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마치고

오후에 가족과 함께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가본다 하면서 여태 못가본 게 괜히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생각났을때 가보려는데 와이프와 작은녀석이 따라나섭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오신 분들이 보이더군요.

다 같은 마음이겠죠.

먼저 합동 분향소에 들러 분향을 했습니다.

참 ...

뭐라 말할수 없어 잠시 둘러보는데 또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세월호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옵니다.

탄핵되던 날

여의도에서 그걸 지켜보면서 오늘 이후로는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여전히 세월호는 그 자리에서 올라올줄 모르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걸 보면서

한없이 분하고 통탄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와이프는 분향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분향소에서 나올줄도 모르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작은녀석만 우리를 바라보며 착찹한 표정입니다.

나오면서 잠시 방명록에 서명을 하는데 작은녀석이 뭐라고 따라 적더군요.

얼핏보니 ;잊지 않겠다'고 쓰는거 같습니다.

 

우리 큰녀석이 올해 스물한살입니다.

세월호 아이들보다 한살이 적을 겁니다. 어쩌면 같은 나이들도 있을테고 ...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된 입장에서

그 아이들이 남같지 않습니다. 남의 일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 큰녀석...

선천성 심장병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자랐습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야하는 아픔 때문에

바라만보고 있어도 가슴 한구석이 쓰려 옵니다.

하물며...퍼렇게 두 눈뜨고

아이들이 그 무섭고 차가운 바다에 빠지는걸 지켜본 부모 마음을 어떻게

다 이해할수 있겠습니까.

그 아픔을 어찌 갚아야 할까요...

 

가족휴게실에서 차 한잔 하고 가라는 글을 보고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까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위로라도 한마디 하면 좋으련만

무슨 말로 위로가 될런지 ... 괜히 어두운 표정만 만들지나 않을지

모든게 조심스러워 그냥 방파제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방파제 등대로 가는데

아이들 이름을 초성으로만 적어놓을걸보니 또 눈물이 납니다.

와이프가 왜 그렇게 쓴거냐고 묻는데

설명해주려니 또 울컥해서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아직도

인양되지 않은 분들도 아홉분이 있고 그 부모님 아이들이 쓴 글을 보고 있으니

먹먹한 가슴이 ...또 죄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떠나오는 발길이 더 무거워 지더군요.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심장은 더 차가워짐을 느낍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순간까지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