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띵~~똥~~~!! 똥똥똥~~!!!

기척이 없자...

성질 급하신 택배 아저씨~

쾅쾅쾅~!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시며

" 택배 왔습니다.택배요~~~ "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반가운 택배가 왔습니다.

하루 전 날..

울 엄니께서 전화 수십 통 하셨습니다.

"택배 보낼낀데.. 집에 사람이 없으면 우짜지...?"

" 부재시 경비실에 맡기면 괜찮아~ 걱정 안해도 돼~ 엄마.."

"응... 그렇제... 맨날 보냄서 이런다..

그래도 그게.. 니가 직접 받는 게 아니라서...안이라나..."

그리고 몇 십분 흘렀을까... 전화 벨이 울립니다.

" 딴기 아이고....택배 보낸거.. 날이 더버서 금방 상하니까...

전부 냉장고에 넣어야 된다.. 내가 걱정이 돼가...."

" 알았어~ 걱정마.. 받는 즉시 다 냉장고에 넣을께..."

그렇게 또 1시간 쯤 지났을까요...

" 아아고... 내가 정신이 엄따.. 그거를 안일러줬네...


딴기 아이고....고추가루는 냉동실에 넣어야 된다.

이 번에 이모 집 고추 농사가 참 잘 됐더라..

니 준다꼬 이모가 역부리 안 보냈나... 그랑께 단디 보관해서 무라~ "

" 알았어... 엄마... 나 지금 쫌 바빠... 나중에... 저녁에 통화하자.."

..

...

....

☎☏☎~~~♬

핸드폰 벨이 또 울립니다.

" 바쁘제...그기...딴기 아이고...

마늘은 베란다에 놔~놔라~ 넓게 펼치가꼬 널어놔...

그라고 저녁에 테레비 보면서 쉬엄쉬엄 까면 금방 깐다..

까서 냉동실에 얼라놔라... 그래야 두고두고 묵제....

찹쌀가루도 냉동실에 넣고.. 그라고... 음.... 꼬~장이랑... ."

" 엄마~!! 내가 세 살 먹은 애도 아니고...알아서 할건데...정말...

나 지금 많이 바쁘다니깐...! "

" 그기 아이고.... 니가 이자뿔까봐 안그라나...

바빠서 혹시나 이자뿔까해서... 바쁜데... 미안타..."

"알았어.. 끊어...나중에 전화할께.."

그렇게 그 날 엄니랑 전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는... 반가운 택배가 왔습니다.

틈새틈새 하나라도 더 들어가야 할텐데.. 하시며 담으셨겠지요...

엄니의 손길을 느끼며 박스에서 하나씩 꺼냅니다.

검정 봉다리를 까도까도 끝이 없었던...

혹여나 셀까봐 겹겹이 싸셨습니다.

마디마디 갈라져 거친 손 끝으로

한 겹 한 겹 싸셨을 어머니 손이 생각납니다.

드디어 베일을 벗는 고추장 여사님~~

얇은 사 검은 봉다리는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뚜까리로 넘치는 붉은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얇은 사 하이얀 봉다......... 넌 누구냐~~~~!

팥이랑 들깨가루....

조 랑 돈부

찹쌀가루와 미숫가루~

참깨~

마늘도 보내시고

너무좋아하는 가지도 보내셨습니다.

생가지로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신...

브로콜리보다 항암 효과가 10배랍니다.

울 이여사 말씀이....

그래서 바로 생으로 2개 흡입했습니다.

결명자랑 헛개나무, 그리고 오가피...

술 좋아하는 새끼 땜에

인병이 들어서 못살겠다시며 헛개나무 보내셨네요...

간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ㅠ.ㅜ

완전 사랑하는 청량고추~

작렬하는 태양신을 품고 독이 제대로 바짝~ 올랐습니다.

" 엄마~! 다시마는 왜 사서 보냈어.."

여기서 사 먹어도 되는데..."

" 야야~ 요새 잘못 사면 속아가꼬... 중국산아이가...

이거는 우리 동네 농협에서 파는기라 믿을만한기라... "

" 엄마....................."


택배로 같이 보내신 수건입니다.

펼치니... @@ 다방 '개업기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개업년도를 보니... 나이를 꽤 먹었네요.

저 주려고 장농안에 고이고이 넣어 두신 게 생각이 나셨나봅니다.

흰 봉지 사이로 희미한 글자가 보입니다.

구겨진 비누상자와 택도 안 뗀 샤워 솔...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낯익은 물건...

저희 집에 있는 큰 브러쉬들을 눈여겨 보셨는지...

아님..요즘 이래저래 일이 많아

탈모가 조금 있다는 제 말에 신경이 많이 쓰이셨는지..

당신께서 쓰시던 낡은 빗 한자루도 보내셨습니다.

" 엄마... 빗은 또 왜 보내셨어..

빗 살 데가 없을까봐...내가 진짜 엄마 땜에 미친다.. 정말..."

" 그기 아이고... 담에 엄마 올라가면 빗을라꼬 그라제..

니도 빗고....."

그날 밤 엄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빛 바랜 빗 한자루 손에 꼭 쥐고

잠자리에 들면서 밤새 베갯잇을 적셨습니다.

이 번 휴가 제주도로 가기로 한 지인들과의 약속을 뒤로하고

어머니...

.....

...

..

.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다음 아고라 펌...........감동적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