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이 게시판의 글을 읽고 있을거라는 걸 잘 알아요.

제가 보배드림에 활동하는 사람도 아니고, 보배드림에 이 일 때문에 가입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단지 누군지도 모르는 이 게시판에 굳이 글을 쓰신 점이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랬을리라...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다시 자살하면 어쩌냐 다들 우려하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에도 고민과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고, 그에 따른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당분간은 괜찮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니 믿고 싶습니다.


경찰관으로부터 신병확보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사무실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 물면서 하.. 끝났구나 하면서도 저는 생각이 복잡했어요.

3년 전 설날

저는 친한 형의 사망소식을 들었어요.


언제나 우리 앞에서 해맑게 웃고, 예쁜 딸을 가진 형이었죠.

우리도 그 형의 이름보다는 그 형의 딸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아라서 X아빠라고 부르며 이야기하던 형이었어요.


하필 동창들과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집에 귀가하는 길에 모든 단톡방에서 그 형의 부고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아...형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 일이 생겼구나 하고 나중에 위로해줘야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침대에 누워서 이상한 단톡방 분위기를 다시 읽어보니 그 형의 본인상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분명 취할만큼 마셨고, 죽기 직전까지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마셨던 술이 다 깨버리더라구요.


나는 사람들에게 기둥이 되어줘야지 하고 다짐하고 장례식장에 갔지만, 저를 잘 따르던 그 형의 딸이 제게 달려와 제게 아버지의 이름이 맨 위에 있다고 제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그대로 오열하고 무너졌었어요.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아직 초등학교도 못 들어간 딸을 두고 가야할 사고가 뭔지 너무 원망스러웠거든요.


그리고 발인까지 마치고 나서 차분해질 즈음.

그 형이 조울증이었고 자살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데여봐서 티전화 기능으로 통화를 녹음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 형이 조증일 때 우리 앞에 나타났었고, 울증일 때는 밖에 나서질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그 형과의 통화 녹음을 들으며 그 형이 내게도 손을 내밀었다는 걸...

그걸 미련한 동생인 제가 눈치채지 못 했다는 걸, 너무나 늦게 알았습니다.


오늘 경찰관에게 붕붕님의 신병확보 소식을 듣고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3년 전에도 내가 이렇게 기민했다면 그 형을 살릴 수 있었을까...'

동창들과 술이나 쳐먹지 않고, 그 형에게 한 번 술이나 사달라며 조르며 허심탄회하게 대화 한 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쓰잘 데 없는 생각이요.


저는 아직도 그 형의 전화번호를 못 지우고 있습니다.

이미 번호가 바뀌었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리고 아직도 그 형의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보냅니다.

타임라인에 글을 올리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까지 내가 가졌던 슬픔이 전염될까봐...글조차 못 올려요.

그래서 그 형의 페이스북 메시지로 종종 인사를... 근황을 보고하고는 합니다.

답장이 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이렇게 한 사람의 죽음은 많은 것을 바꿔놓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 형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 할 거에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형의 나이가 될 때까지도...


붕붕님에게는 나 하나쯤이야 죽어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디 주변 사람들을 보세요.

그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겨두지 말아주세요.


붕붕님을 위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랬다면 이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테니까요.

단지...붕붕님을 따르는 동생이든, 형이든, 누나든, 아니면 자식이든 그 사람들을 떠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