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내건 文대통령···10·4 성과 계승 위해 '3자 종전선언' 모색
종전체제 위해선 북중, 북일회담보다 남북미 3국 회담이 시급 평가


【서울=뉴시스】김태규 김성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대화판에 끼어들려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경계의식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미간의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종전체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남북, 북미간 정상회담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3자 담판'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미 3국 정상간 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미가 물밑접촉을 통해서 얻은 자신감을 공식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을 가졌는데, 이때 어떤 식으로든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실장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배제한 채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별도로 2차례 비공개 회동을 가졌던 점으로 미뤄볼 때 남·북·미 정상회담 타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을 위한 의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남·북·미 담판 회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인식은 노무현정부 시절에 거둔 '10·4선언'에 맞닿아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10·4선언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그 성과가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도 함께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2007년 10·4 선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전 세계가 극찬했으며, 유엔에서는 만장일치로 지지결의까지 나왔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라고 반문했다. 10·4 선언의 성과가 지난 보수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맥을 잇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2007년 10월4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 4항에는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향후 방법론적 과제도 함께 담겨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여기서 말한 3자 또는 4자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을 의미한다. 즉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 10·4선언의 업적을 계승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남북이 종전선언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2007년 10·4합의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문 대통령이 남북과 미국만으로 종전체제와 종전선언을 희망하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구사했던 3자 종전선언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은 남북 사이에서의 대립과 긴장을 완화하는 것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전쟁의 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북미간에 아직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런 단계를 넘으려면 미국이 평화정착을 보장하고 북미 간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