리우스님이랑 간절하게 전화통화를 해보고 싶다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


안받아도 그만이었지만 흔쾌히 경찰서로 가서 수사관님과 대면후에 경찰서 전화로 걸어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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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상대편 이야기는 듣지 않고 " 제 관할 경찰서로 지금 당장 오세요, 끊습니다 "


공교롭게도 제가 거주하는 지역과 크게 멀지 않은곳에 살던 그 양반.


전화를 끊고 경찰서내에 있는 휴게실에서 어떤 개자식인지 얼굴이나 보자는 식으로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 20분정도 지났을까, 조사관께서 전화를 하십니다.


" 김테리우스씨, 사이버과로 들어오세요. 피의자 지금 도착했습니다. "


전화를 끊고, 곧장 사이버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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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겹쳐 사이버과에 계시던 저를 담당하던 조사관님 한 분과


머리가 반백발의 제 아버지뻘 되는 분이 우두커니 서 있더군요.


" 여기 이 분이 피의자입니다 " 라고 조사관님이 말씀하시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나이는 2년 전, 63세. 그렇다면 현재는 65세의 어르신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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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물었죠, " 도대체 왜 패륜적인 욕설을 하신겁니까? " 라고 물어보니


" 내가 잘못했어. 보배드림 하다보니 순위가 어쩌고저쩌고해서 호기심에 시작해봤어 " 라고 꼬박꼬박 반말을 하더군요.


" 나이를 떠나서 반말은 하지 마세요, 참는건 저고 여차하면 반말할테니까 " 하고 말을 하니 반응이 가관이었습니다.


" 아니, 내가 아들뻘이나 되는데 반말하는게 그렇게 기분이 안좋은가? 거 할수도 있는거 아니야? "


둘 사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조사관이 피의자에게 다그칩니다.


" 존대하세요, 여기 피의자로 오신거 잊지마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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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했습니다.


물론 저도 나이가 많지 않은지라 어린자식이었다면 호되게 야단이나 쳤을텐데,


나이 지긋한 양반이 초등학생만도 못한 패륜적 욕설을 사용하다니...


" 어떻게 하실건가요? " 라는 조사관 질문에


" 안하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처벌하지 않겠습니다 " 라고 건네었습니다.


곧이어 그 양반의 어줍짢은 사과 한 마디를 하며 제 어깨를 툭툭 치더군요.


" 미안해, 앞으로는 말 거는 일 없을테니까 걱정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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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잊어버립니다.


이보다 더 큰 일이 있었어도 그냥 웃어넘기려고 하니까요.





*추가


이게 이렇게나 많은분들이 읽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작이니 뭐니 하시는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보배드람하면서 현실과 커뮤니티를 구분하지 못하는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본인들도 겪은 커뮤니티의 욕설피해가 있으실텐데도


이 글을 주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직접 겪어본 후 이 글을 다시 읽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제 인성이 어쩌니저쩌니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웬만해선 초면에 반말에 욕설을 하면서까지 커뮤니티를 즐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곳에 계시는분들이 제가 욕을 하는 상황을 보셨다면,


그건 그렇게 대화해야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어쩔수 없이 대처하는것 뿐입니다.


결말이 고구마니 뭐니 그래도,


더이상 불미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마지막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냥 이런일도 있었구나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고맙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