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전 브레이크 오작동, 타이어에 공기만 넣고 운행 계속해

[CBS 사회부 최인수 기자] 내리막길을 질주하던 관광버스가 승용차를 덮치면서 7명이 숨지는 등 12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이상을 감지하고도 무리하게 운행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 이 씨는 24일 경찰조사에서 "버스가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고, 버스를 멈출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결과 사고 직전 이 씨는 수유리의 아카데미하우스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내려주고 귀가하던 길이었으며, 과속방지턱을 넘다가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감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씨는 바퀴에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타이어에 공기만 주입한 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브레이크는 얼마 가지 않아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버스는 갓길에 정차된 차량을 피해 내달리다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붙으면서 차량 2대를 잇따라 들이받은 뒤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이묘숙(49·여) 씨의 아반떼XD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버스는 아반떼 차량을 올라탄 채 약 160m를 밀고가면서 주변에 있던 차량과 오토바이 등 7대를 잇따라 들이받은 뒤에야 간신히 멈췄다.

당시 아반떼 차량에 타고 있던 40~50대 여성 교직원 7명은 모두 숨졌고, 추돌당한 다른 차량에 있던 5명은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들은 당시 도봉구 쌍문동의 한 식사에서 친목모임을 가진 뒤 밤 8시 30분쯤 차를 마시러 아카데미하우스 근처로 갔다가 귀가하던 길이었다.

경찰관계자는 “차량이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시신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23일 밤 10시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탑 삼거리에서 발생했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버스 운전자 이모(61) 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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